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드래곤 두 번 죽이는 경찰의 수사 해명/‘구체적 제보 있었다’ ‘밝히지 못한 것이다’
마약 투약 혐의를 받아온 가수 지드래곤(본명 권지용)에 대해 혐의 없음 결론이 날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경찰청은 다음 주 중으로 권씨에 대해 불송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그동안 권씨를 소환하는 등 수사를 펴왔다. 간이시약검사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밀 감정 등을 실시했다. 모든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왔고, 더 이상 수사도 진척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은 ‘혐의 없음’에 따라 내리는 수사 종결이다.
권씨는 지명도 높은 연예인인 만큼 수사 초기부터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일부 언론에서는 권씨 주변인들과의 관계까지 거명하며 투약 의혹을 제기했다. 또 권씨의 평소 행동에서 ‘마약 투약자의 반응’이라며 이상행동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권씨에는 치명적인 타격이 가해진 셈이고 실제로 광고 계약 해지 등의 불이익이 거론되기에 이르렀다. 이랬던 수사가 ‘혐의 없음’ 결론으로 끝나가는 것이다. 무리한 수사였다는 법조계 비난이 있다.
경찰이 ‘무리한 수사가 아니었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나섰다. 김희중 인천경찰청장이 직접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수사 종결의 배경을 설명했다. “내사 단계였던 권씨를 정식수사로 전환한 이유는 제보가 구체적이었기 때문”이라며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또 “구체적 제보가 나왔다면 수사에 착수하는 것이 경찰의 의무”라며 “관련자 등에 대해 수사를 했지만 범죄사실은 발견하지 못한 것”이라고도 했다.
대단히 부적절한 해명이다. 김 청장의 해명 속에 권씨에 대한 2차 가해가 있다. ‘(공개 수사를 시작할만한) 구체적인 제보가 있었다’고 했다. 제보의 신빙성에 여전히 비중을 두는 것으로 들릴 수 있다. ‘범죄 사실은 발견하지 못한 것’이라고도 했다. ‘혐의 없음’을 설명하기보다는 ‘혐의를 찾지 못했다’로 들릴 수 있다. 통상 이런 경우 피조사자가 받게 되는 2차 가해가 있다. ‘죄는 있는데 밝혀지지 않았을 뿐’이라는 잠재적 범죄자 취급이다.
내사가 아니라 공개소환조사였다. 그 파장이 정치권에까지 미쳤다. 한 야당 정치인이 ‘수사의 정치적 의도’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렇게 요란했던 수사가 혐의 없음으로 처리되는 상황이다. 수사로 빚어진 당사자 피해가 우선 감안돼야 한다. 당연히 언론도 책임을 피해갈 수는 없다. 추측성 보도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경찰이야 더 말할 게 있나. 공개수사에 대한 피해를 생각해야 한다. 그것이 최소한의 피조사자 인권이다.
묵묵히 수사 종결 절차를 처리해가는 것이 차라리 수사기관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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