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情景] 정재일 '주섬주섬'·김민기 '주뼛주뼛'·관객 '주륵주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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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섬주섬'은 '전방위 뮤지션' 정재일의 팬들 사이에선 '각별한 노래'다.
정재일이 싱어송라이터의 꿈을 꾸며 낸 두 장의 앨범 중 두 번째 앨범 '정재일'(2010)에 실렸다.
이번 공연에선 정재일이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영화 '기생충' '브로커'의 오케스트라 편곡, 국악과 결합, 시노그라퍼 여신동의 미니멀한 무대·조명 등 공연 측면에서 톺아볼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었지만, 대중음악 담당 기자로선 싱어송라이터 관련 부분을 파고들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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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씻김굿·비나리…노래굿은 이어진다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주섬주섬'은 '전방위 뮤지션' 정재일의 팬들 사이에선 '각별한 노래'다.
정재일이 싱어송라이터의 꿈을 꾸며 낸 두 장의 앨범 중 두 번째 앨범 '정재일'(2010)에 실렸다. 작사가 박창학이 쓴 가사에 정재일이 멜로디를 붙인 곡. 그런데 정재일이 라이브 무대에서 이 곡을 부른 적은 거의 없다.
그간 이 노래 가창이 제일 많이 회자됐던 건 정재일의 콘서트가 아닌 박효신의 콘서트였다. 박효신이 정규 7집 '아이 엠 어 드리머(I am A Dreamer)'를 발매한 2016년 10월 연 콘서트 '아이 엠 드리머'에서 이 곡을 피아노를 직접 치며 불렀다. 바로 이어진 박효신의 능수능란한 보컬이 비교군이 돼 정재일의 담백하고 순수한 음성이 더욱 도드라졌다. 박효신은 이 곡을 리메이크해 7집에 실으려고 했으나 원곡의 가창 감성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어 포기했다고 한다.
이후 '주섬주섬'은 유니콘처럼 됐다. 그런데 정재일이 3년9개월 만인 지난 15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연 콘서트 '리슨'의 앙코르에서 이 곡을 주섬주섬 들려줬다. 자신이 한 때 싱어송라이터의 꿈을 갖고 음반을 낸 적이 있다고 수줍게 고백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이날 객석에서 싱어송라이터들의 대부가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날 정재일이 또 다른 앙코르곡으로 택한 '아름다운 사람'의 주인공인 김민기였다. 샘플링한 김민기의 육성과 정재일의 피아노, 기타 라이브 연주가 결합된 이 곡은 먹먹함을 선사했다. 정재일의 공식 데뷔 팀인 밴드 '긱스'에 함께 몸 담았던 싱어송라이터 이적이 기타와 목소리로만 그에게 들려줬던 곡이다. 이렇게 싱어송라이터 계보는 다른 형태와 색깔로 이어진다.
이번 정재일의 선곡에 평소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김민기는 주뼛주뼛했지만 속으로는 크게 감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크계의 대부인 그는 대학로에 사실상 유일한 비상업적 민간 극장인 학전의 대표이기도 하다.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아동·청소년극, 김광석 노래 경연대회의 산실인 이곳은 33주년을 맞는 내년 3월15일 폐관이 예정됐다. 정재일은 김민기를 스승으로 모시며 학전의 각종 공연에 음악으로 참여했다. 정재일이 들려준 '아름다운 사람'은 김민기, 학전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었다. 이 사정을 아는 관객들의 눈가에선 눈물이 주륵주륵 흘러내렸다.
이번 공연에선 정재일이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영화 '기생충' '브로커'의 오케스트라 편곡, 국악과 결합, 시노그라퍼 여신동의 미니멀한 무대·조명 등 공연 측면에서 톺아볼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었지만, 대중음악 담당 기자로선 싱어송라이터 관련 부분을 파고들어야 했다.
단, 정재일이 이날 들려준 음반 '어 프레이어(A Prayer)'에서 인용한 '진도씻김굿'과 '비나리' 형식에 대해선 짚고 가야겠다. 한을 풀어주는 씻김굿과 앞길의 행복을 비는 비나리는 국내 민중가요 불법음반의 효시로 통하는 노래굿 '공장의 불빛'과도 맥락이 맞닿는다. 김민기가 작사, 작곡한 이 노래굿은 1970년대 말 울분에 휩싸였던 노동자·학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정재일은 스무살을 갓 넘긴 지난 2004년 이 곡을 재해석하는 프로젝트를 맡았었다. 노래굿은 일종의 '넋풀이'고, 콘서트는 정재일에게 '살풀이'다. 사람을 해치는 독한 기운이 '살'이다. 그 독한 기운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남을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걸 정재일은 보여줬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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