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은 쇼트트랙 열기로 후끈… 김길리 1500m 우승

김영준 기자 2023. 12. 1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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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ISU 월드컵 4차 대회

지난 15~17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5000명 수용)는 빙상 팬들로 북적였다. 2017년 11월 이후 6년 만에 한국에서 2023-2024 시즌 ISU(국제스케이팅연맹) 쇼트트랙 월드컵 대회가 열렸기 때문. 원래는 2020년 12월 월드컵 3차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미뤄져 이제야 그 갈증이 풀렸다. 관중석 곳곳에 ‘단독 박지원 보유국’ ‘믿고 보는 심석희’ 등 국내 주요 선수들 이름이 새겨진 현수막이 내걸렸고, 기념품 판매대도 팬들로 북적였다. 박지원(27·서울시청), 황대헌(24·강원도청), 김길리(19·성남시청) 등 한국 쇼트트랙 간판스타들이 등장할 때마다 환호성이 경기장을 메웠다. 대표팀 선수를 응원하는 팬클럽 회원들은 관중들을 위해 핫팩과 응원 팻말 등을 준비해 나눠주기도 했다. 한국뿐 아니라 중국, 일본 팬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포효하는 '샛별' - 김길리(왼쪽)가 17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ISU 쇼트트랙 월드컵 여자 1500m 2차 레이스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뒤 두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하고 있다. 김길리는 이번 대회 1500m 1·2차 레이스를 석권했다. /연합뉴스

4차 대회 마지막 날이던 17일 남자 1500m 2차 레이스 결승에서 3위로 달리던 한국 대표팀 간판 박지원이 결승선 두 바퀴를 남겨두고 질주를 시작하자 링크장이 함성으로 가득 찼다. 2위 그룹에 코너 반 개 이상 차이로 앞서나가던 윌리엄 단지누(캐나다)와 격차를 무섭게 줄였으나, 결국 역전하지 못하고 사진 판독 끝에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광판에 박지원이 단지누보다 늦었음을 보여주는 판독 사진이 나오자 관중들은 박지원 이름을 연호하며 격려했고, 박지원은 손을 들어 화답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3·은4·동1개를 수확했다. 여자 대표팀 김길리가 1500m 1·2차 레이스를 석권하며 생애 첫 개인전 다관왕 영예를 안았다. 김길리는 이 종목 세계 랭킹 1위다. 월드컵 종합 랭킹 선두이기도 한 그는 2위 크리스텐 산토스-그리스월드(미국)와 격차를 벌리며 ‘크리스털 글로브’(종합 랭킹 1위에게 주는 상)를 향해 순항했다. 그는 여자 3000m 계주에 마지막 주자로 나서 종료 직전 무서운 스퍼트로 4위에서 2위로 순위를 끌어올려 은메달을 가져왔다. 네덜란드가 금메달을 차지했다. 16일 혼성 계주에도 나서 동메달을 획득했던 김길리는 이번 대회 금2·은1·동1을 획득했다.

남자 대표팀 에이스이자 월드컵 종합 랭킹 2위를 달리는 박지원은 16일 1500m 1차 레이스에서 우승했으나, 17일 2차 레이스에선 간발의 차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개인전 금1·동1을 획득한 랭킹 1위 스티븐 뒤부아(캐나다)와 격차를 2점으로 좁혔다. 올 시즌 월드컵 대회는 두 차례(내년 2월 독일 드레스덴, 폴란드 그단스크) 남았다. 박지원은 지난 시즌에 이어 2연속 정상 등극을 노린다. 그는 “축구에 비유하면 1~3차 대회가 전반전, 4~6차 대회가 후반전이다. 이제 후반 15분 정도 지났다”며 “추가 시간에도 승부를 가르는 골이 나온다. 남은 시간을 잘 활용하면 충분히 올라설 수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황대헌과 서이라(31·화성시청)는 각각 남자 1000m와 5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20년 현역 은퇴 후 코치 생활을 하다가 지난해 말 현역에 복귀해 올해 태극마크를 단 서이라는 약 8년 만에 월드컵 대회 개인전 메달을 땄다. 남자 5000m 계주는 4위에 그쳤다. 결승선 14바퀴를 남기고 김건우(25·스포츠토토)가 코너를 돌다가 혼자서 미끄러져 넘어졌다. 남자 대표팀은 올 시즌 월드컵 대회 남자 계주에서 한 차례도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관심을 모았던 황대헌과 린샤오쥔(27·임효준) 맞대결은 린샤오쥔이 발목 부상으로 불참하면서 불발됐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때 한국 대표로 금메달을 땄던 린샤오쥔은 황대헌을 성추행한 혐의로 징계와 재판을 받고 2020년 중국으로 귀화했다. 최종 무죄 판결이 나왔으나 한국에서 선수 생활이 어렵다고 판단해 국적을 바꿨다. 일부 중국 팬은 직전 월드컵 3차 베이징 대회 때 황대헌 숙소를 찾아가 그를 조롱하고 협박했다고 한다. 황대헌은 “그냥 받아들이려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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