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낀 세대 ‘4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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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중반 한 대학교수가 캠퍼스를 거닐다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장면을 목격했다.
부산시가 '낀 세대'를 위한 정책 실현에 시동을 걸었다.
따지고 보면 모든 사람이 각자의 이유로 자신이 낀 세대라고 한탄하는 것이다.
결국 세대 내 박탈감 해소를 위해 맞춤 정책만큼 중요한 건 세대 간 이해와 배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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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중반 한 대학교수가 캠퍼스를 거닐다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장면을 목격했다. 여학생이 다리를 벌리고 서 있고 그 사이로 남학생이 머리를 넣어 말뚝박기 놀이를 하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젊은 친구들이지만 저런 일이 가능하다고?” 너무 충격을 받은 교수가 이 신인류의 특징을 분석한 글을 읽은 기억이 있다. 바로 ‘X세대(1970~1980년생)’다. 어떤 정의조차 내릴 수 없다는 의미에서 그냥 ‘X’라 불린 이 세대는 파격 그 자체였다. 하지만 발랄함과 발칙함도 잠시, 그들이 사회생활을 시작할 무렵 IMF 사태가 터졌고 중견으로 자리 잡기 전에 금융 위기가 닥쳤다. 시작은 경쾌했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저주받은 세대라는 별칭이 따랐다. 지금의 ‘4050’이다.
올해 우리나라 중위 나이는 46세다. 4050은 인구통계학적으로나 정치·사회·경제적으로나 중심부를 차지하는 허리 세대다. 하지만 각종 통계수치가 보여주는 요즘 4050의 현실은 사뭇 우울하다. 고용이나 취업 감소율은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고, 내집 보유율도 유일하게 감소 추세다. 위로는 장기집권 중인 선배 민주화 세대에, 아래로는 자녀뻘인 MZ에 치이는 것이다. 이른바 ‘낀 세대론’이다.
부산시가 ‘낀 세대’를 위한 정책 실현에 시동을 걸었다. 부산시의회가 최근 부산시 4050 채용 촉진 지원사업에 5억4000만 원, 부산시 낀 세대 지원 종합계획 수립용역에 8000만 원을 각각 의결했다. 중장년층의 재취업이나 재창업, 노후 설계와 부채 관리, 심지어 자녀교육비 절감 지원 등을 망라한다. 이같은 부산시 정책은 부산시의회가 지난 9월 만 35~55세를 겨냥해 제정한 ‘낀 세대 지원 조례’에 근거한다. 아동 청년 노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복지 혜택에서 소외돼 있다는 문제 의식에서 비롯됐다.
대한민국 전 연령층을 통틀어 전후 베이비 부머인 현재 60대가 제일 복 받았다는 평가엔 큰 이견이 없다. 청년기 무렵 사회가 고도 성장기에 접어 들어 취업 결혼 내집마련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한창 무르익은 국민연금의 수혜자로 지금 개편해도 혜택이 줄지 않는다. 그러나 정작 본인들은 아버지 시대의 권위를 누리지 못하고 자식으로부터는 존중받지 못한다고 푸념한다. 따지고 보면 모든 사람이 각자의 이유로 자신이 낀 세대라고 한탄하는 것이다. 의기소침한 4050도 인구 감소 여파로 정년이 늘어나 최장기간 직장생활을 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진다. 결국 세대 내 박탈감 해소를 위해 맞춤 정책만큼 중요한 건 세대 간 이해와 배려일 것이다.
강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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