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자이언츠, 마이 네임 이즈 이정후”…‘바람의 손자’ SF 사로잡다
팀 유니폼 입고 취재진에 “핸섬?”
거침없는 입담 뽐내며 행사 즐겨
“아버지에 무엇을 배웠나” 질문엔
“좋은 선수로서 인성과 행동 배워”
김하성과 맞대결엔 “신기하고 설레”
이정후는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입단식에 참석해 파르한 자이디 구단 사장으로부터 ‘SF’가 교차한 샌프란시스코의 모자와 유니폼을 건네받았다. 유니폼에는 이정후가 KBO리그 키움에서 달았던 51번이 박혀 있었다. KBO리그가 낳은 최고의 ‘천재 타자’는 이제 샌프란시스코의 중견수 톱 타자를 맡을 예정이다.
“헬로 자이언츠, 마이 네임 이즈 이정후”라고 영어로 인사한 이정후는 계속해서 영어로 “나를 영입해 준 샌프란시스코 구단주 가족과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에 고맙다. 아버지와 어머니께도 감사하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꿈을 이뤄 기쁘다. 나는 이곳에 이기기 위해 왔다. 레츠 고 자이언츠”라고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이정후는 서투른 영어였지만,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답게 거침없이 유쾌한 입담을 뽐냈다. 현지 매체도 이정후의 유쾌함에 주목했다. 특히 유니폼을 건네받아 입고 모자를 눌러 쓴 뒤에는 취재진에게 영어로 “핸섬(저 잘생겼나요)?”이라고 물은 장면은 여러 매체에서 회자됐다. 취재진의 반응이 없자 허리를 굽혀 마이크에 대고 다시 한 번 “핸섬?”이라고 되묻자 행사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KBO리그의 전설적인 선수이자 이정후의 아버지인 이종범 전 LG 코치와 어머니 정연희씨도 입단식에 참석해 흐뭇한 표정으로 아들을 바라봤다. 현지 취재진은 이정후에게 이 전 코치에 관련해 ‘아버지로부터 무엇을 배웠나’, ‘바람의 손자라는 별명을 미국에서도 쓸 것인가’, ‘아버지보다 더 빠른 주력을 갖고 있나’ 등의 질문을 했다. 이에 이정후는 “아버지에게 야구를 직접 배운 건 없지만”이라고 말하며 웃음을 자아낸 뒤 “인성 문제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 잘할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등을 배웠다”고 말했다. 이어 “바람의 손자라는 별명은 아버지의 별명이 ‘바람의 아들’이다 보니 태어나고부터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한국에선 이 별명이 조금 오글거렸는데 영어로 말하니까 멋지더라”라며 웃었다. 이종범 코치보다 더 빠르냐는 질문엔 “현역 시절 아버지는 정말 빨랐다. 지금은 내가 아버지보다 빠르지만, 같은 나이로 비교하면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정후의 빅리그 첫 시즌인 2024년 연봉은 700만달러다. 이후 2025년 1600만달러, 2026년과 2027년엔 2200만달러, 2028년과 2029년 2050만달러를 받는다. 계약금은 500만달러다. 계약 기간 동안 56만5000달러를 기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이정후와 키움 시절 함께 뛰었던 절친한 선배인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이름도 많이 나왔다. 2022년부터 2년간 샌디에이고 지휘봉을 잡고 김하성을 중용했던 밥 멜빈(62) 감독은 내년부터 이정후가 뛰는 샌프란시스코의 사령탑을 맡는다.
이정후는 “(김)하성이 형과는 한국에서 팀 동료로 뛰었고, 내게 정신적 지주였다”면서 “하성이 형과 다른 팀 소속으로 맞대결하게 돼 신기하고 설렌다. 형은 항상 좋은 말을 해 준다. 미국에서도 많이 물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하성이 형이 ‘좋은 감독님 밑에서 야구하게 된 걸 축하한다’고 하더라”고 전하기도 했다. 김하성의 조언에 따라 이정후는 2027시즌이 끝난 뒤엔 옵트아웃(구단과 선수 합의로 계약 파기)할 수 있는 조항도 포함했다.
샌프란시스코와 샌디에이고는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에 속해 있다. NL 서부지구에 속한 팀은 2024시즌에 13번씩 맞대결한다. 이정후의 샌프란시스코는 내년 3월29일부터 4월1일까지 샌디에이고의 펫코파크에서 벌이는 원정 4연전으로 2024시즌 서막을 연다. 이정후는 개막전부터 김하성과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이후 4월2일부터 4일까지는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와 첫 3연전을 펼친다. 미국 뉴욕(자이언츠)과 브루클린(다저스)을 연고로 삼다가 1958년에 함께 캘리포니아주로 넘어온 두 팀은 NL 서부지구의 최대 라이벌로 꼽힌다. 다저스에는 이번 겨울 10년 7억달러라는 세계 프로 스포츠 최대 규모로 계약한 오타니 쇼헤이(29)가 있어 내년부터 두 팀의 맞대결은 ‘작은 한일전’이 될 전망이다. 이정후는 오타니와의 맞대결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크게 외쳤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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