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뭉치’ 헌터, 바이든의 아픈 손가락 [UPDATE 2024]

김은중 기자 2023. 12. 1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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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대선을 1년 앞둔 미국은 ‘선거 모드’로 전환했습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이 선거가 한국의 안보와 정치·경제·사회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우리는 피부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격주로 뉴스레터를 연재하며 지면 제약으로 다루지 못한 대선 관련 심층 뉴스를 전달드리고, 내년부터는 선거 실황도 중계합니다. 뉴스레터 구독만으로 대선과 미국 정치의 ‘플러스 알파’를 잘 정리된 형태로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일곱 번째 시간인 오늘의 주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아픈 손가락, 차남 헌터 바이든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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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이 13일(현지 시각) 워싱턴DC 캐피톨 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Hunter Biden·53)이 또 다시 법적인 문제로 뉴스의 중심에 섰습니다. 올해 9월 총기 구매 과정에서 허위 진술을 하고 총기를 불법 소지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지 3개월 만이고, 이달 7일 세금 140만 달러 포탈 혐의로 기소된 지 불과 1주일 만입니다. 9월부터 바이든 대통령 탄핵 조사에 착수한 하원이 대통령 가족의 해외 사업 거래를 들여다보겠다며 아들 헌터를 불렀는데 출석하지 않은 겁니다. 헌터는 비공개 증언을 거부하는 대신 캐피톨 힐(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재정에 대해 극도로 무심했지만 그게 아버지의 탄핵사유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내 사업에 아버지가 금전적으로 관여했다는 증거를 대라.”

헌터는 바이든 대통령과 첫 번째 배우자 고(故) 닐리아 바이든 여사 사이에서 나온 둘째 아들입니다. 두 살 때인 1972년 크리스마스 쇼핑을 나갔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모친·여동생을 잃는 비극을 겪었고 본인도 중상을 입고 가까스로 살아남았습니다. 상원의원으로 활동하면서도 워싱턴DC와 델라웨어주 윌밍턴 자택을 기차로 매일 오갔던(왕복 3시간 거리) 바이든 대통령의 자식 사랑 덕분에 조지타운대, 예일대 로스쿨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았죠. 학업을 마친 후엔 변호사 자격을 취득해 국내외 기업의 로비스트로 활동했는데 이때부터 미 정가에선 이해 충돌·특혜 논란이 일었습니다. 아들의 주요 활동 무대인 워싱턴에서 부친이 이름만으로도 누구에게나 통하는 영향력 있는 정치인이었으니까요. 이외에 미망인이 된 형수와의 불륜, 그 와중에 관계를 맺은 모 스트리퍼와의 사생아(私生兒) 논란까지 사생활로도 입방아에 오른 적이 많았죠. 사고뭉치지만 어쩔 수가 없는 바이든 대통령의 ‘아픈 손가락’인 셈입니다. (바이든은 그간 헌터의 사생활에 대해 침묵하거나 짧막한 유감을 표명해왔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일가가 올해 7월 4일(현지 시각)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미 독립기념일 축하 불꽃놀이 행사 당시 웃으며 대화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바이든 대통령, 질 바이든 여사, 차남 헌터 바이든, 손주 보 바이든 주니어. /로이터 연합뉴스

공화당 우위인 하원이 올해 9월 개시한 탄핵 조사는 탄핵 추진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절차입니다. (물론 실제 탄핵이 이뤄지려면 상원도 거쳐야 하는데 지금은 민주당 우위라 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일종의 ‘정치적 쇼’인 셈입니다.) 그런데 헌터를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과도 연계돼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재선 가도 속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으로서 조금 찝찝할 것 같습니다.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으로 재직(2009~2016년) 중이던 당시 중국·멕시코 등 세계를 돌며 사업 기회를 모색한 헌터 뒤에 그의 부친이 든든한 ‘뒷배’로 작용했다고 의심하고 있죠. 오바마 정부 때 ‘유로 마이단’(반독재 혁명),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으로 우크라이나 정국이 혼란스러웠을 때 동유럽 국가들을 상대하는 미국의 ‘포인트 맨(point man·선두 척후병)’ 역할을 했던 게 바이든 당시 부통령입니다. 그 와중에 아들은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업 ‘부리스마’ 이사회 임원으로 다달이 수만 달러를 받아 갔다는 의혹도 있으니 공화당 주장이 일견 합리적 의심으로도 보여집니다.

물론 현재까지 바이든 대통령이 아들의 사업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며 공권력을 이용한 특혜를 줬다거나 금전적 이익을 얻었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하지만 헌터가 종종 이해 충돌 가능성을 의식했으면서도 ‘바이든 브랜드’를 그의 사업에 활용한 건 분명해 보입니다. 잠재적인 외국의 유망 고객에게 때때로 바이든이 서명한 책을 보여주거나, 바이든과의 이메일로 일종의 과시를 하거나, 백악관에서 이뤄지는 각종 행사·만찬 티켓을 확보해 고위급 인사와의 자연스러운 접촉에 길을 터준 것이 대표적입니다. “기후나 지리 같은 일상적인 안부 인사만 나누었다”고 했지만 프랑스·중국에서의 비즈니스 미팅 와중에 수화기 너머 부친을 연결시켜준 적도 다반사였고요.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18일(현지 시각) “헌터 스스로도 여러 사업적 관계가 단순히 자신의 매력 때문 만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헌터도 주변에 “모든 건 다 나의 가족 이름(last name) 때문”이라며 많은 게 부친의 후광 속에서 이뤄졌다고 주변에 말을 했다고 하죠.

조 바이든 대통령(왼쪽)이 부통령에 재직 중이던 2010년 한 농구 경기장을 찾아 아들 헌터 바이든과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2020년 대선에서도 헌터는 논란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박빙 승부 속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측은 헌터의 비위 의혹, 문란한 사생활을 지속 거론했고 선거 막판까지 마약·성생활 관련 폭로 보도가 이어졌죠. 선거 결과까지 뒤집지는 못했지만 헌터는 대중의 의식해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로키(low key)’로 일관했습니다. 그랬던 헌터가 의회 최근 비공개 증언을 거부하고 공개 기자회견까지 한 건 결코 간단치 않은 행동입니다. 헌터 측은 “이해 충돌 논란이 제기된 지 5년이나 됐는데 확실한 증거 하나 나온 게 없다”(법률 대리인)며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헌터는 자신을 둘러싼 법적 문제가 불거지기 전 주변에 이렇게 말했다고 하네요. “이 나라에선 더 많은 권력을 얻을수록 (비판자들로부터) 더 강력한 타겟이 된다. 하지만 체력과 담대함, 충분한 사랑이 있다면 진실이 결국 승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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