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희비 엇갈린다, 내 보험 가입 시기부터 찾아라

내년 실손보험료 1세대는 내리고 3세대는 오르고

게티이미지뱅크

보험사마다 내년에 적용될 갱신 실손의료보험료(실손)를 확정하기 위한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보험 가입 시점과 갱신 주기에 따라 내년 보험료 수준을 두고 가입자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사들은 대형사를 중심으로 1세대 실손의 내년 갱신 보험료를 내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구체적인 인하 폭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업계 1위인 삼성화재는 지난달 13일 열린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1세대 실손 보험료를 인하하겠다고 이미 약속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1세대는 두자릿수에 가까운 인하율을 검토하고 있고, 2세대의 경우 동결이나 인하로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해상과 메리츠화재 등 ‘빅5’ 대부분도 1세대 보험에 한해 보험료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1세대 실손은 2009년 10월 이전에 가입이 이뤄진 상품을 가리킨다. 흔히 ‘구실손’이라고 하는데, 2022년 말 기준 국내 실손 가입자 3997만명 중 20.5%가 구실손 가입자다. 실손은 가입 시기에 따라 1∼4세대로 구분한다. 각각 보장 한도와 내용(담보), 갱신 주기와 자기부담금 비율 등이 다르다. 2세대는 실손보험 약관이 표준화된 2009년 10월∼2017년 3월, 3세대는 2017년 4월∼2021년 6월, 4세대는 2021년 7월 이후의 계약을 말한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건 2세대(47.8%)고, 3세대 비중도 23.9%에 이른다.

실손이 ‘세대’를 거쳐 변화를 거듭한 건 보험사 입장에서 손해를 줄여보려는 시도가 이어진 결과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가입자에게 보험료로 받는 돈보다 보험금으로 내주는 돈이 많을 경우 손해가 날 수밖에 없는데, 실손은 대표적으로 손해가 큰 상품이다. 그렇다 보니 그동안 매년 연말에 결정되는 갱신 보험료도 인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내년에 1세대 실손 평균 보험료가 인하되면 10여년 만의 일이다.

보험사들이 1세대 보험료 인하를 검토하는 건 손해율이 최근 줄어드는 양상을 보여서다. 2021년 142.4%이던 손해율은 지난해 124.9%, 그리고 올해 상반기 121.5%로 내렸다. 1세대 실손 손해율을 밀어올리던 주범은 백내장 수술(다초점렌즈 삽입술)이었는데, 지난해 대법원의 관련 판결에서 보험사가 승소한 후 보험사가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이 확 줄었다.

반면 3세대 실손 손해율은 올해 들어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2021년 116.4%에서 지난해 131.4%, 올해 상반기에는 156.6%까지 뛰었다. 하반기에도 호흡기 질환이 유행하는 등 손해율이 개선될 요인이 없었던 터라 지난해보다 높은 손해율을 기록할 것이 유력하다. 3세대 실손은 올해 평균 보험료가 14% 오른 데 이어 또다시 두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다만 금융당국이 금융권에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상생 방안을 요구하고 있는 터라 보험업계도 3세대 실손보험료를 조정 한도(25%)에 가깝게 정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개개인이 적용받을 보험료는 갱신 주기와 나이, 회사마다 다르다. 가령 올해 1세대 평균 보험료가 내려도 갱신 주기가 3, 5년인 경우 누적된 보험료 인상분이 더해지면 올해 보험료가 내렸더라도 전체 보험료는 오르게 된다. 또, 실손 보험은 나이가 들수록 보험료도 오르도록 설계되어 있어 이에 따른 인상폭도 고려해야 한다.

보험사들은 통상 연말에 다음 해 적용될 갱신 보험료를 결정하고, 이를 이듬해 3월 중순까지는 고객에게 개별적으로 알린다. 내 실손보험이 몇 세대인지 확인하고 싶다면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가 함께 운영하는 ‘내보험찾아줌’ 누리집을 통해 가입 상품을 조회한 뒤, 가입 시점을 확인하면 된다. 올해 보험료가 갱신되는지 알고 싶다면 실손 판매 보험사의 상품공시실에서 내가 가입한 상품명을 검색해 나오는 약관에서 갱신 주기를 확인하면 된다. 갱신주기는 1세대는 1·3·5년으로 제각각이고, 3세대는 1년이다. 1·3세대 모두 갱신 보험료는 통상 4월부터 적용된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