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선용 스펙 위해 임명됐다 3개월도 못 채우고 옷 벗는 산자부장관
윤석열 대통령이 신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에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명했다. 지난 9월 25일 취임한 방문규 현 장관은 내년 총선에서 고향인 수원 지역구에 출마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여권에선 절대 열세인 수도권 판세를 뒤집으려면 경기 남부의 거점이자 더불어민주당이 지역구 5곳을 싹쓸이한 수원에 신선하면서도 지명도 높은 인물을 집중 투입해 바람을 일으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방 장관 등에게 강력하게 출마를 권유하는 상황이다.
이번 총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기본적 의석을 얻지 못하면 윤석열 정부는 남은 3년 동안 식물 정부가 될 것이다. 윤 정부의 연금·노동·교육·규제·재정·산업구조 개혁 등 국가 중대 정책은 좌초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과 여당이 총선 승리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것을 탓하긴 어렵다. 그렇다 해도 취임한 지 석 달도 되지 않은 장관을 선거에 차출한다니 어리둥절할 따름이다. 장관 자리를 얼마나 가볍게 봤으면 이런 인사를 하나.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8월 방 장관을 장관 후보자로 발탁한 배경에 대해 “핵심 전략 산업 육성 및 규제 혁신, 수출 증진 등 산업·통상·자원 분야 국정과제를 잘 추진할 적임자”라고 했다. 그런 말을 했던 사람이 석 달 만의 교체에 대해서는 “정부 대신 국회로 진출해도 국가 전체로 봐서는 크게 데미지(피해)라고 할 건 없다”고 했다. 방 장관을 산자부로 보낸 것 자체가 총선 출마용 스펙 쌓기였다고 인정한 셈이다.
방 장관은 지난 8월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을 때 “무역과 투자 환경, 에너지와 자원 정책의 불확실성이 늘어가고 있다. 우리 산업과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은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미·중 전략 경쟁이 갈수록 심화하고, 지정학 리스크가 유럽을 넘어 중동으로 확산되며 상황은 훨씬 복잡해졌다. 이런 비상시국에 산업 정책의 컨트롤타워를 흔드는 것이 득이 될 리가 없다. 집권당의 총선 한 석을 위해 대한민국의 산업 정책 방향이 석 달 만에 오락가락해도 된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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