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 대신 ‘영유 입시’ 내몰린 아이들

박귀엽 부산검찰어린이집 원장 2023. 12. 1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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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의 입시는 대학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소위 인서울대를 가기 위해, 혹은 내년도에는 늘어날 의대 정원을 기대하며 수능을 치자마자 곧장 재수에 돌입했다는 수험생만의 얘기는 더욱 아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소위 영유라 불리는 영어유치원(유아 대상 영어학원)은 대학 등록금의 2배에 달하는 학원비에도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

아이들은 놀아야 할 권리가 있고 영유아 시기 특성상 실컷 뛰어놀아야만 폭발적인 배움이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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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귀엽 시민기자의 육아 본질 <8> 놀이가 고픈 아이들

대한민국에서의 입시는 대학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소위 인서울대를 가기 위해, 혹은 내년도에는 늘어날 의대 정원을 기대하며 수능을 치자마자 곧장 재수에 돌입했다는 수험생만의 얘기는 더욱 아니다. 특정 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초중고생도 밤잠 설치는 수험생 수준인데 갈수록 연령이 내려가 이젠 유아까지 입시를 치르는 모양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소위 영유라 불리는 영어유치원(유아 대상 영어학원)은 대학 등록금의 2배에 달하는 학원비에도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 유아기 때 영어교육에 집중하면 영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향후 고입·대입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최근 모 사립초 입학에 영어면접을 치르고 영어로 자기소개 영상을 제출하도록 하여 가뜩이나 논란이 되는 유아 영어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정규 교육과정에는 영어가 없다. 초등학교도 3학년부터 영어가 있다. 허나 유아 대상 영어학원의 입학설명회가 문전성시를 이루고, 그곳에 입학하기 위해 영재 테스트, 영어 레벨테스트를 거친 선택된 유아만이 대열에 진입할 수가 있는 현실이다. 그래서 이 레벨테스트에 합격하기 위해 과외를 받는다고도 한다.

어린이집과 유치원도 만만치가 않다. 내년도 입학을 준비하는 요즈음, 각 기관 입학설명회를 들여다보면 정규 교육과정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특별활동 일색이다. 빠질 수 없는 영어에 한글 수학 체육 미술 음악 등의 프로그램이 다양한 경험 제공이라는 명목으로 자리한다. 마치 그 기관에 다니면 우리 아이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유능한 사람이 되는 양, 자신감을 불러일으킨다. 학부모들 사이에 소문난 기관일수록 프로그램의 가짓수는 늘어만 간다.

아이들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놀러 가야만 한다. 공부하러 가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은 놀아야 할 권리가 있고 영유아 시기 특성상 실컷 뛰어놀아야만 폭발적인 배움이 이루어진다.

유아기에 길러야 할 자조 기술, 기본생활 습관 등이 부모의 지나친 학습 욕구 때문에 잃게 된다면 그야말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될 것이다.

사교육비 부담 또한 저출산의 대표적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박진백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이 2009∼2020년 국내 16개 광역지자체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전년도 1인당 사교육비가 1% 증가하면 합계출산이 약 0.0019명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 의원은 “유아 사교육 시장이 지나치게 팽창하면서 유아 시절부터 부모의 배경에 의한 교육 불평등이 유발되고 있다”며 “영유아에 대한 과잉교육을 방지하고 아이들이 발달 과정에 맞게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 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오늘도 우리 아이들은 피곤하다. 해야 할 과업이 많은 대한민국의 아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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