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 가족 ‘총출동’
타이거 우즈(48)의 열네 살짜리 아들 찰리가 거침없는 드라이버 샷 한 방으로 350야드짜리 14번 홀(파4) 그린에 공을 떨어뜨리자 환호성이 일었다. 왼쪽으로 꺾인 홀인데 숲을 가로질러 겨냥한 공격적인 샷이 캐리(carry·공이 날아간 거리)만 300야드 가까이 된 것. 우즈의 아들이 아버지를 닮아 골프계 수퍼스타가 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 비가 내린 궂은 날씨 속에서도 대회장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17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리츠 칼턴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PNC챔피언십(총상금 108만5000달러) 1라운드. 4년째 우즈 부자가 이 대회에 참가하면서 세계가 주목하는 12월의 골프 행사가 됐다. PGA챔피언스투어 이벤트 대회인 PNC챔피언십은 역대 메이저 대회 우승자 20명이 각자 가족과 한 팀이 되어 이틀간 경기하는 대회. 같은 팀 두 명이 각자 티샷하고 나서 하나를 골라 그 자리에서 두 명 모두 다음 샷을 하는 스크램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공식 경기가 아니기 때문에 카트를 탈 수 있다.
지난 4월 발목 수술을 받아 한동안 대회에 나서지 못했던 우즈는 이달 초 히어로 월드 챌린지에서 하위권인 18위를 차지한 데 이어 이번 대회에 출전해 샷을 가다듬었다. 우즈는 내년 4월 첫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 출전을 겨냥하고 있다.
이날 우즈와 아들 찰리는 8언더파 64타를 쳐 참가 20팀 중 공동 11위를 기록했다. 우즈 부자는 2년 전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다. 맷 쿠처(45·미국)는 아들 캐머런과 대회 최소타 타이기록인 15언더파 57타를 쳐 비제이 싱(피지) 부자 팀 등 공동 2위 그룹(12언더파 60타)에 3타 차로 앞섰다.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53·스웨덴)은 아들 윌 맥기와 함께 공동 7위(10언더파 62타)에 올랐다.
이날 우즈의 딸 샘(16)이 처음 아버지의 캐디로 나섰다. 2011년부터 우즈 곁을 지켰던 캐디 조 러캐바(59·미국)는 지난 5월부터 패트릭 캔틀레이(31·미국)의 골프백을 메고 있다. 샘은 골프보다 축구를 좋아한다. 딸이 경기에 나설 때면 우즈가 응원을 가곤 한다. 어릴 적 ‘세계 최고 스포츠 선수가 누구냐’는 질문을 받고는 “메시”라고 답한 적도 있다. 우즈는 “샘은 집 뒤뜰에서 내가 연습하는 모습을 지켜보지 않고 골프장에도 거의 나가지 않는다”면서도 “이렇게 딸이 캐디를 맡아줘 정말 기쁘다”고 했다.
우즈와 2010년 이혼한 전처 엘린 노르데그렌(43·스웨덴)도 경기를 지켜보았다. 우즈는 “내 아이들이 함께하고 골프 경기의 일부가 되어줄 때 이보다 더 특별한 일은 없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골프 해설가인 노타 비게이 3세(51·미국)는 찰리가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찰리의 드라이버 스윙 스피드가 평균 115~120마일이고 볼 스피드는 170마일대 중반을 기록한다”며 “열네 살 수준이라고 보기 어려운 안정된 샷 능력을 지녔다”고 평했다. 찰리는 지난달 플로리다주 고교 골프 챔피언십 단체전에서 벤저민 고교 대표로 출전해 우승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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