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가 흥한 이유? '응원에서 덕질로, 팀에서 개인으로' K리그를 소비하는 방식이 달라졌다[SC이슈]
2023시즌 K리그는 역대급 흥행 대박이었다. K리그1(244만7147명)과 K리그2(56만4362명)를 통틀어 301만1509명이 축구장을 찾았다. 유료 관중 집계가 시작된 2018년 이후 최다 관중이다. K리그1은 경기당 1만733명이 발걸음을 해 처음으로 '평균 관중 1만명' 시대를 열었다. FC서울의 경우 19번의 홈경기에서 처음으로 40만명 이상(43만29명)을 끌어 모으며, 한국 프로스포츠 역사상 최다인 경기당 평균 2만2633명의 관중을 동원했다.
눈여겨 볼 것은 여성팬들의 움직임이다. 이번 시즌 K리그 관중의 여성 비율은 47%에 달했다. 2019년과 비교해 15%가 늘었다. 한국 프로스포츠 흥행의 성패는 여성팬들이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0년대 '오빠부대'가 중심이 되며 최고 인기를 누렸던 농구대잔치가 그랬고, 주춤했던 프로야구 역시 여성팬들이 움직이며 2010년대부터 다시 흥행가도를 달렸다. 최근 연일 매진행렬을 이어가고 있는 축구 A매치 역시 여성팬들의 힘이 절대적이다. 6만6000석이 가득찼던 지난 11월 16일 싱가포르와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을 찾은 전체 관중의 65%가 여성팬이었다.
사실 여성팬들의 움직임은 스타와 맞물려 있다. 특히 탁월한 능력에 잘생긴 외모까지 더한 스타가 등장했을 때, 더 시너지를 냈다. K리그의 전성시대라 할 수 있던 1998년이 대표적이다. 당시 K리그에는 이동국-안정환-고종수라는 실력과 외모, 스타성을 등장한 트로이카가 등장했다. K리그는 이들을 보기 위해 찾아온 여성팬들로 한때 최고 흥행 스포츠 지위를 누리기도 했다.
최근 기류는 조금 다르다. 과거 기준으로 하면, 여성팬들의 구미를 당길만한 특출난 미남 스타가 없음에도 경기장을 찾았다. 주목할 것은 K리그 외에도 나머지 프로스포츠 역시 눈에 띌 만한 관중 성장세가 보였다는 것이다. 사실 한국 프로스포츠 흥행은 국제대회 성적과 비례했다. 하지만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한 축구와 달리, 프로야구, 프로농구, 프로배구 모두 국제대회에서 나쁜 성적표를 받았다. 그럼에도 프로야구는 2018년 이후 5년만에 800만 관중을 돌파했고, 주춤하던 프로농구마저 1~2라운드 관중이 지난 시즌과 비교해 23% 늘었다. 한국에서 4대 스포츠가 한꺼번에 흥한 것은 역사적으로 전례가 없는 일이다. 그 중심에 여성팬들이 있다.
흥미로운 건 여성팬들의 움직임이 남자 스포츠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고의 인기 겨울스포츠로 자리매김한 여자 배구의 경우, 남성팬들보다 여성팬들의 힘이 훨씬 더 크다. 김연경 김희진 등은 여성팬들을 몰고 다닌다. 지난 박신자컵을 비롯해, 최근 흥행 기세가 심상치 않은 여자 농구 역시 여성팬들의 가세가 결정적이다. 실제 경기장을 가보면, 안팎에서 여성팬들의 목소리가 두드러진다.
이처럼 여성팬들이 스포츠를 찾는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가장 설득력을 얻는 것은 '가성비'다. 코로나19 이후 콘서트, 뮤지컬, 영화 등 흔히 말하는 '비용'이 크게 증가했다. 미국 매체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에 대해 '펀플레이션(펀+인플레이션)'으로 설명했다. 아이돌을 비롯해 뮤지션, 뮤지컬 스타, 영화 배우 등 전통적인 스타를 향한 '덕질 비용'이 크게 상승했다. 공연 값만해도 부담스러운데, 파생 상품까지 구매하면 수십만원이 깨진다. 그렇다고 해서 피드백이 오는 것도 아니다. 세계 시장으로 향하는 아이돌은 손에 닿지 못하는 진짜 '별'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눈을 돌린 곳이 스포츠다. 영화 티켓값도 되지 않는 금액에 매 주말 '직관'이 가능하다. 팀으로부터 셔틀 버스나 원정 버스 같이 직관을 위한 편의까지 제공받는다.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선수와의 만남이 가능하다. 경기 후 사인을 받을 수 있고, 대화도 나눌 수 있다. SNS 상으로 소통도 가능하다. 심지어 선수들이 팬들을 위해 '역조공'하는 경우도 많다.
이들이 스포츠를 소비하는 방식은 기본적으로 아이돌 팬 문화가 깔려 있다. 흔히 '대포'로 불리는 대형 카메라로 촬영하고, 공유하는 등 응원 보다는 '덕질'에 가깝다. 이 여성팬들은 구매력이 상당하다. 남성팬들과 달리 지갑을 여는데 주저함이 없다. 당연히 팀이나 종목 보다 '개인'에 초점을 맞춘다. 스타 만큼이나 스타가 속한 팀의 승리가 중요했던 예전 '오빠부대'와는 결이 다르다. '악개(악성 개인팬)'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여성팬들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K리그는 '남초'의 이미지가 강하다보니, 타종목에 비해 여성팬들이 진입하는데 제한이 있었다. 최근 들어 기류가 바뀌고 있다. A매치와 월드컵을 통해 장벽이 낮아졌고, 점점 여성팬들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이 흐름을 이어가기 위한 핵심은 역시 '팬서비스'다. 구단은 선수단 의식 전환을 필두로, 흔히 말하는 '입덕'을 늘리기 위한 자체 콘텐츠 제작, 팬들과 접점을 늘리기 위한 각종 이벤트 개최, 직관의 편의성을 높일 각종 서비스 제공 등에 집중해야 하고, 선수들 역시 팬들과의 스킨십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요즘 여성팬들은 성적이 좋지 않아도, 잘 생기지 않아도, 나를 챙겨주는 팀이나 선수에 더 끌린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Copyright © 스포츠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솔로 끝” 구본승♥서동주, 결혼하나..“이상화♥강남 같은 최고의 궁합”→전화번호 교환 (동치미)
- 배우 주해미, 사망설 진짜였다..“치료 못 받고 떠나”
- 남현희, 전창조 없이 산부인과 찾아. 간호사는 아들로 착각
- 이영애 “쌍둥이 남매 매니저 하느라 힘들어..촬영보다 더 힘든 시간”
- 사유리 “원로 가수가 몇 명과 잠자리 가졌냐고..무서웠다” 성희롱 폭로
- 지드래곤, '조카 바보' 어깨 올라가는 온가족 지원사격...조카도 'PO…
- [SC이슈] "세상이 억까" 이홍기, 최민환 빠진 첫 공연서 '피의 쉴드…
- [SC이슈] 박수홍♥김다예, 백일해 논란 사과에도 갑론을박 "'슈돌'은 …
- "40대 안믿겨" 송혜교, 핑클 이진과 또 만났다..주름하나 없는 동안 …
- 쯔양 '전 남친 착취 폭로' 그후 겹경사 터졌다 "1000만 다이아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