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측 분야 선도 기업… 수익 15% 재투자해 신제품 개발
인천시 미추홀구의 계측 기기 제조 업체 ‘한영넉스’의 품질관리과 사무실. 이곳에선 한 대당 크기가 가로 2m, 세로 1m 남짓한 대형 모니터 6대를 통해 중국·베트남 등 한영넉스의 해외 공장에서 제작 중인 계측기 부품 상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 한영수(76) 한영넉스 대표는 “부품 제조 단계부터 품질을 꼼꼼히 챙긴 것이 한영넉스가 51년간 장수한 비결”이라며 “창업 초부터 수익의 15%를 재투자해 신제품 개발, 해외시장 진출 등 도전을 해왔다”고 했다.
한 대표는 대학(서울산업대 전자과) 졸업후 25세였던 지난 1972년 자본금 3만원과 직원 2명으로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천막공장에서 한영넉스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플라스틱 사출기(원하는 모양대로 찍어내는 기계)에 들어가는 온도조절기 제조업체였지만, 현재는 타이머·기록계와 같은 계측기는 물론, 전력 조정기 등 총 8000여 종의 제품을 시장에 내놓은 계측 분야 선도기업으로 통한다. 연매출 650억원(지난해 기준)에 국내 직원 200명, 중국·인도네시아·베트남 등 3국에 현지 직원 1000명을 두고 있다.
한 대표가 처음 창업했을 때만 해도 산업용 온도 조절기는 일본산 제품이 독점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외산은 가격이 비쌀뿐더러 수리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고, 한 대표는 이를 파고들었다.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부품과 중고 부품으로 기계를 만들어 가격을 외국산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췄고, ‘24시간 콜센터’ 운영으로 차별화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틈이 날 때면 문래동의 천막 공장에서 기계를 분해·조립하길 반복하며 기술 개발에 몰두했다고 한다.
1978년 중동발 오일 쇼크로 국내 제조업이 힘들어지면서 온도 조절기 같은 산업용 계측기 수요가 급감했지만, 한 대표는 여기서 돌파구를 찾았다. 산업군별로 요구하는 온도 제어 범위나 센서 반응도가 다르다는 점에 착안해 한영넉스의 제품군을 20여 개에서 800여 개로 늘렸다. 다양한 제품을 기반으로 새로운 산업군에 진출해 위험을 분산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입력 센서와 출력 센서가 합쳐진 ‘입출력 멀티 컨트롤러’를 국내 최초로 출시했다.
한영넉스는 동남아 진출 1세대 기업이기도 하다. 한·중 수교(1992) 다음 해인 1993년 중국에 진출했고, 2000년대 초반 한국 기업의 불모지였던 동남아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한 대표는 “중소기업이 자생적으로 외국에서 제조·판매를 하며 살아남는 건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이었지만, 리스크가 클수록 기업이 성장한다고 믿었기에 용기를 냈다”고 했다. 일찍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 한영넉스는 1994년 수출 100만달러 달성을 시작으로, 2012년 1000만달러, 2021년 2000만달러를 돌파했다.
한 대표는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해 “‘위기는 곧 기회’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몸이 아프면 병명을 알아내 약을 처방받는 것처럼 기업도 장수하기 위해 수시로 문제를 찾고 고쳐나가야 한다”며 “당장 회사의 자산·부채 상황, 제품 개발 상황을 재점검하는 등 내부에서부터 위기관리를 해야 한다”고 했다.
한 대표는 지난해 AI(인공지능) 연구소도 설립했다. AI 기술을 활용해 제어 최적화, 효율화 등이 가능한 혁신 제품을 내놓겠다는 목표다. 한 대표는 “바깥 상황이 안 좋다고, 자신 없다고 움츠리면 기업은 도태된다”며 “‘내일 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끊임없이 도전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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