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필름]말 없이 생애를 다루는 법…'류이치 사카모토:오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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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류이치 사카모토:오퍼스'는 103분간 오롯이 사카모토 류이치(1952~2023·坂本龍一)의 연주로 채워진다.
이 영화엔 암 투병 중이던 사카모토의 마지막 혼신의 힘이 담겨 있다.
작품 속 사카모토는 연주만으로 죽음을 앞둔 예술가의 하루를 이야기한다.
'류이치 사카모토:오퍼스'엔 이렇듯 인생의 희로애락이 응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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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생애 담은 20곡 직접 선곡
흑백 화면으로 빛의 음영 표현
죽음 앞둔 예술가의 하루 빗대
[서울=뉴시스]추승현 기자 =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오퍼스'는 103분간 오롯이 사카모토 류이치(1952~2023·坂本龍一)의 연주로 채워진다. 세계적인 영화 음악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프로듀서, 예술가, 환경운동가 등으로 일생을 채운 것에 대한 이야기도 따로 없다. 스튜디오 안에는 그와 피아노 한 대, 조명, 마이크 뿐이다. 화면은 흑백이다. 그럼에도 음악가로서 그의 깊고 진한 인생이 느껴진다.
이 영화엔 암 투병 중이던 사카모토의 마지막 혼신의 힘이 담겨 있다. 그는 암 투병으로 몇 년 간 라이브 공연을 하지 못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한 번 더 납득할 만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로 지난해 9월 피아노 앞에 섰다. 8일 간 하루 3곡 정도 2~3번 테이크를 거쳐 총 20곡을 완성했다. 그는 이 작품을 남기고 지난 3월28일 세상을 떠났다.
작품 속 사카모토는 연주만으로 죽음을 앞둔 예술가의 하루를 이야기한다. 그가 직접 큐레이팅한 20곡은 그의 인생을 함축하고, 사카모토를 담아내는 조명이 만들어내는 빛과 그림자는 해가 뜨고 지는 하루를 표현한다. 카메라는 연주하고 있는 그의 뒷모습에서 시작해 건반을 치는 손가락까지 자연스럽게 이동한다. 다양한 각도에서 사카모토를 바라보며 마치 옆에서 연주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흑백 화면과 조명을 이용해 깊게 파인 주름, 굵게 튀어나온 혈관 등을 비추며 세월을 가늠케 한다. 힘겨운 듯 거칠어지는 숨소리는 또 다른 악기처럼 피아노 소리와 어우러진다. 어느 순간 집중되는 피아노 페달 소리는 마치 그의 심장소리 같다.
'류이치 사카모토:오퍼스'엔 이렇듯 인생의 희로애락이 응축돼 있다. 하지만 러닝 타임 내내 내레이션도 어떤 말도 없다. 사카모토는 힘에 부친듯 "잠시 쉬었다 가자"고 할 뿐이다. 밝은 분위기의 곡을 연주할 때는 표정도 함께 환해지고, 리듬에 맞춰 몸을 들썩인다. 직접 피아노를 조율하거나 연주가 잘 안 되는지 반복해서 건반을 칠 때면 함께 숨죽이게 된다. 그렇게 20곡을 완주하고 생전 그가 좋아했다는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는 글귀가 마지막을 장식한다. 그리고 이 작품의 여운은 상영 시간 103분이 끝나도 계속 이어진다.
이 작품은 류이치 사카모토의 아내 노리카 소라가 제작 총괄을 하고, 아들인 소라 네오 감독이 연출했다. 소라 네오 감독은 영화 제작자이자 예술가, 번역가로서 뉴욕과 도쿄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사카모토는 연출에 관한 건 제작진에 일임했다. 생전 편집본을 보고 "좋은 작품이 됐다. 제작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오는 27일 국내에서 전 세계 최초로 돌비 애트모스로 개봉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chuch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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