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더 알아주는 드론 관제 시스템… 글로벌 기업 꿈꾼다 [우리동네 강소기업]
농업용 드론 중국산 장악, 과감히 해외시장 개척
'노지 스마트 농업 통합 관제기술' 우즈베크 전수
드론·위성 활용 농작물 관측 기술 10여 개국 보급
편집자주
지역경제 활성화는 뿌리기업의 도약에서 시작됩니다. 수도권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고군분투하는 전국의 뿌리기업 얘기들을 전합니다.
단어 연상 퀴즈 하나. '전장(戰場)' '낚시' '택배' '축구' '택시'. 이들 단어를 보고 공통적으로 연상되는 두 글자 단어는? 정답은 '드론'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두 나라 상공엔 매일 수백 대의 정찰·공격용 드론이 날아다닌다. 드론으로 낚시와 축구를 하고 물품을 배달하거나 각종 재난 상황에 투입되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가히 '드론 시대'다. 그러나 국내 드론 시장은 중국산에 주도권을 내줬다. 농업 드론이 특히 심각한데, 지난해 정부 융자 지원을 받은 농업용 드론 10대 중 8대가 중국산이었다. 중국산 드론의 압도적인 시장 경쟁력에 국내 업체는 숨이 막힐 지경이다.
광주광역시 북구 첨단벤처소로에 위치한 업력(業歷) 17년의 드론 시스템 전문 기업 '공간정보'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회사 김석구(57) 대표는 "국내 6,500여 개 드론 회사들 대부분 사정이 다르지 않다"고 했다. 국내 드론 시장을 앞장서서 이끌 만한 국내 기업이 없다는 얘기였다.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김 대표는 과감하게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섰다. 그는 "자체 개발한 드론 제품과 이를 활용한 측량, 원격 탐사, 3차원(3D) 환경 비행 제어 기술 등을 시스템화한 상품을 내놓고 승부를 걸었다"고 했다.
그의 승부수는 빛을 발했다. 우즈베키스탄 농업부가 드론을 활용한 '노지(露地) 스마트 농업 통합 관제 기술'에 관심을 보였다. 노지 스마트 농업은 작물 재배지에 토양 등 21개 항목을 진단하는 센서와 드론,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 기술을 적용, 실시간으로 농작물의 생육 현황 등을 파악해 원격 제어하는 게 핵심이다. 마침 러시아 등에 농산물 수출 확대를 위해 최첨단 드론 기술과 운영 체계 도입이 절실했던 우즈베키스탄 농업부가 공간정보에 손을 내민 것이다.
김 대표는 올해 6월 우즈베키스탄과 협약을 맺고 관련 기술을 전수하기로 했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우즈베키스탄이 노지 스마트 농업 기술을 전수받으려면 공간정보가 개발한 10억~20억 원짜리 관련 드론 시스템을 구매해야 한다. 공간정보는 드론과 위성을 활용한 다계층 농작물 관측 기술과 영농 현황 분석 플랫폼도 개발, 캄보디아와 라오스 등 10여 개국에 보급하고 있다. 공간정보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알아주는 회사로 입소문이 난 이유다. 그 밑바탕엔 공간정보만의 독보적인 기술력이 있었다. 공간정보는 직원이 40명에 불과하지만 드론과 운용 능력, 활용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 공간정보가 자체 개발한 회전익 드론은 2021년 글로벌 뉴스네트워크 에이빙이 주최한 '아시아가 선택한 올해의 제품(VIP ASIA Awards 2021)' 행사에서 아시아를 빛낸 드론으로 선정됐다. 공간정보는 또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가 쌍둥이처럼 상호 작용하는 디지털 트윈 '테라(Terra) 플랫폼'도 개발했다. 드론과 지리정보시스템(GIS)을 기반으로 한 국내 최초 3차원 지형 정보 플랫폼이다.
공간정보가 이처럼 4차 산업 기술과 융합할 수 있는 디지털 트윈 구축 분야 전문가 양성과 장비, 기술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지만 이게 꼭 회사의 영업이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뛰어난 기술력이 되레 독이 되기도 한다. 오차 한계 3~10㎝의 드론 측량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김 대표는 "드론 사진 측량 기술이 너무 정밀한 탓에 지적재조사를 하면 토지 실제 경계·면적 등과 지적공부 등록 사항 간 오차가 너무 크게 나타나 인접한 토지 소유자 간 분쟁을 키우는 결과를 낳는 사례가 많다"며 "이러다 보니 관계 당국에선 드론보다는 인력에 의존한 측량 작업을 선호한다"고 웃었다.
그래도 김 대표는 기술 개발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기야 올해 전국 9개 광역자치단체 농업기술원에 노지 스마트팜 시설을 구축하는 성과를 낸 데 이어 내년엔 농가 실증 사업 계획까지 세운 김 대표가 여기에서 멈출 리 없을 터다. 그는 "이 바닥에서 기술이 없는 기업은 경쟁에서 밀려 도태되기 쉽다"며 "드론 제품 수출 및 플랫폼 서비스 사업에 모든 역량을 결집시켜 노지 정밀 농업 분야 글로벌 회사로서 역량을 한층 더 강화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다짐했다.
광주=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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