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도 ‘감기’가 걸릴 수 있잖아요…심리상담·정신과 문 적극적으로 두드리는 청년들[아듀 2023 송년 기획-상처 난 젊음, 1020 마음건강 보고서]
노인 치매 다음으로 진료 비중 높아
대학생 김모씨(20)는 두 달에 한 번꼴로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을 찾는다. 중간·기말고사가 끼어 있는 달도 예외는 없다. 김씨가 자신의 정신건강 문제를 처음 인식한 때는 고등학교 2학년 무렵이었다. 대학입시를 준비해야 하는 고3 생활을 앞두고 통제하기 어려운 불안감이 커져 불면증까지 겪었다. 김씨는 “부모님은 ‘병원까지 가야 하냐’며 걱정했지만 입시를 준비하려면 정신적인 조건도 최적의 상태로 갖춰놔야 한다고 하니 동의하셨다”며 “불안장애라는 진단을 받고 꾸준히 치료를 받으면서 다행히 불안 정도가 상당히 약해졌다”고 말했다.
직장인 정모씨(29)는 자신의 우울증 증상은 ‘마음에 걸리는 감기’라는 표현이 꼭 맞는다고 했다. 정씨는 직장생활 때문에 시간을 내긴 어렵지만 우울증이 도질 기미가 느껴지면 미루지 않고 진료를 받으려 애쓴다. “감기에 잘 걸리는 사람은 환절기마다 앓고 지나가는 것처럼 우울증도 잊을 만하면 다시 돌아오더라”는 것이 정씨가 경험으로 얻은 결론이다. 그는 “완치라는 게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나한테는 제때 치료만 잘 받으면 심한 증상 없이 견딜 만하게 관리가 되는 병이니 굳이 병원을 피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청년층 중에는 정신건강 역시 다른 신체 부위에 나타난 문제를 해결하듯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많다. 증상이 없더라도 주기적인 건강검진으로 몸 상태를 점검하는 것처럼, 정신건강 역시 평소에 관리해 예방하자는 태도도 확산하는 추세다.
이 같은 현상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전체 진료비 중 정신건강 진료비 비중은 20대의 경우 올해 상반기 8.1%를 기록했다. 10대가 6.2%로 뒤를 이었다. 치매 환자 수가 많은 80대 이상(12.9%) 연령층을 제외하면 1020세대에서 정신건강 진료비 비중이 가장 높았다.
정신건강에 대한 청년층의 관심이 높아지는 모습은 지자체가 실시하는 프로그램이 모집 정원을 넘겨 지원자가 몰리는 데서도 확인된다. 서울시가 19~39세 청년을 대상으로 무료 심리상담을 지원하는 ‘청년마음건강’ 프로그램은 올해 2500명씩 네 차례에 걸쳐 1만명을 모집했는데 지원자 수는 그보다 1600명이 더 많았다. 지난해 6540명 모집에 8000여명이 몰려 규모를 확대했음에도 지원자가 더욱 늘었다.
백명재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017년까지만 해도 전체 우울증 진료 인원 중 20대 환자 수가 제일 적었지만 2021년 1위로 급증세를 보였다”며 “단기간에 실질적인 유병률이 늘어날 수는 없으니, 이는 전과 다르게 사람들이 힘들 때는 정신과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익숙해지고 있는 과정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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