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씻을 권리’ 공공목욕탕이 지켜드려요
이용료 1000원 중구 ‘어르신 헬스케어’ 등 서울 곳곳 조성
목욕탕이 귀해졌다. 젊은층이 대중목욕을 꺼리면서 이용률이 감소하는 데다 코로나19 확산이 직격탄이었다. 올해 초 가스비·전기료 인상으로 수익성까지 악화되면서 문을 닫는 찜질방·사우나가 속출했다.
하지만 목욕시설은 엄격한 방역대책으로 거리 두기를 했던 팬데믹 시기에도 취약계층을 위해 운영을 유지했다.
쪽방촌과 같은 지역에서는 폭염과 한파에 피난소 역할도 한다. 습관뿐 아니라 건강을 위해 목욕탕이 필요한 고령층에게도 필수 공간이다.
지난 14일 서울 중구 신당동 ‘어르신 헬스케어센터’에서 만난 정금옥씨(85)는 디스크 증상이 나타난 후 ‘시간날 때 사우나를 다녀보라’는 의사의 조언을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후 동네 목욕탕 2곳이 모두 문을 닫았다. 정씨는 “멀리 가면 대형 사우나가 있는데 이용료가 1만원 가까이로 올라 일주일에 한 번 가기 어렵다”며 “걸어서 20분 거리에 1000원짜리 공공목욕탕이 생겨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고 말했다.
어르신 헬스케어센터는 중구가 만 65세 이상 지역 고령층에 특화해 만든 시설로 지난 1일부터 시범 운영됐다.
1층은 남성용, 2층은 여성용 공공목욕탕이고 3층은 기구 12개를 갖춘 헬스장(건강증진실)이다. 목욕은 하루 4회로 나눠 예약제로 운영되는데 목욕(90분)과 뒷정리(30분) 등 2시간 이용에 1000원만 내면 된다.
중구 관계자는 “구도심인 신당동 일대 공중목욕탕이 대부분 사라진 데다 노후 주택은 샤워·목욕시설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고령층 목욕·운동시설로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공공목욕탕은 저렴한 이용료로 운영에 상당한 재정이 투입되지만 주민 일부만 이용해 혜택이 고르게 가지 않는다며 예산 낭비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민간 시설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도심 취약계층의 ‘씻을 권리’를 위해 중요성이 주목받는 추세다. 서울시가 올여름 폭염 기간 쪽방촌에 이동식 목욕탕을 개설하고 노숙인 대상 목욕사용권을 지원한 것도 같은 측면이다.
이에 종로구는 2015년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을 증축하면서 어르신용 공공목욕탕을 만들었다. 성동구도 2017년 사근동 공공복합청사를 신축하면서 지하 2층에 ‘사근동 작은목욕탕’과 헬스장을 조성했다.
작은목욕탕은 남녀 각 20명 규모에 주 4일만 문을 열지만 주변에 사우나 등이 전혀 없어 월평균 800명, 연간 1만명 안팎이 이용 중이다. 1인 요금이 일반은 4000원, 고령층 등 취약계층은 2000원으로 저렴하다. 월 3만원인 정액권으로는 헬스장까지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작은목욕탕은 2교대로 현장을 관리하는 인력 4명을 어르신 일자리로 채용한다.
노원구는 2016년 폐업한 임대아파트 단지의 민간 목욕탕을 인수해 공공목욕탕으로 전환했다. 금천구도 지난해 7월 ‘동네방네 사우나’를 만들었다.
김길성 중구청장은 “누구나 깨끗하게 씻을 권리와 건강한 노년을 보낼 권리가 있는 것”이라며 “새로 문을 연 ‘어르신 헬스케어센터’에서 지역 고령층 주민들이 건강한 일상을 가꿔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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