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려진 계절의 경계[내가 만난 名문장/윤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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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은 온몸으로 시간을 잰다.
봄이나 가을이나 기온은 엇비슷하지만 씨앗이 두 계절을 혼동하지 않는 건 긴 겨울이 있기 때문이다.
달력이 없어도 필 때와 질 때를 정확히 아는 것, 그건 식물이 계절 변화를 온몸으로 읽어내는 덕이다.
섣불리 꽃망울을 터뜨린 봄꽃들은 어떻게 되려나. 온몸으로 시간을 터득한 식물도 착각할 정도로 계절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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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가키 히데히로 ‘전략가, 잡초’ 중
식물의 시간이 엉키고 있다. 올봄 갖가지 봄꽃이 동시에 개화를 하더니, 가을엔 은행나무가 초록 잎을 땅에 떨궜다. 이번 겨울은 사람인 나도 좀 헷갈린다. 낮 기온이 20도까지 오르고 폭우가 쏟아지는 이 계절을 겨울이라 불러도 될지… 아니나 다를까 벚꽃, 개나리 인증샷이 올라온다.
기상청은 ‘일평균 기온이 5도 밑으로 떨어졌을 때’를 겨울이라고 정의한다. 이 기준대로면 지난달 말은 분명 겨울이었다. 극지에서 내려온 찬 공기에 한낮에도 수은주는 영하에 머물렀고, 긴 패딩을 입고 있어도 몸이 떨렸다. 그런데 얼마 안 가 날이 풀리더니 9일엔 13도에 육박했다. 봄 중에도 늦봄 같은 따뜻함이다.
지난 주말 다시 강추위가 찾아왔다. 이번에도 극지 찬 공기가 원인이란다. 그러니까 이제는 북극 한파가 가세해야 비로소 겨울다워진다는 얘기다. 섣불리 꽃망울을 터뜨린 봄꽃들은 어떻게 되려나…. 온몸으로 시간을 터득한 식물도 착각할 정도로 계절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윤지로 (사)넥스트 미디어 총괄·‘탄소로운 식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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