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8월 “왜 핵작전 없나” 질책… 이번엔 韓美 ‘핵전쟁’ 대응 훈련 합의
한미 양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고도화에 대응해 내년 8월 한미 연합 연습인 ‘을지자유의방패(UFS)’ 연습 때 처음으로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상정한 핵 작전 시나리오 훈련을 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 등만을 상정한 훈련을 실시했고, 핵 사용을 전제로 한 훈련은 없었다. 양국은 북한의 핵 공격 시 공동 대응에 대한 총체적 지침을 담은 핵 전략 기획·운용 가이드라인을 내년 중 완성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핵 위기 시 한미 정상이 즉각 통화할 수 있는 ‘휴대용 핵 핫라인’도 구축하기로 했다. 이 같은 발표가 나온 직후인 17일 밤 북한은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지난달 22일 이후 25일 만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15일(현지 시각) 워싱턴 DC에서 열린 제2차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가 끝난 뒤 가진 특파원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차장은 “내년도 을지자유의방패 훈련 등 한미 연합 훈련에 핵 작전 시나리오를 포함해서 함께 훈련할 계획”이라며 “그 전에는 북한 핵 공격 시 미국이 알아서 핵 보복을 해줄 테니 안심하라는 핵우산(개념)이었다면 이제는 한미가 처음부터 같이 생각하고 준비하고 연습하고 같이 실행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는 또 이날 NCG 2차 회의가 끝난 뒤 별도의 공동 언론 성명을 통해 “핵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미국 역량으로 뒷받침되는 대한민국에 대한 확장 억제 공약이 확고함을 재확인한다”며 “미국 및 동맹국에 대한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용납될 수 없으며, 김정은 정권의 종말로 귀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한국에 대한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한미가 내년에 처음으로 핵 작전 시나리오 훈련을 하기로 한 데엔 윤석열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현 정부 출범 직후부터 북한의 핵 사용을 상정한 시나리오를 한미 연합 훈련과 정부 을지연습에 포함시켜 실시토록 지시했다. 하지만 지난 8월 실시된 한미 연합 UFS 연습 때에도 이런 시나리오가 포함되지 않자 군 수뇌부와 안보실 고위 관계자들을 질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일부 안보 라인 인사 교체로까지 이어졌다. 윤 대통령이 UFS 연합 연습 중 한미 연합사 전시 지휘 통제소인 CP 탱고를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의 핵 사용 상황을 상정해 한미 양국의 핵과 비핵(非核) 전력을 결합한 강력한 대응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주문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고 한다.
당초 우리 군 당국은 미군 측에 ‘북한의 핵 공격 상황’ 시나리오를 포함해 훈련을 하자고 제안했지만 미측이 소극적이어서 반영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전면전에 대비한 한미 연합 작계(작전 계획) 5015에는 아직까지도 핵 보복(핵우산)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 북한의 대남 핵 공격 시 미국의 확장 억제가 가동되려면 3대 핵 전력(전략핵폭격기, 전략핵잠수함, 대륙간탄도미사일) 등 핵무기를 총괄하는 미 전략사령부의 작계가 가동돼야 하는데 이는 연합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 권한 밖이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는 주로 한국군 무기를 활용하는 재래식 전쟁 작계와, 미 핵 전력(확장 억제) 작계가 따로 작동했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NCG 2차 회의 합의는 그동안 따로 움직였던 한국군의 재래식 무기와 미국의 핵무기를 통합해 운용하는 연습을 제대로 실시하게 됐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지적한다.
김 차장은 “공동 작전 수행이 가능할 정도로 한반도에 적용 가능한 핵전력과 비핵전력의 합치 및 운용 개념에 대해 계속 구체화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내년에도 우리 측을 위해 심화 핵 교육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했다”며 “이렇게 되면 간단히 말해서 우리 측의 ‘핵 IQ’가 계속 높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국군의 재래식 무기와 미국의 핵무기를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계획이 본궤도에 올랐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방종관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전력개발센터장은 “이번 회의의 의미는 통합과 심화라고 볼 수 있다”며 “한미 확장억제운용 도상연습(TTX)에서도 종전엔 위협 분석만 했는데 이제 우리 행동 조치 절차 연습을 하게 된 것도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김 차장은 또 “핵 전략 기획과 운용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계속 협의해 내년 중반기까지 완성하기로 합의했다”며 “북한의 핵 위협을 어떻게 억지하고 대응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총체적 지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여기에 핵 관련 민감 정보 공유 방식, 보안 체계 구축, 핵 위기 시 협의 절차·체계, 양국 정상 간 보안 인프라 구축 및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채널 가동 문제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이드라인에는 북한의 고강도 도발에 맞대응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오산이나 오판을 해 한반도 긴장이 불필요하게 고조되지 않도록 한미 간 메시지 관리 등을 협의하는 절차도 담긴다. 김 차장은 북한의 9·19 남북 군사 합의 파기를 거론하면서 “북한은 3000~4000번 (합의를) 위반해 놓고 군사 합의가 깨진 것은 남한 탓이라고 주장하는데, 위기를 고조시키는 불필요한 메시지는 한미 동맹이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양국 정상 간 보안 인프라와 관련, “위기가 발생하면 양국 정상이 즉각적으로 통화를 하고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며 “이미 양국 대통령께 문제가 발생할 상황에 대비해서 수시로 통화할 수 있는 휴대 장비가 전달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휴대 장비를 전자파 공격에서도 보호할 수 있고 더 안전하게, 위기 상황에서도 문제가 없이 통화할 수 있도록 보완해가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 차장은 전략폭격기 등 전략자산의 한반도 인근 전개와 관련해선 “앞으로 핵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가 확장 억제의 강화와 맞물려 체계적으로 같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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