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농업계 스타트업에 필요한 건 ‘중꺾그마’

이유정 기자 2023. 12. 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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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을(乙)·병(丙)·정(丁)도 아닌 '먼지'입니다." 올해 취재과정에서 만난 스타트업 관계자가 전한 말이다.

갑(甲)인 투자업계에 잘 보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조가 담겨 있었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은 1∼2년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자금을 투자받아 사업지표를 만든 후 더 큰 투자를 유치하는 방식으로 성장한다.

투자 빙하기 속 유독 농업계 스타트업이 난항을 겪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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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을(乙)·병(丙)·정(丁)도 아닌 ‘먼지’입니다.” 올해 취재과정에서 만난 스타트업 관계자가 전한 말이다. 갑(甲)인 투자업계에 잘 보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조가 담겨 있었다.

올 초부터 이어진 스타트업 투자 빙하기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스타트업 민관 협력 네트워크인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스타트업 투자 건수는 584건으로 2조3226억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졌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투자 건수는 414건, 투자 금액은 4조9973억원 감소했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은 1∼2년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자금을 투자받아 사업지표를 만든 후 더 큰 투자를 유치하는 방식으로 성장한다. 그런데 투자 유치가 어려워지면서 이들이 자금난을 호소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고금리·고물가·고환율로 대표되는 3고 현상일 것이다. 전쟁과 무역갈등 심화에 따라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자연스럽게 투자도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전망 역시 밝지 않다는 점이다. 11월30일 한국은행은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1%로 낮췄다.

그럼에도 어떤 스타트업은 성장가도를 달린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첨단 정보통신(IT)이 그렇다. 반면 농업계 스타트업은 그렇지 않은 사례가 많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기 힘들어 부가가치가 크지 않을 것이란 편견 때문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투자 빙하기 속 유독 농업계 스타트업이 난항을 겪는 이유다.

하지만 농업계 스타트업의 고군분투는 청년농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김명원 ‘루츠랩’ 대표(27)는 세계 최초로 배 석세포 양산 기술을 개발했고, 김수빈 ‘상상텃밭’ 대표(26)는 경북 안동에서 연간 8000∼1만포기에 달하는 의료용 대마를 재배한다.

농업계에 혁신 열풍을 불어넣는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김희찬 ‘제이디테크’ 대표(48)는 현실화하는 기후위기에 맞서 탄소중립 에너지 자립형 스마트팜을 구상하고 있고, 최성화 ‘지플러스생명과학’ 대표(59)는 국내 최초로 4세대 유전자가위인 ‘크리스퍼 캐스12’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농업계 스타트업이 소외되지 않기 위해선 ‘중꺾그마(중요한 건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가 필요하다. 정부는 이들에게 더 많은 투자와 지원을 약속할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농민신문’의 프리미엄 콘텐츠 ‘애그머니 리포트’가 18일을 마지막으로 모두 40차례에 걸친 연재를 끝낸다. 하지만 이들의 종횡무진은 끝나지 않길 바란다. 나아가 이들이 더욱 활발히 현장을 뛰어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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