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만만치 않다는 철강업계, 생존 돌파구는?

나원식 2023. 12. 18.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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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 등 수요 위축 지속…중·일 철강 수입량 증가
제품 고도화 등 생존전략 필요…중국 부양책 기대감

올해 어려움을 겪은 국내 철강 업계가 내년에도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철강업의 주요 산업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설업 업황 악화 등 침체 흐름이 지속되고 중국이나 일본 등 철강재 수입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는 탓이다.

이에 따라 철강 업계도 사업다각화나 제품 혁신 등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일부에선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경기 부양 정책이 계획대로 이뤄질 경우 국내 철강 업계 역시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읽힌다.

/그래픽=비즈워치.

"경기 둔화로 수요 감소…수입 철강 증가 악재"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 등 신용평가사들은 최근 내년 산업 전망을 통해 POSCO홀딩스와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 업계가 새해에도 실적 저하에 시달릴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국내외 수요가 전반적으로 둔화할 가능성이 큰 데다 저가 경쟁력 등을 앞세운 수입 물량이 더욱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우선 국내외 수요가 내년에도 지속해 위축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철강 업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설업 악화 흐름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송영진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책임연구원은 "수요 측면에서는 향후 생산 증가가 예상되는 자동차 산업과 조선업에서의 안정적인 수요가 전망된다"면서도 "철강업의 주요 전방 산업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설업 업황 악화와 전반적인 경기 둔화 등으로 철강 수요는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철강업계에서도 내년 건설경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철강협회는 '2024 건설경기 전망'에서 고금리 장기화가 건설경기 회복을 지연시키고 건설사들의 자금조달을 어렵게 하면서 건축 사업이 당분간 부진할 것으로 관측했다. 국내 건설 수주는 2023년에 전년 대비 17.3% 감소했고, 내년에도 1.3% 감소해 2년 연속 부진할 것이란 예상이다.

이에 더해 중국과 일본 등 해외 수입 물량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큰 리스크로 지적된다. 중국의 경우 중국 내 철강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철강 생산량은 줄지 않아 수출을 갈수록 확대하고 있다. 일본도 엔저 현상 장기화로 일본산 철강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중국의 강재 수출 규모 추이. /그래픽=비즈워치.

조선사 후판 가격 협상 지지부진…생존 전략은?

철강 업계에서는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조선용 후판 가격 협상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분위기다.

후판이란 선박 건조 시 사용하는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을 일컫는다. 통상 조선사와 철강기업들은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두 차례 협상을 진행한다. 하지만 올해 5월에 시작한 하반기 가격 협상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조선사의 경우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후판의 가격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철강 제품을 만들 때 필요한 원자잿값이 지속해 오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에 맞는 합리적인 가격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철강 산업의 침체가 불가피한 만큼 제품 혁신이나 사업다각화 등을 통해 생존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윤희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국내 철강 업계는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지만 실행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며 "우선 수요를 선제적으로 반영해 제품을 개발하고 특히 친환경 성장제품 중심의 고부가재 중심으로 제품 구조를 고도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 역시 국내 철강 산업의 재도약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정부는 지난 2월 '철강산업 발전 전략'을 발표하고 연구개발(R&D)과 세제지원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방문규 산업부 장관은 지난 8일 철강 업계와의 간담회에서 "우리 철강 산업은 글로벌 탄소 규제를 강화하고 수요 산업 변화 등에 도전하고 있다"며 "철강 산업이 저탄소·고부가 첨단소재 산업으로 더욱 도약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중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기부양책이 철강 업계 실적에 일부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장재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 10월 중국 정부의 1조위안 특별국채 발행이 결정되면서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부동산 업종의 부진이 단기적으로 해소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중앙 정부의 재정 완화 정책으로 철강 수요 개선의 실마리를 찾았다"고 전망했다.

유준기 한국기업평가 연구위원은 "중국의 경기 안정화 등을 통한 철강 수요 회복 여부가 제품 판가와 마진 조정 폭을 좌우할 것"이라며 "중국의 경기부양책 기대 효과와 철강 감산 기조 변화 여부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나원식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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