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어쩌면

이청산 백산안희제선생 독립정신계승사업회 이사장 2023. 12. 1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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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산 백산안희제선생 독립정신계승사업회 이사장

진산(鎭山)이라 함은 나라의 도읍이나 성으로 둘러싸인 시(市)의 뒤쪽에 있는 큰 산을 말하는데, 나라에 난리가 날 때 난리를 진압하거나 난리가 일어나지 못하도록 그곳을 주산으로 정하여 제사를 지내던 산을 말한다. 나라의 주산은 조선 시대에는 오악(五嶽)이라 하여 동쪽의 금강산, 남쪽의 지리산, 서쪽의 묘향산, 북쪽의 백두산, 그리고 중심의 삼각산을 이르는 말이었다.

부산에도 많은 산이 있으나 이런 기준에서 보면 부산의 진산은 금정산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금정산에는 산림청이 지정한 희귀식물 27종(멸종위기종 4종, 위기종 7종, 취약종 6종, 약관심종 8종, 자료부족종 2종)과 멸종위기 1급인 수달과 멸종위기 2급 담비, 삵이 살고 있다.

금정산성 성벽의 길이는 18.845(기존 17.337)km로서 인공으로만 쌓은 성벽의 길이로서는 국내에서는 가장 규모가 큰 산성이며 1971년 2월 9일 사적 제215호로 지정됐다. 부산시 자료에 따르면 금정산에는 총 59개의 공식, 비공식 등산로가 있는데 이 가운데 지정 등산로는 27개다. 그리고 트레킹 코스는 갈맷길 7코스(금정산 구간 19.8Km), 금정산 둘레길(88.6KM)과 금정산 숲속 둘레길(56.3km) 그리고 범어사에 딸린 산내 암자 11곳을 스님들이 포행(布行·승려들이 참선을 하다가 잠시 방선을 하여 한가로이 걷는 것)하듯 걷는 지장암에서 시작해 계명암~청련암~내원암~원효암~대성암~안양암~금강암~사자암~만성암까지 이어지는 범어사 11암자길이 있다.

금정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자는 목소리가 2012년 처음 나왔다. 그리고 그때 함께 추진하던 무등산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됐고 그 뒤에 태백산과 팔공산이 지정됐다. 국립공원이란 국가의 대표적인 자연생태계와 뛰어난 자연 및 문화유산 등을 온전하게 보전하고, 지속가능한 이용과 혜택이 미래세대에 이어지도록 국가가 지정 관리하는 보호지역이다. 지리산을 1호로 팔공산까지 현재 23개의 국립공원이 지정돼 있다.

금정산국립공원 지정은 부산시민에게 국립공원 서비스 제공이라는 측면에서 서울과 대전 대구 광주에 있는 국립공원 서비스(산림형)의 지역간 불균형 해소, 강원도 태백에서 시작된 낙동정맥의 국토생태축 연계와 기후변화 거점으로 동남권 자연생태계 및 생물종 보전과 활용거점으로 필요하다. 아울러 지역 문화보전과 연계 활용, 그리고 부산의 관광자원개발 및 이미지 향상, 훼손되고 있는 금정산을 전문관리기관에 의한 체계적 관리로 지켜야 한다는 측면에서 필요하다.

금정산은 동래구와 북구 금정구 양산시에 걸쳐 있는데 전체로 보면 84%가 사유지이고 국공유지는 16%이다. 사유지의 비율이 매우 높은 편이지만 국립공원 지정의 기준은 아니며, 보전과 활용이 필요한 곳은 국가가 매입해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또 하나의 산악형 국립공원 추가라는 측면에서 자연자원이 빈약하고 훼손된 자원이 많은데 이것은 자연자원의 충분한 조사를 통한 자료 확보가 필요한 부분이다. 앞으로의 추진방향은 2030년까지 보호지역을 국토 대비 30%로 확대해야 하며 여러 문제점은 선 지정 후 보완하고 사유재산 침해대책을 강구(공원구역내 사유지 최소 포함, 공원구역내 사유지 포함시 장기 매수계획 수립)해야 한다. 그리고 용도구역을 두어 공원문화유산지구의 재검토, 범어사와 지속적인 소통이 필요한 것은 물론 시민 의견수렴도 거쳐야 한다. 2018년 금정산을 찾은 시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을 시민 86%이상이 찬성하고 있다.


부산은 2030세계박람회를 유치하려다 실패했다. 그러나 이것은 새로운 걸음을 시작하라는 부름일 수 있다. 어쩌면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 게 지구라는 별이 겪고 있는 기후위기를 타개하는 첫걸음이라는 부름일 수 있지 않을까?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사태를 겪은 이 별의 사람들은 생명의 가치를 재인식하는 새로운 가치관이 필요하게 됐다. 금정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오늘 부산을 살고 있는 생명과 내일 부산을 살 생명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하기 위해 부산시와 시민이 힘을 모으는 게 더욱 중요하지 않을까? 금정산은 우리만의 산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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