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집으로 ‘아파트 마련해 달라’는 아들… "빠듯한 살림에 어쩌죠?” [중·꺾·마: 중년 꺾이지 않는 마음]

2023. 12. 1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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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인생 황금기라는 40~50대 중년. 성취도 크지만, 한국의 중년은 격변에 휩쓸려 유달리 힘들다. 이 시대 중년의 고민을 진단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해법들을 전문가 연재 기고로 모색한다.
경제 : <6> 내 자녀 내집 마련 전략은?
중년기 최대 부담, 자녀 주택 지원금
결혼 자금 '증여세 공제 확대' 활용
‘희생 세대’ → ‘행복 추구'로 변화해야
최근 정부는 결혼하는 자녀에 대한 비과세 증여 금액을 기존 5,000만 원에서 1억5,000만 원으로 한도를 높였다. 이로써 신혼부부는 양가에서 최대 3억 원까지 증여세를 납부하지 않고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오랜만에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반가운 마음도 잠시, 친구는 심각한 목소리로 고민을 털어놓았다. 아들이 결혼하는데 신혼집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친구는 50대 중반을 넘어서는 풍족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여유를 갖고 살았다. 시골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지방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곧바로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 취업해 지금까지 한 직장에서 열심히 샐러리맨으로 살았다. 서울에서 내 집도 마련했고, 두 아들을 대학까지 보냈다. 현금 자산도 넉넉하지는 않지만 생활하는 데 지장이 없는 형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첫째 아들이 직장생활 1년 만에 결혼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래서 신혼집을 마련해야 하는데, 아들은 “신혼집이니, 아파트였으면 좋겠다”고 했단다. 그날부터 밤마다 잠을 이룰 수 없었고, “가족들이 없을 때 주책스럽게 혼자 눈물을 흘린다”고도 했다.

만일 여러분에게 이런 상황이 닥쳤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중년 세대의 자녀들을 ‘MZ세대’ 혹은 ‘콘크리트 세대’라고 한다. 콘크리트 건물에서 태어나 콘크리트 아파트에서 살았고, 신혼 생활도 이런 곳에서 시작해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이들 세대는 대체로 ‘자기’를 중심으로 관계를 맺어왔고, 치열한 경쟁으로 독자 생존의 자아를 형성한 경향이 있다. 그래서 신혼 출발선도 남들보다 앞서야 한다는 경쟁의식이 강하다.

지금 중년 세대의 자녀관도 문제다. 우리가 자녀들을 지나치게 왕자와 공주로 키웠다. 이들은 가정의 울타리 밖에서도 비슷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직장생활에서도 심각한 신구세대 간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물론 현대사회의 불확실성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자녀 세대는 청년실업, 고용불안, 주거 취약, 소득 불평등, 순자산 취약 등의 문제가 심각하다. 반면, 부모 세대는 초고령화 시대에 노후 빈곤 문제를 어떻게 슬기롭게 대비할 것인가에 대해 불안하다. 정부에서도 이런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지만,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부모 세대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슬기롭게 대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대출을 받거나 내 집을 처분하는 등 무리를 해서라도 집을 마련해 줘야 할까? 아니면, 독립성ㆍ자립성을 강조하며 ‘스스로 내 집을 마련하라’고 조언(?)해야 할까? 물론, 자녀에게 내 집을 마련해 줄 수 있는 여유 있는 자산가는 여기서 논외다.

최근 정부는 부모의 부담을 가중(?)시키기 위하여 결혼하는 자녀에게 5,000만 원까지 비과세하던 증여 금액을 1억5,000만 원으로 한도를 높였다. 신혼부부는 양가에서 최대 3억 원까지 증여세를 납부하지 않고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증여할 여력이 있는 부모 세대는 손뼉을 치겠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가슴이 아플 수 있다. 자녀 세대는 증여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 중년 세대는 미성년자가 아닌 자녀에게 무조건적 지원 의무가 없기 때문에 대출을 받아 지원하거나 본인 주택을 줄여서 무리하게 지원하는 경우는 지양해야 한다. 예전에는 60세에 은퇴해 10년 정도 노년 생활을 유지하면 됐지만, 이제는 백세시대를 맞아 20~40년을 유지해야 한다. 부모 세대의 노후 생활도 중요하다. 예전에는 자녀가 부모를 봉양하고 지원하는 가족 문화가 존재했지만 이제는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부모 세대도 이제는 ‘희생하는 세대’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세대’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

부모는 자식에게 무한대로 베풀고, 원하는 것은 무조건 지원하는 것이 부모의 도리라는 생각으로 자식에게 올인하는 경우가 많다. ‘자식의 효도는 부모의 돈에서 나온다’는 우스갯소리지만 일리가 있는 말이 있다. 그리고 “생전에 재산을 빨리 증여해 자녀들이 부모에게 무관심하다고 섭섭해한다”는 푸념도 많이 들린다. 무리하게 자녀를 지원하는 바람에 오히려 본인의 노후 생계가 위협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그래서 부모 세대는 본인의 은퇴 후 생활을 위한 자산과 자녀의 내 집 마련 지원을 위한 자산의 규모를 명확하게 구분해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눈앞의 급한 상황에 따라 대처하면 은퇴 생활의 불안정은 물론, 오히려 자녀들과의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자산관리에 철저한 지표 설정과 실천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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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형 경인여대 교수ㆍ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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