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426] 산삼의 잎사귀 수
산의 명당에서 몇 시간 놀다 오면 몸에 정기가 충전되는 것 같다. 앞이마 쪽으로 기운이 짱짱하게 충전되는 맛이야말로 산의 맛이다. 골산(骨山)의 향이 에스프레소라고 한다면 육산(肉山)은 커피의 콜드브루 맛이다. 세상에 태어나서 이 맛도 모르고 죽으면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산의 에너지와 기운에만 관심이 쏠려 있는 나 같은 풍수 마니아에게는 약점이 있다. 식물과 약초에 무지하다는 사실이다. 이름을 알아야 대화가 되는 법. 꽃과 약초 이름을 모르니까 풍성한 대화가 어렵다. 가끔 식물 도감을 펼쳐 놓고 공부는 해보지만, 역시 전문가를 만나야 공부가 쉽게 된다.
강원도 점봉산을 오르다가 약초꾼 태산을 알게 되었다. 경력 25년 차였다. 주중에는 서울에서 약초 백숙 식당을 운영하다가 주말이 되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산을 탔다고 한다. 내가 슬며시 한마디 던져 보았다. “산신령 만나 봤나? 산신령 못 만나 봤으면 헛방인데?” “계방산 운두령(1089m) 고개에서 텐트 치고 잠잘 때 하얀 소복 입은 여자 2명이 꿈에 나타난 적은 있다. 그 꿈 꾸고 산삼 두 뿌리 캤다. 소복 입은 여자는 산신령이 보낸 심부름꾼 아니겠나!” 태산의 설명에 따르면 산의 정기는 산삼에 뭉쳐 있다는 주장이다. “산삼도 못 먹어 봤으면 산의 정기를 안다고 할 수 없다”며 나를 쥐어박았다.
그는 나에게 현장 강의를 했다. 우선 산삼 씨는 껍질이 두껍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래서 새가 산삼 씨를 먹고 위장에 들어가야 이 껍질이 녹는다. 껍질이 녹은 상태에서 새가 똥을 싸면 산삼 씨가 자연스럽게 발아한다. 조복삼(鳥腹蔘)이다. 산삼은 발아하면서 처음에는 잎사귀가 3장 나온다. 4~5년 자라면 잎이 5장으로 늘어난다. 5장이 되면 이때부터 산삼으로 인정한다. 다시 2~3년 자라면 옆으로 가지가 하나 뻗는다. 가지가 뻗으면서 잎사귀도 3장이 새로 솟는다. 그러다가 2~3년 더 자라면 잎이 2장 추가된다. 잎사귀가 총 10장 된다. 좀 더 자라면 다시 가지가 하나 새로 나오고 여기에 잎이 3장이 솟아나오고 좀 더 있다가 2장이 추가로 자란다. 가지 하나마다 이파리는 5장이 붙는 게 산삼의 습성이다. 이런 식으로 계속 자란다. 가지가 6개가 되면 잎사귀는 30장이 된다. 드디어 산삼의 완성태이다. 이걸 ‘육구만달’이라고 부른단다. 대략 30년이 걸린다. 등산 물병에 있던 산삼주 한잔을 얻어 먹으니까 역시 다른 기운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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