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시절 부동산 규제 대폭 푼 박상우… 주택 경기 부양책 어디까지 꺼낼까
MB 때 취득세 감면·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 주도해
분양가 규제에 대한 비판적 시각 드러내기도
조정대상 지역 풀고 재초환·분상제 폐지 목소리 나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부동산 시장 규제 완화 방침을 거듭 시사하면서 어떤 규제가 풀어질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후보자는 집값이 하락하던 시기인 이명박 정부 시절 각종 부동산 부양책을 총괄하며 각종 규제를 풀어온 바 있다. 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오는 20일 열린다.
일각에서는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가격이 하향 조정되는 기미를 보이면서 박 후보자가 적극적인 부동산 부양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부동산 전문가 사이에서는 조정대상 지역 규제 완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재초환) 폐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의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 주택정책에 대해 박상우 “규제 완화 입장”
박 후보자는 지난 5일 정부과천청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기본적으로 규제 완화 입장을 갖고 (부동산 정책을) 시작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음날 출근길에서도 박 후보자는 “(부동산시장 규제 완화는) 시장 관리 차원의 규제 완화”라며 대표적인 시장 규제로 조정대상지역을 꼽기도 했다.
지난 4일 원희룡 장관의 후임자로 지명된 박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미분양 아파트 적체가 심각하던 시기에 주택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을 3년간 지냈다. 박 후보자의 지휘 아래 2011년 취득세 감면, 2012년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 등 완화 조치가 차례대로 시행됐다.
주택정책에 대해 박 후보자는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 2015년 국토부 예전 구성원들이 뭉쳐 역대 정부의 정책 변화를 정리한 ‘국토교통정책의 역사적 변동과 전망’이란 책에서 박 후보자는 ‘주택정책의 역사적 변동’ 부분의 집필을 맡았다.
당시 박 후보자는 정부가 과도하게 주택 시장에 개입하는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박 후보자는 “지나치게 자주, 지나치게 단기적 관점에서 이뤄진 정부의 시장 개입은 오히려 정부의 실패를 불러일으켜 시장의 변동성을 심화시킨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분양가 규제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내비쳤다. 노무현 정부 임기 말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자 건설사들은 규제 시행 직전 무더기로 분양 물량을 쏟아냈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미분양 적체 문제가 심각했다고 봤다.
시장에서는 올해 부동산 시장의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MB 정부 시절 부동산 흐름과 비슷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전방위적인 규제 완화책을 담은 ‘1·3대책’을 발표하고,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동결해 보유세를 낮추는 등의 정책을 펼쳤지만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활기를 잃은 상태다.
최근 서울 강남을 포함해 부동산 가격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12월 첫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은 약 7개월(29주)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서울 집값의 바로미터로 통하는 강남구 아파트값이 이미 2주 전부터 하락 전환했고, 25개 자치구 중 절반이 넘는 14개 구에서 내림세로 돌아섰다. 경기도 역시 25주 만에 하락 전환했다. 전국적으로는 2주 연속 하락세다.
◇ “3기 신도시 공급 늘리고 각종 규제 폐지해야”
부동산 전문가들은 박 후보자가 언급한 조정대상지역 규제부터 풀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는 여전히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여있다.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면 양도소득세와 취득세, 종합부동산세 중과 등 각종 세제와 대출 규제를 받는다. 조정대상지역의 6억원 이상 주택을 매수할 때는 자금조달계획서를 내야 하고, 분양권 전매도 제한된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강남 부동산 시장도 침체해 주변 지역까지 냉기가 퍼지는 상황”이라며 “세금과 대출 등 겹겹이 쌓인 규제를 풀어야 시장이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재초환 부담금 부과 기준을 완화하면서 전국의 조합원당 부담금이 8000만원 미만인 단지는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게 됐다. 그러나 부담금이 수억 원에 달하는 단지들은 여전히 고액의 초과 이익 부담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재초환을 폐지하지 않으면 재건축이 여전히 속도 내기 어려운 환경이고, 미실현이익에 대해 높은 부담금까지 매기는 것은 이중과세라는 지적도 있다”면서 “폐지가 안 될 경우 박근혜 정부 때처럼 유예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3기 신도시 공급량을 더 늘려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박 교수는 “용적률을 서울시 수준으로 상향해야 한다”면서 “당장 5~6년 후 입주가 가능한 3기 신도시의 공급 물량을 늘려야 공급난을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축 아파트 가격을 통제하면 저렴한 가격에 분양할 수 있지만, 건설사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공급을 미루게 된다”면서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 신축 아파트와 구축 아파트 간 가격의 이중구조가 형성돼 로또분양, 청약 경쟁 등 주택시장 과열을 조장하는 악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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