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비대위원장 유력 한동훈, 기회인가 독배인가...본인 결심에 달렸다

이성택 2023. 12. 18.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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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윤 핵심 "지지층 결집, 중도 확장까지 제격"
비주류 반대 여전...18일 연석회의 분수령 될 듯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내년 총선을 앞둔 국민의힘을 이끌 비상대책위원장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유력하게 부상하고 있다. 당 주류인 친윤석열계 핵심 그룹이 한 장관을 강하게 밀고 있고, 윤심(尹心)의 최전선에 있는 대통령실 기류도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한 장관 본인의 선택에 달렸는데 여권의 차기 유력 대선주자라는 점에서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법리스크 이재명과 극명한 대조 강점

김기현 전 대표 사퇴 이후 비대위 체제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는 국민의힘 주류에서는 한 장관을 원톱으로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다. 당 핵심 관계자는 17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한 장관은 전통적 당원의 압도적 지지는 물론, 여당에 비판적인 30·40·50대와 여성들 사이에서도 비교적 평가가 좋다"면서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 결집과 중도 확장이라는 이중 과제를 해결할 사람은 한 장관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매주 두세 번씩 형사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극명한 대조를 이룰 수 있어 정권 심판 구도가 희석될 것이란 기대감도 깔려 있다. 또 다른 지도부 관계자도 "당이 변하려면 큰 에너지가 필요한데, 국민 지지가 높은 한 장관이야말로 그런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거들었다.

지난 7월 17일 국회에서 열린 제75주년 제헌절 경축식에서 이재명(오른쪽 두 번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세 번째) 법무부 장관이 제헌절 노래를 제창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대권주자로서의 위상 생각 안 할 수 없어

관건은 한 장관의 결심이다. 당이 처한 위기 상황과 대권주자로서의 위상을 감안하면 비대위원장 수락이 자칫 독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의 당 수습은 물론 공천 과정에서 이전투구와 암투 속에 내부에도 적을 만들 수 있는 자리다. 취임 직후 직면한 과제도 '야당 공격수'를 자임하던 한 장관의 장기와 거리가 있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과 △윤석열 대통령 검찰총장 시절 징계 취소 소송 △'김건희 특검법'이 대표적이다. 비영남권 재선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에게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 등이 쏟아질 텐데, 이에 한 장관이 기성 정치인처럼 구렁이 담 넘어가듯 두루뭉술하게 답변할 경우 대중의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당내 의견이 모아질 경우 한 장관이 끝까지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란 견해도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자신의 정치 시간표만 앞세워 위기에 처한 당의 요구를 외면한다면, 한 장관은 앞으로도 당의 지도자가 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김한길, 원희룡, 나경원 등판 주장 계속

비주류를 중심으로 '한동훈 비토'도 적지 않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쇄신 대상자들이 자기가 살아남으려고 꼭 하는 짓들이 '김기현 체제 2기'를 언론 플레이를 통해 다시 만들려고 한다"고 꼬집었다. 친윤 핵심 그룹이 물갈이를 피하기 위해 복잡한 당내 역학 구도에 어두운 한 장관을 간판으로 세우려 한다는 인식이다. 김태흠 충남지사 역시 "다 쓰러져 가는 집 문 앞에 페인트칠만 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느냐"며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한 장관이 내년 총선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는 것이 더 낫다는 의견도 나왔다. 3선 하태경 의원은 "복잡한 정치 국면엔 정치력이 확인된 사람이 비대위원장을 하고 한동훈에게는 선대위원장을 맡기는 것이 본인과 당 모두를 위해 더 나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비주류에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나 나경원 전 의원,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등이 대안으로 언급된다.

18일 열리는 국회의원·원외 당협위원장 연석회의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비대위원장론에 대해 수도권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친윤 핵심 그룹이 조직적 찬성 목소리를 낼지 등이 관건이다. 지난 3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판장을 돌려 나 전 의원의 출마를 막고, 김 전 대표의 사퇴 직전까지 그를 엄호한 친윤계 초선 움직임도 관심사다. 재선의 이용호 의원은 "또다시 전당대회 시즌2 같은 세몰이가 벌어지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고 견제했다. 윤재옥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한 장관 비대위원장설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표명하는 분도 있고 걱정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런 이야기를 다 녹여내서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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