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대는 제3지대...'빅텐트' 주도권은 누가
이낙연, 금태섭·양향자에 열어두며 이준석과는 거리
이준석, 이낙연에 열어두며 금태섭엔 부정적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총선을 4개월여 앞두고 국민의힘도, 더불어민주당도 아닌 '제3지대'가 속속들이 등판하고 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오는 27일 탈당을 예고한 상태로 곧바로 신당 창당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이낙연 전 국무총리도 내년 신당 창당을 공식화했다. 금태섭 전 의원은 정의당 내 중도 세력인 '세 번째 권력'과 연합해 '새로운 선택' 창당에 나섰으며 양향자 의원도 '한국의 희망'을 창당하며 총선 준비에 나섰다. 각종 연대설이 난무하면서 '빅텐트'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합종연횡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최근 이 전 총리가 신당 창당을 시사하면서 이 전 대표와의 '낙준연대' 가능성에 관심이 쏠렸다. 이 전 대표는 연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이 전 총리는 일단 거리를 두고 있는 모습이다. 이 전 총리는 지난 14일 KBS <특집 라디오>에서 이 전 대표에 대해 "연대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반면 금 전 의원과 양 의원에 대해서 "뜻을 모을 수도 있겠다는 여지를 발견했다"며 "(두 사람과) 지금 국가 위기에 대한 생각을 같이하고 있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이 전 총리와 연대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새로운 선택'에는 부정적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3일 KBS <특집 라디오>에서 이 전 총리와 연대 가능성을 묻는 말에 "어느 것도 닫아 두지 않고 열어 놓고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 11일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선택'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분들과 함께 신당 하는 사람들을 보면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이준석을 저주하고 있다. '이준석이 죽어야 내가 올라간다'는 분들"이라며 "그분들 당에 갈 생각은 없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제3지대 연대'에 가장 적극적인 건 금 전 의원이다. '새로운 선택' 창당준비위원장인 금 전 의원은 최근 정의당 '세 번째 권력'과의 통합 창당대회를 열었다. '세 번째 권력'은 정의당 내 중도 성향의 류호정 의원과 조성주 정책위 부의장이 주도한 모임이다. 이들은 이 전 대표와 페미니즘 등 노선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금 전 의원은 한 방송에서 "힘을 모아내지 않으면 기존 정당구조를 깨기가 어렵다"며 "어떤 형식이 될지 모르지만, 선거 때까지 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준석 당, 이낙연 당, 금태섭 당, 그것도 못 합치면서 저희가 기존 정치를 비판하면 별로 설득력이 없다"고 했다. '새로운 선택'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아직 이 전 총리 측과는 통합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이 전 대표 측과도 꾸준히 소통을 이어오고 있다"며 "의제에 대한 의견 차이는 여러 세력의 연대에 있어서 정말 작은 문제"라며 연대 가능성을 강조했다.
가장 관심을 끄는 건 이 전 총리와 이 전 대표 신당이다. 두 신당 모두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낙연 신당'은 민주당 내에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이낙연계로 꼽힌 이병훈·이소영 의원 등도 이 전 총리의 신당 행보에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세균·김부겸 전 총리가 가세한 '3총리 연대설'도 떠올랐지만 정·김 전 총리 측은 뚜렷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 내 비주류 세력의 합류 여부도 알 수 없다. 대표적인 비주류 세력인 '원칙과 상식'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탈당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 내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원칙과 상식'은 12월 말을 시한으로 이재명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한 상태다.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이낙연 신당 합류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에서 "(탈당이나 신당 합류 등) 실존적 문제에 대해서는 저희가 아직 합의를 본 바가 없다"면서 "합의본 내용은 공동행동하겠다는 것"이라고 거리를 뒀다.
이 전 대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민의힘·민주당을 가리지 않고 신당에 관심을 보이는 현역 의원들이 있다"면서도 "관심 수준이고 구체적인 합류 여부를 밝힌 인사는 없다"고 했다.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의 합류 여부도 불투명하다. 이 전 대표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탈당 및 신당 창당 여부에 대해 "탈당하지 않고 신당 창당을 할 수 없다"면서 "지난 전당대회 때 함께 뛰었던 '천아용인' 거의 다 참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재까지 합류를 결정한 건 이기인 경기도의원이고 허은아 의원은 합류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태 전 최고위원은 수차례 언론 인터뷰에서 "당내에서 변화와 혁신을 촉구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해 왔다.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도 합류 여부에 대해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건 이 전 총리와 이 전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 여부지만 정치권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제가 두 분 다 잘 안다. 그런데 가치관이 굉장히 많이 다르다"며 "만약 만나더라도 함께 일을 할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도 지난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 전 총리와 이 전 대표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공통분모 없는 유명 인사들끼리의 총선용 '떴다방 정당'을 만드는 것이 대한민국 정치가 건강해지는 데 하등 아무 도움이 안 된다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저는 두 분이 만나서 의석을 한 석이라도 얻는 것 외에 같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 있을지 떠오르는 게 하나도 없다"며 "어떤 명분으로 동업하겠다는 건지 이해가 잘 안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명분 없이 동업하는 건 국민들 공감을 얻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런 명분 없는 총선용 동업은 반드시 후회할 것이고 금방 폐업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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