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김오랑 명예 회복, 민주당은 뭘 했나
김오랑 중령(추서·육사 25기·1944~1979) 명예 회복 결의안은 2005년 처음 발의됐다. 노무현 정부 3년 차, 당시 17대 국회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150석 가까운 의석이었고 민주노동당(10석)을 합치면 과반이었다. 2004년 탄핵 총선 때 국회에 대거 진출한 86 운동권은 김오랑에겐 별 관심이 없었다. 열린우리당이 국가보안법 폐지 등에 열중하던 시기였다.
당시 결의안은 육사에 추모비를 세우자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국방부가 다른 육사 출신들과의 형평성을 핑계로 소극적이었다. 육사·특전사에서 여론조사를 한다며 시간을 끌었고 17대 국회에서 결의안은 국방위에서 단 두 차례 논의되고 폐기됐다. 당시 안건 토의를 지켜보던 국방부 장관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청와대 회의에 참석한다며 도중에 국회를 떠났다.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무관심 속에 폐기된 결의안은 2009년 18대 국회에서 재발의됐다. 기존 추모비 건립에 무공훈장을 추서하자는 내용이 덧붙었다. 이명박 정부 2년 차, 한나라당이 과반을 하던 18대 국회 때였다. 그러나 상임위 논의조차 못 하고 폐기됐다. ‘독재의 후예’가 다수당이었으니 당연하다고 말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대표발의자를 비롯, 서명자 48명 중 다수가 한나라당 소속이었다. 민주당 86 정치인의 이름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결의안은 최초 발의 8년 만인 2013년에야 본회의를 통과한다. 박근혜 정부 1년 차, 새누리당이 과반을 차지한 19대 국회였다. 정치인들이 갑자기 각성한 결과가 아니었다. 김오랑 추모사업회를 이끌며 국회에 입법 청원을 해오던 특전사 후배 김준철(56·학군 28기)씨가 ‘역사의 하늘에 뜬 별 김오랑’이라는 책을 만들어 국회에 돌렸다. 새누리당 소속 유승민 국방위원장이 이 책을 읽고 의원들을 설득해 안건이 통과됐다.
결의안 통과 10년이 넘었지만 김오랑 추모비는 육사 교정에 세워지지 못했다. 서훈도 무공훈장이 아니라 보국훈장이다. 영화 ‘서울의 봄’ 흥행에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야권은 이 나라 민주화엔 자기네 지분이 100%인 양 호들갑을 떤다. 그러나 지난 정부와 180석 민주당이 김오랑의 명예 회복을 위해 한 일은 거의 없다. 전사(戰死) 인정도 현 정부 출범 뒤인 작년 겨울이었다. 김준철씨는 본지 통화에서 “민주당 86 정치인들에게 김오랑 명예 회복은 그리 매력적인 사안이 아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서울의 봄’은 정위치(定位置)에서 이탈한 군인들이 국체(國體)를 어떻게 유린하는지 묘사하는 영화다. 김오랑은 상관인 특전사령관을 지키는 비서실장이라는 정위치를 고수하다 죽었다. 반면 영화가 흥행하면 대통령 지지율이 폭락할 것이라고 말한 야당의 한 다선 의원은 2013년 결의안 통과 때 투표하지 않았다. 김오랑 명예 회복 과정을 돌아보며 민주당 86들이 국회의원이라는 정위치를 충성스럽게 지켜왔는지 되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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