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선택을 해도 ‘역대 최초’…최정우 포스코 회장 ‘운명의 한주’

조윤희 기자(choyh@mk.co.kr) 2023. 12. 18. 00:0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9일 이사회 열고 ‘셀프연임’ 규정 개편
주총까지 90여일 코앞...최 회장 거취 밝혀야
연임 여부 관계 없이 정기 임원 인사 예상
[사진 = 매일경제]
포스코 그룹이 연말 최고경영자(CEO) 선임 관련 규정을 재정비하는 한편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하는 등 대대적인 개편을 앞두고 있다. 특히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금주 퇴진 혹은 연임 도전을 두고 거취 표명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연임으로 입장을 굳힐 경우 역대 회장 중 첫 3연임 도전이 된다. 퇴진을 선택하면 역대 포스코 회장 중 처음으로 임기를 마치고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는 오는 19일 이사회를 열고 CEO 선임 관련 규정을 개편하는 내용을 정식 안건으로 올릴 방침이다. 선진적인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셀프 연임’ 논란을 빚었던 현직 우선 심사제 개편은 이날 이사회의 화두가 될 전망이다. 규정 변경 이후에는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최 회장도 연임 여부를 두고 거취 표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포스코는 현직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히면 단독으로 우선 심사를 받을 기회를 부여했다. 이후 CEO 후보추천위원회가 한 달간 심사를 한 뒤 적격 판단을 내리면 단독 후보로 주총에 참여해 안건이 통과되면 연임할 수 있었다.

이를 두고 현직 회장의 연임을 위한 손 쉬운 규정이라는 비판이 대내외에서 제기되면서 포스코 그룹 측은 개편 작업에 돌입했다.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추겠다고 선언한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3월 ‘선진 지배구조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이 규정을 개정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 [사진 = 매일경제]
지배구조 TF를 통해 인선 체제를 개편하는 또다른 배경에는 포스코 회장 인선과 경영을 두고 외풍을 차단하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있다. 지난 11월 기준 포스코홀딩스의 주요 주주는 국민연금공단(6.71%)으로 사실상 대주주 역할을 하다보니 그동안 포스코 그룹의 인사와 경영에 외부 입김이 작용하기도 했다. 실제 이구택 회장을 비롯해, 정준양 회장, 권오준 회장까지 모두 연임에는 성공했으나 정권 교체와 맞물려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일찍 자리를 떠났다. 최 회장이 내년 임기를 채우는 첫 사례가 될 수 있을 지 주목되는 이유다.

오는 이사회에서 현직 우선 심사제가 폐지되면 기존 회장도 다른 후보자들과 공평하게 심사를 받아야 한다. 최 회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다면 포스코는 ‘CEO 승계 카운슬(협의회)’을 가동한다. 포스코홀딩스 이사회 의장과 전문위원회 위원장 등 사외이사로 구성된 ‘CEO 승계 카운슬’은 회장 후보군 명단을 만들어 CEO 후보추천위원회에 올리고, 추천위는 1명의 최종 후보자를 선정 후 내년 3월 주총에 올린다.

이처럼 최 회장의 연임 도전 여부가 차기 CEO 선정 과정의 판도를 흔들 수 있다보니 최 회장도 그간 거취에 대해선 함구해왔다. 그가 긴 시간 침묵을 지킨 것도 이사회를 통한 CEO 심사제 개편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전언이다. 실제 최 회장은 매년 13일 기일에 맞춰 했던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참배도 이틀 앞선 지난 11일 소수의 인원과 함께 비공식 일정으로 진행하는 등 대외 활동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사회도 제도 개편을 앞두고 신중을 기하고 있다. 포스코와 같은 소유분산기업인 KT의 사례도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지난 2월 KT에서 구현모 전 대표가 ‘셀프 연임’ 논란으로 사퇴한 바 있다. 논란 끝에 KT는 지난 6월 현직 대표 역시 다른 후보들과 함께 심사받도록 규정을 바꿨다. 같은 논란이 불거지지 않도록 포스코홀딩스 이사회 구성원들 역시 심기일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사회와 맞물려 오는 3월 중하순으로 예정된 정기주주총회가 9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최 회장의 거취 발표도 더 이상 미룰수 없는 상황이다. 사규에 따라 최 회장은 내년 3월 주주총회 개최 90일 전까지 이사회에 연임 여부를 통보해야 한다. 2018년 7월 포스코그룹 회장에 오른 최 회장은 2021년 3월 연임에 성공해 5년 5개월째 회장직을 맡고 있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의 거취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최 회장의 재임기간 동안 포스코 그룹은 이차전지 소재를 중심으로 비철강 사업을 육성해 기업가치가 크게 높아졌다.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 등 주요 상장사 시가총액은 100조원을 넘어섰는데 최 회장 첫 임기가 시작된 2018년 대비 세 배에 이르는 규모다. 하지만 정부와의 관계는 변수다. 최 회장은 재계 5위 기업 수장임에도 이번 정권 들어 대통령 해외순방 마다 경제사절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해 이번 정부와의 관계가 매끄럽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 개편된 심사안에 따라 다른 후보들과 경쟁해야 하는 부담까지 고려하면 내년 3월까지 임기를 채우고 후임에게 자리를 내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차기 회장 후보로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과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 광양제철소장을 지낸 김지용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 원장 등을 비롯해 외부 인사인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물망에 오른 바 있다.

한편 최 회장의 거취 표명과 별개로 포스코 그룹은 연말 임원 인사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포스코는 12월 말 정기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을 단행해왔다. 지난해의 경우 포스코의 힌남노 침수 사태로 일부 임원 인사가 이듬해로 불가피하게 미뤄졌지만 올해는 다시 관례대로 연내 인사를 마무리 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