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라노] 나홀로 증가하는 ‘고령 운전자 사고’

허시언 기자 2023. 12. 17.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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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교통사고 건수 감소 추세 있는데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건수 점점 증가
'교통 불편'으로 면허 반납도 지지부진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무반나아빠는 요즘 밤길 운전을 할 때는 안경을 꼭 껴요. 나이를 먹을수록 잘 안 보여서 그렇다고 설명해 줬는데요. 무반나아빠는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이 바뀌는 게 많다”고 말해줬어요. 라노는 나이를 먹으면 운전하는 것도 힘들어지는 걸 알 수 있었죠.

지난 3월 전북 순창군에서 고령 운전자의 운전미숙으로 인해 일어난 교통사고 현장. 국제신문DB


지난달 1일 전남 보성군에서 70대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다는 것이 가속 페달을 잘못 밟아 버스정류장으로 돌진했습니다. 운전자는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지만 차가 과속했다”며 급발진을 주장했지만 차량을 정밀 분석한 결과 거짓으로 드러났죠. 이 사고로 버스정류장에 앉아있던 고등학생이 숨졌습니다. 지난달 22일 강원 춘천시에서는 80대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 3명을 덮쳐 숨지게 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운전자는 “신호등과 보행자들을 보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고를 낸 이들은 전부 고령의 운전자였죠.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사고는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도로교통공단이 2020년~2022년 일어난 교통사고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는 ▷2020년 3만1072건 ▷2021년 3만1841건 ▷2022년 3만4652건으로 점점 증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전체 교통사고 건수가 감소 추세에 있는 것과는 반대되죠.

고령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의 비율 역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22년 교통사고로 인한 전체 사망자 2735명 중 735명(26.9%)가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에서 발생했죠. ▷2020년 2983명 중 702명(23.5%) ▷2021년 2735명 중 735명(24.3%)인 것과 비교해 봤을 때 점점 증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해가 갈수록 고령 운전자 사고가 늘어나는 것은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덩달아 고령 운전자 수도 많아지고, 이에 비례해 교통사고 건수도 늘어나고 있는 것인데요.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이 추세는 눈에 띄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26년에는 고령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가 26% 가까이 증가할 것이란 분석도 나왔죠. 고령 인구수가 늘어나는 것에 더해 경제활동을 하는 고령 취업자 수도 23%나 증가하면서 교통사고 발생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정부와 지자체는 고령 운전자 면허 자진 반납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고령 운전자 면허 자진 반납 제도는 2018년 부산시가 가장 먼저 도입한 제도로, 지자체마다 보상 금액은 조금씩 다르지만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면허를 반납하면 수십만 원 상당의 교통비 등을 지원해 주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면허 반납률은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2년 면허를 반납한 고령 운전자는 11만2942명으로 전체 고령운전자(438만7358명)의 2.6% 수준입니다. 고령 운전자 100명 중 3명도 면허를 반납하지 않은 것인데요. 전문가들은 면허 반납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가장 큰 이유로 ‘교통의 불편’을 꼽았습니다.

“대중교통은 어르신들이 편하게 이용하기 힘든 경우가 많아요. 부산과 가까운 양산이나 김해로만 가도 운전을 하지 않으면 불편한 상황이 생깁니다. 대중교통이 잘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인데요. 대중교통 체계가 잘 자리 잡기만 해도 면허 반납률이 훨씬 높아질 수 있을 겁니다.” 강민수 도로교통공단 부산지부 교수는 대중교통 체계 정비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김만호 동의과학대(자동차과) 교수는 교통비 지원 금액을 증액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금액으로는 버스나 지하철 정도만 이용할 수 있어요. 모든 지역의 대중교통이 잘 갖춰져 있는 것도 아니고, 자가용에 비해 이용하기 불편한 게 당연합니다. 택시 등의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을 만큼 지원 금액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100원 택시’나 ‘행복버스’ 같은 수요응답형 대중교통을 늘리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죠.”

사고 위험이 높다는 이유로 고령자의 이동권을 제한할 수는 없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어디든지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해지기 때문이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고령자의 이동권을 제한하면 행복도를 떨어뜨려 교통사고 못지않은 사회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사회는 사고를 줄이기 위한 정책 만들기에 힘쓰고, 대체 교통수단을 늘려나가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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