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번째 마지막으로 연주한 임윤찬… 남다르다는 것 바로 느껴
무대 뒤에서 피아니스트 임윤찬(19)이 떨고 있다. 미 여성 지휘자 마린 올솝(67)이 다가와 이렇게 다독인다. “내일이면 모든 게 끝날 거야. 그냥 즐겨.” 잠시 후 긴장 속에서 무대에 올라간 임윤찬은 질풍노도처럼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을 협연한다.
오는 20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크레셴도’는 지난해 반 클라이번 콩쿠르 결선 무대 직전의 장면에서 출발한다. 크레셴도는 ‘점점 크게’라는 음악 용어. 제목처럼 다큐는 콩쿠르 현장 취재기인 동시에 대회 60년 역사상 최연소 우승자인 임윤찬의 스타 탄생기(誕生記)라는 두 성격을 갖고 있다.
다큐를 연출한 헤더 윌크 감독은 17일 서면 인터뷰에서 “임윤찬의 연주에 지휘자 마린이 감정적 격동에 휩싸이는 모습이 화면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연주가 끝나고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에 마린 역시 임윤찬과 포옹한 뒤에도 자신을 다잡으려고 무척 애썼다”고 했다.
출산을 앞둔 임신 6개월째의 러시아 피아니스트, 어릴 적 넉넉지 않은 집안 형편 때문에, 쓰레기장에 버린 낡은 피아노로 연습했던 미국 피아니스트까지…. 다큐는 임윤찬 외에도 본선 진출자 30명의 인간적 사연을 가감 없이 담아낸다. 당시 전 세계에서 참가 신청한 지원자는 300여 명. 하지만 본선 1차(30명), 2차(18명), 준결선(12명), 결선(6명)을 거치면서 탈락자가 속출하고 희비도 극명하게 엇갈린다. 윌크 감독은 “어릴 적 피아노와 트럼펫을 배웠지만 콩쿠르를 참관하거나 촬영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 직전에는 아마추어 로데오 선수들의 대회를 촬영했다”고 했다. 그는 “로데오와 콩쿠르는 엄연히 다른 세계이지만 참가자들의 보이지 않는 사연을 전달하는 것이 목표 가운데 하나였다”고 했다.
30명이 겨루는 본선 1차에서 임윤찬은 마지막 서른 번째로 모차르트 소나타를 연주했다. 윌크 감독은 “피아니스트를 무려 29명 촬영한 뒤에 그가 무대로 올라왔지만 피아노에 대한 지식이 있든 없든 임윤찬의 연주가 남다르다는 것만큼은 알 수 있었다. 그가 18세라는 사실을 누구도 믿을 수 없었다”고 했다.
지난해 콩쿠르 우승 당시에 쏟아진 ‘임윤찬 어록(語錄)’은 이번 다큐에서도 이어진다. ‘누구를 위해 연주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하늘에 있는 예술가들을 위해서”라고 답하고, 연주 직전 인터뷰에서는 “외로운 순간에 음악의 꽃이 핀다”고 말한다. 다큐는 지난 8월 제천 국제음악영화제를 통해 첫선을 보였고 이번에는 임윤찬의 인터뷰와 연주를 추가한 감독판을 개봉한다. 윌크 감독은 “이번 경험을 통해서 예술과 스포츠 분야에서 빼어난 재능을 지닌 사람들을 다루는 프로젝트를 기획 중”이라며 “이번 다큐는 내게도 향후 작업에 대한 청사진이 됐다. 기회가 닿으면 한국에서도 작업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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