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인질 오인사살에 ‘사면초가’…전세계서 “전면전 포기” 압박

신윤재 기자(shishis111@mk.co.kr) 2023. 12. 17.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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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수천명 텔아비브 시위
英·獨 외무장관도 휴전 촉구
네타냐후 “계속 싸울 것” 고집
이스라엘-카타르, 인질협상 회동
케렘 샬롬 통한 구호품 반입도 승인
1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들의 가족과 지지자들이 인질 석방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3.12.16 [사진 = 로이터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무차별 공습을 퍼붓고 있는 이스라엘이 수세에 몰렸다. 자국 인질들을 하마스 대원으로 오인해 사살하는가 하면, 가자지구 교회에서 비무장 모녀를 사살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는 수천명이 인질 석방과 휴전을 외치며 시위에 나섰고, 영국과 독일 외교 수장들도 지속가능한 휴전을 촉구했다. 그럼에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군사작전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1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는 시민 수천명이 광장에 운집해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시간이 없다. 지금 당장 인질들을 구출하라”는 피켓을 들고 “휴전 없이는 억류돼 있는 135명의 인질들이 살아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CNN 등에 따르면 하마스에 인질로 잡혔다 풀려났다는 한 시민은 “사살된 희생자 중 두 사람과 아는 사이다. 더 이상 실수해선 안된다” 며 “남은 인질들이 희망이다. 거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영국 데이비드 캐머런 외무장관, 독일 아날레나 베어보크 외무장관도 영국 더 타임즈에 “지속 가능한 평화로 이어지는 휴전을 위해 모든 것을 해야하며, 빠를 수록 좋다”는 내용의 기고문을 실었다. 이들은 “이스라엘은 위협을 제거할 권리가 있지만 국제법을 준수해야 한다”며 “너무 많은 민간인이 죽었다” 고 지적했다.

이스라엘군(IDF)은 전날 가자 북부에서 이스라엘인 인질 3명을 위협으로 오인 사살했다고 밝혔다. 헤르지 할레비 IDF 참모총장은 이들이 상의를 벗은채 백기를 흔드는 등 “자신들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다했다” 면서 책임을 인정했다.

이스라엘군의 오인 사격으로 사망한 3명의 인질 [사진 = 타임스오브이스라엘 홈페이지 캡처]
네타냐후 총리 역시 기자회견에서 “이 사건으로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다” 며 “그들은 구원에 손이 닿았으나 곧 재앙을 맞이했다”고 애도의 뜻을 표했다. 그러나 “지상전은 하마스를 뿌리 뽑을 때까지 계속될 것이고, 승리할 때까지 싸워야 하며 시간을 되돌릴 순 없다”며 항전 의지를 다졌다.

16일에는 이스라엘 저격수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교회에서 비무장 모녀를 사살했다는 로마 가톨릭교회 예루살렘 총대주교청의 주장도 나왔다. AFP 통신에 따르면 총대주교청은 성명을 내고 “이날 정오 무렵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기독교 가정이 피신해 있는 가자지구 교회 안에서 이스라엘 저격수가 기독교인 여성 2명을 살해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최근 두 달에 걸쳐 미국이 지원하는 레바논군을 헤즈볼라로 오인해 잇따라 공격해 미국으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다. CNN에 따르면 IDF는 10월 7일 이후 34차례 넘게 레바논군 진지를 공격, 최소 8명이 부상하고 1명이 사망했다. 이에 미국은 이스라엘에 이 같은 공격은 용납할 수 없다는 뜻을 전했다. 미국은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선이 레바논까지 확대될 위험에 촉각을 곤두세워 왔다.

이스라엘군의 인질 오인 사살 이후 인질 석방 협상을 촉구하는 가족 등이 15일(현지시간) 밤 텔아비브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 로이터 연합뉴스]
민간인 희생이 급증한 데다 국내외에서 공격수위를 낮추라는 압박이 이어지자, 네타냐후 총리는 “인질들을 데려오기 위해 군사, 외교적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며 협상 가능성은 열어뒀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네타냐후 총리 지시로 다비드 바르니아 모사드 국장이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협상 중재역을 맡아온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와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말 7일간의 휴전이 중단된 이래 이스라엘과 카타르 고위 당국자가 인질협상 문제를 위해 회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케렘 샬롬 통행로를 통한 가자지구 구호물자 반입도 처음 승인됐다. 전날인 15일 총리실은 성명을 통해 지난 일시휴전 당시 합의한 하루 200대의 구호 트럭 진입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케렘 샬롬은 가자 남부와 국경을 맞댄 이스라엘 마을로, 전쟁 발발 전 가자지구로 진입하는 화물량의 60% 이상이 이뤄지던 곳이다. 앞서 유엔은 라파 통행로로 반입할 수 있는 구호물자의 양이 극히 적다며 다른 통행로를 추가로 열어달라고 촉구해왔다.

한편, 이스라엘과 미국이 하마스의 해외 자산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 뒤에도 수년 간 제재와 동결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보당국은 지난 2018년 하마스의 자금원과 관련한 극비 문서를 입수해 상부에 보고했고, 미국 정부에도 해당 정보가 공유됐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 정부 제재가 미뤄지면서 현금화된 자산이 하마스가 군사 인프라를 갖추고 테러를 준비하는 데 사용됐다고 NYT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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