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지주 건전성 우려, 올해 대손충당금만 10조원

박슬기 기자 2023. 12. 18.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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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리스크 점검(1)'건전성' 흔들리는 금융… 갑진년 생존전략①] NPL만 벌써 9조원대… NIM 떨어지고 수익성 지표도 하락

[편집자주]계묘년 검은 토끼의 도약을 꿈꿨던 금융권이 고금리 장벽에 부딪혔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3.25%에서 0.25%포인트 올린 후 1년간 3.50%를 유지했고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최고금리는 연 7%대로 올라섰다. 신용대출 금리는 연 8%를 넘어섰다. 저축은행 대출금리는 법정 최고금리인 연 20%에 육박했다. 부동산 불황에 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연체율은 지난 9월 말 기준 2.42%로 6월 말(2.17%) 대비 0.24%포인트 올라섰다. 건전성 지표에 적신호가 켜진 금융회사는 대규모 충당금을 쌓고 위기를 대비하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에 취약차주의 연체가 늘고 부동산PF 익스포저(위험 노출)가 커지고 있어서다. 머니S는 갑진년 청룡의 높은 비상을 꿈꾸는 금융회사의 수익구조를 진단하고 리스크관리 방법을 알아봤다.

그래픽=머니S DB
◆기사 게재 순서
① 5대 금융지주 건전성 우려, 올해 대손충당금만 10조원
②증권사, 파생상품 악몽 떨치나
③긴장감 도는 보험업계… 고금리 파고에 재무건전성 적신호
④"고금리 속 부동산PF 리스크 장기화" 금융업 신용등급 하락 파고 넘길까
⑤제때 못 갚는데… 고금리 대출 증가에 카드사 연체율 비상
⑥"대형사도 험난하네" 저축은행 PF연체율 어쩌나

"2024년에도 부동산 프로젝트(PF) 시장은 초미의 관심사이고 (현 시점에서 리스크를) 예단하기 어려운 만큼 긴장감을 갖고 관리하겠다." (방동권 신한금융지주 최고리스크관리(CRO) 부사장)

"앞으로도 고금리와 자산 성장 등으로 조달 금리가 계속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예대 스프레드(예대금리 차)가 지속 줄고 있어 순이자마진(NIM)이 점차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김재관 KB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겸 CFO)

고금리와 인플레이션, 경기둔화 우려 등 금융지주를 둘러싼 경영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녹록지 않으면서 각 금융사들은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는 올해 10조원에 가까운 대손충당금을 쌓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 1~3분기 5대 금융지주가 적립한 대손충당금 규모는 6조8892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3766억원)보다 2배 이상 급증했다.

대손충당금이란 금융사가 고객들에게 대출을 실행할 때 돌려받지 못할 경우에 대비, 손해액을 미리 수익의 일부로 충당해 두는 돈을 말한다.

5대 금융지주가 올 들어 대규모로 충당금을 쌓는 것은 손실흡수능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고금리 기조 장기화로 대출 원리금을 갚는 데 어려움이 겪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연체율 상승 등 신용 리스크가 확대되자 금융지주들은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할 필요성이 커졌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5대 금융 NPL 규모만 9조원대


한국은행의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도 치솟으면서 여신 건전성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5대 금융의 올 9월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NPL)은 9조103억원으로 전년 동기(6조387억원) 대비 49.2%(2조9716억원) 증가했다.

고정이하여신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로 부실채권으로 분류된다. 특히 KB금융(2조984억원)과 신한금융(2조207억원)의 NPL 규모는 2조원대에 진입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3.8%, 36.8%씩 증가했다. 하나금융(1조8393억원)과 우리금융(1조4808억원)은 한 해 전보다 각각 41.0%, 46.1% 늘었다.

같은 기간 농협금융은 78.8% 급증한 1조5711억원으로 5대 금융 가운데 부실채권 증가세가 가장 가팔랐다.

이에 5대 금융의 NPL비율 평균치 역시 지난해 9월 말 0.29%에서 올 9월 말 기준 0.47%로 1년 새 0.18%포인트 상승했다. NPL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신한금융으로 1년 새 0.11%포인트 오른 0.52%를 기록했다.

이어 KB금융과 NH농협금융이 0.48%로 각각 0.16%포인트, 0.21%포인트 상승했다. 하나금융은 0.25%포인트 오른 0.46%, 우리금융은 0.12%포인트 오른 0.41%로 각각 집계됐다.

은행 연체율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5대 은행의 9월 말 기준 연체율 평균은 0.31% 1년새 0.13%포인트 치솟았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NIM 떨어지고 조달비용도 증대


금융지주 자회사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우려가 현실화할 수 있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저금리 시대에 호황을 누렸던 부동산 PF 사업은 고금리 시대로 접어들며 사업이 지연되거나 중단되면서 부실 우려가 덮쳤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PF 대출 부실 우려가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확산할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신용평가사들은 부동산 PF 부실이 내년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9월 말 기준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134조3000억원으로 올 들어 4조원(3.1%) 늘었다. 연도별로는 ▲2020년 말 92조5000억원 ▲2021년 말 112조9000억원 ▲2022년 말 130조3000억원 등으로 매년 20조원 안팎 늘던 부동산 PF 대출은 올해 증가 폭이 축소되긴 했지만 연체율은 ▲2021년 말 0.37% ▲2022년 말 1.19% ▲2023년 9월 말 2.42% 등으로 매해 오르고 있다.

이 중 은행 PF 대출 잔액은 ▲2020년 말 26조1000억원 ▲2021년 말 32조5000억원 ▲2022년 말 39조4000억원 ▲올 9월 말 44조2000억원 등으로 매해 6조원 대로 늘었고 올 들어서도 9개월 만에 4조8000억원 증가했다.

은행권 부동산 PF 연체율을 보면 올 6월 말 기준 0.23%로 지난해 말(0.01%)에 비해 0.22%포인트 올랐지만 은행들이 부실 대출을 상·매각해 연체율을 다시 0%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문제는 건전성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이자이익도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수익성 지표인 NIM을 보면 KB금융과 농협금융을 제외한 3개 금융지주에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NIM은 3분기 말 기준 신한금융이 1.97%로 1년 전보다 0.01%포인트 떨어졌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1.79%, 1.81%로 각각 0.03%포인트, 0.05%포인트씩 내렸다. 한국은행이 내년 3분기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NIM 하락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기준금리 인하는 NIM 축소로 이어져 은행의 수익성을 떨어뜨린다.

고금리 장기화로 대출 성장세가 둔화하고 예금금리도 높은 수준을 형성하면서 조달비용도 늘어난다. 대출로 벌어들인 이자보다 예금으로 나간 이자가 더 많아진 탓에 이자이익이 이전처럼 많이 나기 어렵다는 얘기다.

올 들어 3분기까지 5대 금융의 이자 비용은 총 52조809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0.9% 늘었다. 고금리로 자금조달 부담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업 효율성도 악화했다. 우리금융과 신한금융의 ROE(자기자본이익률)는 각각 10.81%, 10.19%로 1년 전보다 각각 2.41%포인트, 2.39%포인트 급락했다.

같은 기간 KB금융과 하나금융의 경우 11.66%, 10.49%로 각각 0.45%포인트, 0.40%포인트 내렸다. 농협금융의 경우 1.35%포인트 하락한 9.68%로 ROE가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임형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은행권에서 부동산 PF 익스포저(리스크(위험)에 노출된 금액)가 늘고 있지만 대부분 선순위이고 우량 사업장 위주여서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다"면서도 "2금융권 중심으로 발생한 부실 리스크가 금융지주로 전이될 가능성은 있어 내년엔 5대 금융지주가 약 2조원 규모로 충당금을 추가 적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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