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캐럴과 송년음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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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여기저기서 캐럴이 들린다.
음악계는 이 시기엔 대부분 송년음악회를 개최한다.
이 송년음악회의 내용은 아무래도 크리스마스에 관련된 게 많다.
그러나 송년음악회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은 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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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여기저기서 캐럴이 들린다. 어느 새 그런 계절이 되었다. 또 한 해가 가는 것이다. 성탄절의 분위기가 이전보다는 많이 퇴색됐지만 그래도 캐럴을 들으면 우리는 무언가 마음에 따듯한 추억을 떠올린다. 1차대전 때 치열한 참호전 속에서 어디선가 울리는 캐럴을 들으며 양측 군인이 전투를 중단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것이 캐럴의 힘인 것이다.
음악계는 이 시기엔 대부분 송년음악회를 개최한다. 그리고 긴 시즌 아웃에 들어간다. 이 송년음악회의 내용은 아무래도 크리스마스에 관련된 게 많다. 그 중 단골로 무대에 오르는 곡들의 면면을 보자면 하프 반주가 아름다운 합창곡 벤저민 브리튼의 ‘캐럴의 제전’과 바흐의 ‘크리스마스 칸타타’도 이 시기에 자주 연주된다. 클라라와 호두까기 인형이 쥐의 군대를 물리치는 호프만의 동화가 원작인 차이코프스키의 발레음악 ‘호두까기 인형’은 어느 순간 크리스마스에 가족들이 함께 보는 대표적인 작품이 되어 버렸다. 이국적인 여러나라 춤곡들이 특히 재미있고 뛰어나다.
그러나 성탄절 음악의 백미는 역시 헨델의 ‘메시아’일 것이다. 당시 오페라 사업의 실패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던 헨델은 오라토리오란 장르에 도전한다. 오라토리오는 보통 선지자나 사도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나 이 메시아는 예수의 탄생과 수난 부활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빈민들의 구제를 위한 자선음악회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대성공을 거두었고 헨델의 생전에만 수십 회가 연주되었다. 이 메시아는 오라토리오 중 단연 최고의 걸작이다. 총 53곡으로 된 이 대작이 단 24일 만에 작곡되었다는 것은 이 작품이 인간의 영역에서 벗어나 어떤 계시로 작곡되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헨델 자신도 초연 때 “나는 하나님을 보았다”고 고백했다. 모든 곡이 다 좋지만 마지막 곡 아멘 코러스는 가히 다성음악의 최고의 경지를 보여준다. 각 성부들이 치열하게 엮어내는 선율들의 얽힘은 마치 씨줄과 날줄이 엮어내는 거대한 직조물같다. 정말 장엄하고 숭고하다. 메시아야 말로 가장 성탄절의 의미에 적합한 음악이다.
그러나 송년음악회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은 또 있다. 연말에 세계 어디선가 꼭 연주되는 음악! 바로 베토벤의 ‘합창교향곡’이다. 이 위대한 걸작에는 공전절후란 수식이 붙는다. 이미 완전히 청력을 잃은 상태에서 작곡된 이 곡은 교향곡 사상 처음으로 파격적으로 인성이 도입된다. 이 곡은 이 외에도 악기법, 악장 배치, 규모 등 당시의 규범을 뛰어 넘는 다양한 시도가 많이 보인다. 광막한 우주의 느낌을 갖는 공허하고 장엄한 1악장을 거쳐 2악장의 광란의 스케르초, 그리고 천상의 평화를 연상케 하는 3악장을 거쳐 4악장에서 비로소 ‘온 인류가 하나되자’고 외치는 환희의 합창이 나온다. 쉴러의 ‘환희의 송가’가 그 텍스트다. 이 장대한 곡은 70분이 넘는다. CD음반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그 용량을 이 합창교향곡 전곡을 실을 수 있게 설정했다는 것도 유명한 일화이다. 음악으로 신과 가까워지려고 한 베토벤은 이 곡에서 온 인류가 하나되는 이상향을 주장하고 있다.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반목은 한 해를 보내는 이 시점에 왜 합창교향곡이 불리워지는지 그 이유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맘때면 많은 송년회가 있고 또 여러 종류의 송년음악회도 열린다. 송년음악회가 낯선 분들에게 올해는 음악회로 송년을 하는 것을 강력하게 추천드린다. 해마다 하는 일이지만 새삼 올해도 메시아와 합창교향곡을 들으며 나는 나만의 성탄과 송년의 의미를 되새겨 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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