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래 그 사연] 트로트 꺾기 창법으로 듣는 ‘산타할아버지 오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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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트로트가 전 국민 사랑을 듬뿍 받아 인기를 이어나가고 있다.
트로트 특징인 꺾기 창법, 바이브레이션, 민초적인 이미지가 성탄절의 경건함과 어울리지 않아서일까? 기록상으로 보면 그러지 않다.
이 노래는 가장 상징적인 캐럴로서 크리스마스에 하얀 눈이 내려 낭만적인 성탄을 즐기고 싶어 하는 꿈을 그린 곡이다.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고 기도하면 그만이지, 노래까지 불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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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트로트가 전 국민 사랑을 듬뿍 받아 인기를 이어나가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도 건재하고 임영웅 콘서트 암표가 500만원을 넘어 문제가 되기도 했다. 트로트는 이제 젊은층도 좋아하는 장르로 거듭났지만 유독 잘 어울리지 못하는 분야가 있는데 바로 캐럴이다.
트로트 특징인 꺾기 창법, 바이브레이션, 민초적인 이미지가 성탄절의 경건함과 어울리지 않아서일까? 기록상으로 보면 그러지 않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많은 가수가 편집 음반 형태로 캐럴 음반을 냈고 대형 트로트 가수는 독집으로 캐럴을 발표했다. 예를 들면 나훈아·남진·하춘화 등이다.
이 중에서 상징적인 트로트 스타 나훈아 음반은 언급해볼 만하다. 나훈아는 1972년 유명 캐럴을 모아 녹음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징글벨’ ‘산타할아버지 오시네’ ‘빨간코의 꽃사슴’ 등이다. 그의 꺾기 창법으로 듣는 캐럴은 1970년대 음악다방에서 난로에다 끓인 엽차를 마시고 전축으로 레코드(LP)를 들으며 크리스마스이브를 즐기던 시절을 연상케 한다.
세월이 흘러 그의 캐럴 음반에 관해 흥미로운 일이 있었다. 2013년 영국의 권위 있는 록 잡지 ‘뉴 뮤지컬 익스프레스(NME)’가 세계 최악의 크리스마스 앨범 재킷 20선을 발표했는데 나훈아의 ‘화이트 크리스마스’ 음반이 들어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나라 사람도 잘 모르는 음반을, 어떻게 영국 록 잡지가 입수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음반 재킷은 나훈아가 사진 촬영할 때 자주 취했던 치아를 드러내고 웃는 자세였는데 아마도 외국인들 입장에선 뭔가 상업적으로 급조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 아닌가 한다.
나훈아가 발표한 1972년 캐럴 음반 타이틀은 ‘화이트 크리스마스’였다. 이 노래는 가장 상징적인 캐럴로서 크리스마스에 하얀 눈이 내려 낭만적인 성탄을 즐기고 싶어 하는 꿈을 그린 곡이다. 1942년 영화 ‘홀리데이 인’에 삽입됐으며 미국 가수 빙 크로스비가 불러 빅히트했다. 이후 수많은 가수가 리메이크했지만 저음으로 부르는 원곡자의 부드러움을 잊을 수 없다.
캐럴(carol)은 ‘둥글게 돌며 노래를 부른다’는 뜻의 불어 ‘carole’에서 유래했는데, 현재는 성탄절 때 부르는 종교적 노래라는 의미로만 사용된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고 기도하면 그만이지, 노래까지 불렀을까. 그만큼 이웃을 사랑하고 자비를 베풀라는 깊은 뜻을 많은 이에게 알리기 위한 옛사람들의 바람이 아니었을까.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낭만과 함께 어려운 이웃도 생각하는 날이 됐으면 한다.
박성건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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