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캠리·쏘나타… ‘내연차 전설’들이 사라진다
독일 폴크스바겐의 해치백 ‘골프’는 내년 출시 50주년을 맞는다. 반세기 동안 세계에서 3500만대 이상 팔리며, 폴크스바겐을 넘어 독일차의 상징과도 같은 차였다. 특히 독일이 원조인 디젤 엔진 기술로 2015년 미국에서 1만3250㎞를 달리는 동안 연비가 1L당 34.5㎞를 기록해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2005년 이후 지금까지 5만대 가까이 팔렸다. 2014년에는 준중형 해치백 시장에서 국산차인 현대차 i30를 제치고 연간 판매량 1위를 차지한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적도 있다.
하지만 현재 8세대인 골프가 9세대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폴크스바겐이 내연차 골프 단종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2025년 이후 출시될 준중형 전기차 이름에 골프가 들어갈지 등이 검토되고 있을 뿐이다.
전기차 대전환 앞에서 수십 년간 글로벌 시장을 호령했던 ‘레전드 카’(전설적인 차)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강화되는 배출가스 규제에 맞는 친환경 미래차를 개발하는 데 역량을 더 집중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는 미래차 시대에는 미국의 테슬라나 중국의 BYD(비야디) 같은 신생 기업이 언제든 100년 역사의 완성차 기업을 제칠 수 있다. 기업들이 브랜드를 대표하는 ‘아이콘’이라도 비용 절감을 위해 과감히 단종하는 이유다.
◇캠리·쏘나타...물러나는 국민 중형차
일본과 한국에서 ‘국민차’로 불리던 도요타 캠리와 현대차 쏘나타도 나란히 차세대 내연기관 모델 개발이 중단됐다. 캠리·쏘나타 이름이 전기차로 부활할지도 불투명하다.
1980년 출시된 캠리는 가솔린 중형 세단의 대명사로 통한다. 2002년부터 15년 연속 미국에서 승용차 판매 1위 기록을 세우며 글로벌 시장에서 여태껏 2100만대가 팔렸다. ‘고장 안 나는 일본차’란 명성과 함께 도요타란 브랜드를 세계에 알린 차이기도 하다. 내년에 11세대 캠리가 판매를 시작한다. 하지만 하이브리드만 판매한다. 거기다 이번이 마지막 캠리일 수도 있다는 전망도 많다.
1985년 출시된 쏘나타 역시 캠리와 글로벌 시장에서 겨루며 940만대 판매 기록을 쌓았다. 8세대 모델까지 이어지면서 현재까지 국산 최장수 모델이란 기록도 갖고 있고, 취업이나 결혼과 동시에 구입하는 ‘국민차’로 오랫동안 명성을 다져왔다. 쏘나타 자체가 한국 자동차 산업의 역사라는 평가도 많다. 캠리와 경쟁하며 미국에 한국차를 알린 일등 공신이기도 하다. 하지만 쏘나타 역시 차세대 내연차 개발이 중단된 상태이다. 하이브리드나 전기차로 명맥을 이어갈지도 불투명하다.
◇TT·카마로·CLS는 아예 단종
전기차 시대에 이름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지는 모델들도 줄줄이 나오고 있다. 독일 아우디의 소형 쿠페 스포츠카 TT가 그중 하나다. 지난달 10일 헝가리 공장에서 생산된 66만2762번째 TT를 끝으로 25년 만에 단종됐다. 2007년 세계 3대 자동차상으로 불리는 ‘월드카 어워즈’에서 최고 디자인상도 받은 인기 제품이었지만 변화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GM(제너럴 모터스)의 대표 스포츠카 중 하나였던 ‘카마로’도 다음 달 생산 종료를 앞두고 있다. 1966년 출시돼, 포드 머스탱과 더불어 50년 넘게 ‘아메리칸 머슬카’를 대표했던 차다. 영화 ‘트랜스포머’에 나오는 자동차 캐릭터 ‘범블비’의 모델로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메르세데스 벤츠도 브랜드의 첫 쿠페 세단인 CLS를 단종한다. 한국에서 인기인 E클래스를 기반으로 개발된 데다 유려한 디자인으로 국내에서 특히 인기였다.
◇구조조정 더 빨라진다
레전드 카 구조조정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미국·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배출가스·연비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어, 기업들이 친환경차 판매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2026년부터 미국 내 판매한 차의 평균 연비가 1L당 약 25㎞를 넘어야 한다.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가솔린 차만으로는 이 기준을 맞추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어길 경우 대규모 과징금을 물게 돼 다수 기업이 차세대 내연차 개발을 속속 중단하고 있다.
미래차에 과거 레전드 카의 이름을 계속 써야 하는지도 논쟁 거리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같이 새로운 시대의 차를 만든 뒤 전성기가 지난 골프·쏘나타 같은 옛 명차 이름을 붙이는 게 과연 소비자들에게 통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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