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저탄소 SAF에만 보조금… 항공유 수출강국 韓 “속 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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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지속가능항공유(SAF)에 세액공제 형태로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이 SAF 수입을 늘리면, 한국 정유사들의 대미 항공유 수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기존 항공유에 비해 탄소 배출량을 50% 이상 줄인 SAF를 판매하거나 사용할 경우 감축한 수준에 따라 갤런당 1.25∼1.75달러 세액공제를 받는다.
미국 내 SAF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한국에서 수입해 가는 항공유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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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F, 탄소배출량 최대 80% 줄여
韓, 법 미비로 SAF 생산 불가능
“선진국 따라가려면 적극지원 필요”
미국 재무부는 15일(현지 시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근거로 SAF에 대한 보조금 지급 기준을 공개했다. 미국에서 기존 항공유에 비해 탄소 배출량을 50% 이상 줄인 SAF를 판매하거나 사용할 경우 감축한 수준에 따라 갤런당 1.25∼1.75달러 세액공제를 받는다. 이에 따라 항공사와 SAF 생산자가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보조금 지급 대상은 올해 1월 1일 이후 사용분으로 소급 적용된다. 재무부는 내년 3월 1일 전에 보조금 지급의 기준이 될 구체적인 감축량 계산법을 추가로 공개한다고 밝혔다.
SAF란 석유나 석탄 등 기존의 화석 연료가 아닌 폐식용유, 에탄올 등 친환경 원료로 만든 항공유다. 기존 항공유보다 가격은 2∼3배 비싸지만, 탄소 배출량을 50∼80% 줄일 수 있다. 글로벌 정유업계에서는 SAF가 비싸기 때문에 사용 확대를 위해 보조금이 필요하다고 요구해 왔다. 미국의 이번 조치로 SAF의 가격 경쟁력이 생기면서 SAF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인 모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해 31억2430만 달러(약 4조400억 원)였던 SAF 시장은 2027년 215억6520만 달러 규모로 커진다.
한국 정유업계는 미국의 조치에 대해 ‘속이 타들어 가는’ 상황이다. 미국이 수입하는 항공유의 절반가량이 한국산이다. 지난해 미국은 하루 평균 12만 배럴의 화석 연료 항공유를 수입했는데, 절반이 넘는 6만4000배럴을 한국에서 수입했다. 미국 내 SAF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한국에서 수입해 가는 항공유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SAF 시장은 블루오션으로 꼽히지만, 국내 정유업계는 글로벌 SAF 시장에 발도 디디지 못하고 있다. 현행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에는 SAF가 석유대체연료에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석유 이외의 원료로 석유 제품을 만들면 불법이다. 이로 인해 정유사들은 SAF 개발 연구를 하고 있지만, 정작 생산시설을 확보하지 못했다. 그나마 지난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정유사의 사업 범위를 ‘친환경 정제원료를 혼합한 것’까지 확장하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국내 정유사들이 SAF 사업을 할 수 있는 법 정비가 이제야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법이 개정되더라도 정유사들이 생산설비를 갖추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사이 글로벌 SAF 생산자들은 기술과 품질을 높여 가고, 판매 활로를 갖춰 갈 가능성이 크다. 미국, 유럽, 일본 등 국가들은 SAF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은 SAF 후진국이다. 외국 공항들은 SAF 보급에 적극적이지만, 한국은 공항에 SAF 급유 시설도 없다”며 “외국 항공사들이 한국 공항을 외면하면 미래 항공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속가능항공유(SAF) |
석유가 아닌 동식물성 바이오 기름이나 합성원유 등에서 추출한 친환경 항공유. 기존 항공유 대비 탄소 배출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 |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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