[대일논단] 이제 도착한 대전문학의 성좌
'단재 신채호와 대전문학'이라는 주제로 학술대회가 열렸다. 지난 8일,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에서 진행된 학술토론이었다. 대전시에서 주관하는 신채호 관련 행사는 이제 꽤 연륜을 가지고 있는데, 그의 문학을 중심에 놓고 학자들이 모여 의견을 교환한 경우는, 대전시 행사로는 처음일 것이다. 신채호가 민족주의에서 무정부주의로 나아간 독립운동가로 또 정론적 역사학자로 널리 알려진 후 그의 자취를 갈무리하는 작업도 이제 많은 성과를 이루었다. '신채호가 대전의 인물이었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여전히 있지만, 그가 대전의 인물이라는 주장을 비판하고 반대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개항 이후의 역사에서 신채호의 압도적 기운을 당할 사람이 한국에 그리 많지 않을뿐더러, 근대 도시 100여 년이라는 시간 속에 신채호를 가려버릴 인물이 대전에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인물이 이인직이나 이광수 류의 문학적 흐름과는 다른 그의 독특한 소설과 평론을 남겨놓았다. 이 독특한 작품들이 한국의 여러 도시 중 특별한 형성 과정을 겪은 대전시 문학사의 첫머리에 놓여 있음을 확인하는 일이야말로 의미심장하지 않을 수 없다. 대전시의 문화적 역량이 이만큼 큰 셈이다.
신채호는 현재의 시점에서 분명 대전의 인물이고, 그 연고를 지금 따져 가른다면 대전의 어남동이 그의 탄생지이다. 대전의 뜻있는 시민들이 모여 신채호의 삶과 정신을 기리는 것도 그의 고향이 바로 이 고장 대전이기 때문이다. 그가 어린 시절에 숨 쉰 대지와 하늘이 지금 우리가 만나는 땅과 대기 바로 그것이라는 사실이야말로 그의 삶을 숙연하게 돌아보도록 하는 계기임이 틀림없다. 학생들에게는 신채호의 대지가 그들이 마찬가지로 꾸려나가야 할 삶의 터전이 될 것이므로 자신들을 돌아보고 마음 다지는 출발점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신채호는 그의 고향을 대전이 아니라 청주 인근의 고두미 마을(낭성면 귀래리)이라고 생각하고 글을 썼다. 어려서 그의 생가지를 떠나 고두미 마을로 옮겨가 살았기 때문인데, 그러므로 필요한 것은 그가 탄생했던 과거와 그를 기억하여 추모하는 현재를 압축하여 그의 삶의 전체를 이 지역의 의미로 연결하는 작업이다. 그가 이곳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중요하고, 이곳에서 살지 않았기 때문에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태도가 있다면, 이는 신채호가 오래 싸워왔던 식민주의자들의 자민족중심주의를 동일하게 반복하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은 현대의 공동체 논리, 요컨대 집단적 동일성의 세계를 넘어서는 공동체, 이질적 세계를 가진 이주노동자와 같은 사람도 우리 시대의 구성원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공동체의 논리를 알지 못하는 태도이다. 인간을 탄생한 곳의 여하에 따라 그 중요성의 도를 나눠 위계화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야말로 식민주의에 반대했던 모든 민주주의자의 공통의 목소리이다.
단재가 어디에서 태어나고 자랐는지가 중요하지 않다면, 중요한 것은 그가 그의 역사에 대해 지녔던 태도를 오래 고민하여 이어가는 마음이다. 그와 한 고장에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삶이 지녔던 태도 때문에 오히려 의미가 있다는 뜻이다. 그의 생애와 관련하여 우리 심금을 울리는 일화는 매우 많지만, 그가 그의 온 생애를 바쳐 마지막으로 남긴 일화를 다시 떠올려봐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가 감옥에서 병들어 위독해졌을 때, 대련형무소에서는 그의 가족들에게 확실한 신원보증인을 조건으로 가석방을 제안하였다. 그 가석방의 조건이란 게, 당국의 정책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점과 그 조건을 담보할 수 있는 위치의 인물이 보증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었을 것이다. 가족들이 그 조건에 맞춰 내세운 인물이 친일 행적을 가진 일가였다. 신채호는 그러나 친일 인사의 보증을 거부했고, 결국 감옥에서 운명했다. 신채호는 그의 마지막 선택과 함께 우리 역사의 별자리가 되었다. 그 별자리가 무엇보다도 오래 빛나는 것은, 수억 년의 시간을 거쳐 우리 눈 앞에 펼쳐지는 성좌들처럼, 그의 삶의 정신이 오랜 시간을 건너 우리 삶에 내려앉고 있기 때문이다. 박수연 충남대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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