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한동훈 비대위원장’ 사실상 합의… 비윤에선 ‘한 장관 추대론’ 우려

박지원 2023. 12. 18. 06:0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韓 역할론’ 온도차
친윤 “수도권 선거판 흔들 유일한 카드”
韓 등판 위해 당 차원서 물밑여론 조성
원희룡 “중지 모이면 전적으로 따를 것”
최재형 “구세주 역할 기대는 어리석어”
김종인 “정치경험 없이 뭘 할 수 있겠나”
18일 긴급 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

국민의힘 주류인 친윤(친윤석열)계는 17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사실상 낙점하고 물밑에서 여론을 조성하며 속도전에 돌입했다.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직을 맡을 수 있게끔 당 차원에서 명분과 분위기를 조성해 한 장관이 예정보다 빨리 법무부를 떠나 입당하는 부담감을 덜어주려는 모양새다.

이날 여권에 따르면 친윤계 의원 일부가 당 안팎에서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세워야 한다는 물밑 여론 조성에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원내지도부 고위 관계자는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앉혀야 한다고 얘기하는 건 친윤 일부”라며 “앞에서 말하는 의원들 뒤에서 오더(지시) 내리는 사람이 한두 명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친윤계는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세우기로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파악된다. 대표적인 친윤계로 분류되는 한 초선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모여서 ‘누구로 하자’고 정하진 않았다”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는 비대위원장을 원하는 건 맞는다”고 말했다. 정치 신인인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으로 적합하다는 뜻을 에둘러 드러낸 셈이다. 그러면서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을 맡는다면) 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 최고위원회 관계자도 “수도권 여론을 스크리닝해보면 다른 정치인들은 누가 와도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평이 나오는데 한 장관에 대해서는 확실히 스타성과 새로움을 느낀다”며 “여러 가지를 생각했을 때 수도권 선거의 판을 흔들기 위해선 한 장관이 유일하게 분위기를 크게 뒤엎을 수 있는 카드 아니겠냐는 여론이 만들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을 수락하면 대통령에게 법무부 장관직 사퇴 의사를 표명하고 이를 대통령이 곧바로 수락해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수순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법무부는 당분간 차관 대행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당초 용산 대통령실은 총선 출마 공직자 사퇴 시한인 내년 1월11일 직전 ‘원포인트’ 교체를 통해 법무부 장관 인선을 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김기현 전 대표 사퇴로 한 장관이 조기등판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맞춰 이른 인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비윤계 의원들은 총선을 앞두고 정치 경험이 없는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이 될 경우 당을 제대로 관리하기 어렵고 ‘검찰 공화국’ 이미지만 공고화할 수 있다는 등의 우려를 잇달아 내놨다. 최재형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에서 “누가 비대위원장이 되면 구세주처럼 당을 위기로부터 구해낼 것이라고 기대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의원들을 비롯한 당 주요 구성원들의 철저한 반성과 변화 없이는 누가 비대위원장이 돼도 위기를 극복하기는 어렵다”면서 한 장관 추대론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도 이날 SNS를 통해 “이 기회에 보수 울타리를 넘어서서 중도도 포용할 수 있는 정치의 새판짜기가 필요하다”며 보수권에서 인기가 높은 한 장관 비대위원장 등판에 부정적인 취지로 말했다.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비대위를 이끌었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새로운선택’ 창당대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장관 비대위원장설에 대해 “정치를 한 번도 안 해봤던 사람인데 갑자기 비대위원장으로 와서 뭘 할 수 있겠나”라며 “여당에서 비대위원장 역할이라는 게 별로 할 게 없다. 위에 대통령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15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군 복무 중 급성 백혈병과 뇌출혈이 발병했지만 제때 치료받지 못해 숨진 고(故) 홍정기 일병의 모친 박미숙씨와 면담 도중 눈물을 보이고 있다. 법무부 유튜브 캡처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쓰는 것은 ‘조기 소진’이라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SNS에서 “한 장관은 정치신인이지만 우리 당의 유력한 차기 주자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다. 아껴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내지도부 핵심 관계자도 통화에서 “한 장관은 아꼈다가 선거 때 쓰는 게 제일 현명한 일”이라며 “한 장관은 이제 막 떠오르는 샛별이고 ‘사이다’같이 신선한 맛이 있는데 비대위원장이 돼서 답변하기 어려운 문제에 약간이라도 ‘고구마’처럼 답변하면 사람 잘못 봤다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또 다른 유력한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됐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서울 송파구에서 열린 ‘뉴:홈 청년 영상공모전’ 시상식 및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원장직 관련 질문에 대해 “연락은 전혀 없다. 중지가 모인다면 그에 전적으로 따를 것”이라고 답했다. 원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여당 주류가 이미 한 장관 비대위 쪽으로 기운 것을 감지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18일 오후 긴급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를 열고 비대위원장 인선에 관해 중지를 모을 방침이다. 국민의힘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은 비대위원장 인선에 시간을 길게 끌지 않겠다고 밝혔다. 윤 권한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일 (연석회의에서) 의견이 모아지면 제가 시한을 많이 끌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인사검증 완료되는 대로 장관 교체…외교·안보 라인은 재검토 가능성도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포함한 중폭의 개각을 이어갈 전망이다. 17일 단행한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한 ‘원포인트’ 개각처럼 인사 검증이 완료되는 대로 그때그때 교체하며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연쇄 이동이 점쳐졌던 외교·안보 라인의 경우 교체 시기가 예상보다 늦춰지거나 대상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연내 개각 마무리를 목표로 인사 검증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법무부를 비롯한 외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용노동부 등이 개각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발표된 산업부 개각은 여권의 총선 전략과 맞물려 있다. 방문규 산업부 장관은 지난 9월20일 취임했지만, 여당의 수원 지역구 차출 요구에 3개월 만에 교체됐다. 수원은 경기 남부의 거점 지역으로 여권에서 ‘대어(大魚)’급 인물 투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21대 총선에선 민주당이 갑·을·병·정·무 5곳을 싹쓸이했다. 하지만 일부 탈환이 가능하다고 보고 수원 투입을 목표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를 영입한 데 이어 방 장관 차출에 나섰다.

한 장관의 교체 시기도 임박한 상황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카드’를 놓고 갑론을박 중인 국민의힘 내부 논의가 정리되는 대로 교체 타이밍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각은 ‘윤석열 정부 2기 출범’ 성격도 강하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정책실장을 신설하고 5명의 수석비서관을 전원 교체하는 조직개편과 인선을 단행한 데 이어 지난 4일 기획재정·국토교통·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보훈·중소벤처기업부 등 6개 부처 개각을 단행했다. 이번 주 4∼5개 부처가 개편되면 19개 중앙부처의 절반 이상이 바뀌게 된다. 다만 외교부 장관 인선에 따라 연쇄 이동이 점쳐졌던 외교안보 라인 교체는 재검토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국회 복귀 의사를 밝히면서 당초 외교부 장관직과 현재 공석인 국가정보원장 후임으로 현 외교안보 인사들이 거론돼 왔다. 외교부 장관 후임으로는 장호진 외교부 1차관과 조태열 전 유엔 대사가 유력 거론됐다. 하지만 검증 또는 정무적 판단 과정에서 각 인사들의 강약점이 거론되며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석인 국정원장에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을 낙점하고 이용준 세종연구소 이사장을 새 안보실장으로 발탁하는 방안도 유력 대안으로 거론됐으나 ‘보류’ 가능성과 함께 재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안보 라인 인사에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법무부 장관 후임으로는 박성재·길태기 전 서울고검장과 이노공 법무부 차관이 물망에 올랐고, 이종오 과기부 장관 후임으로는 이용훈 울산과학기술원(UNIST) 총장과 유지상 전 광운대 총장 등이 거론된다. 과기부 장관의 경우 연말 연초 과학수석실 신설과 함께 교체될 가능성도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부 장관 후임으론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가 유력 검토되고 있다.

박지원·김병관·이현미 기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