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 “지하철로 대피” 얼어붙은 주말 풍경
야외노동자 장갑 3겹 ‘꽁꽁’…쪽방촌 주민들 “바깥이 낫다”
대부분 지역에 한파특보가 발효된 17일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서모씨(28)는 전날 제주공항에서 강추위를 예감했다고 했다. 서씨는 전날 오후 8시10분 제주를 출발하는 김포행 비행기를 예약했는데 ‘악기상 및 연결편 지연’ 탓에 오후 9시35분으로 출발이 늦춰졌다. 광주행, 부산행 비행기는 이미 결항된 상태여서 서씨는 “숙소를 알아봐야 하나” 고민했다고 한다. 다행히 비행기에 탑승했지만 비행기는 오후 11시부터인 김포공항 이착륙 제한 시간에 걸려 인천국제공항으로 회항해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귀가한 서씨는 “우박을 동반한 강풍에 옷을 다섯 겹을 껴입었는데도 춥더라”고 말했다.
서울 최저기온이 영하 12.4도를 기록한 이날 “집에 콕 박혀 있어야겠다”는 시민들이 많았다. 인천에 사는 직장인 김모씨(26)는 “오늘 카페에 나가 밀린 업무를 하려 했는데, 추워서 엄두가 나지 않아 집에 있으려 한다”고 했다.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추위에 한껏 대비한 모습이었다. 2년차 배달라이더 임성태씨(53·가명)는 찬 바람에 손이 어는 걸 막기 위해 오토바이 손잡이에 장갑과 비닐봉지를 단단히 고정해놓았다. 그나마 도로가 얼지 않아 다행이라는 임씨는 “추워도 버티는 수밖에 없지 않냐. 그래도 추운 겨울에는 배달시켜 먹는 사람이 더 많으니 차라리 추운 게 낫다”고 했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에서 만난 환경미화원 강의용씨(65)는 팔토시 위로 비닐장갑을 끼고, 그 위에 면장갑을 덧댔다. 스카프로 머리를 감싸고 목도리를 두른 강씨는 미화원복 아래 내복을 껴입고 핫팩도 들고나왔다고 했다. 그는 “통상 오전 6시에 근무를 시작하지만 한파로 인해 오늘 출근이 1시간 늦춰졌다”고 전했다.
주거취약층에게 강추위는 특히 가혹하다. 서울 동자동 쪽방촌에 거주하는 이모씨(68)는 “전기장판을 틀어도 방이 차서 앉아 있지를 못하겠더라”고 했다. 그는 차라리 바깥이 낫다는 생각에 이날 날이 밝자마자 방을 나섰다고 했다.
전날 저녁 전기장판도 틀지 않았다는 김선희씨(53)는 핫팩을 등 뒤에 깔고 밤을 났다고 했다. 그는 겨울엔 추위를 피해 지하철을 찾곤 한다. “2호선은 순환선이잖아요. 한 바퀴 돌면 1시간45분쯤이거든요. 한 바퀴 돌면서 몸을 녹이곤 해요.” 그가 말했다.
이들이 모인 동자동 새꿈어린이공원에서는 장성교회·소망을찾는이교회 등이 주일 예배를 열었다. 소망을찾는이교회 관계자들은 주민 30여명에게 목토시를 일일이 나눠줬다. 이들은 “가장 추운 날을 대비해 일부러 넥워머(목토시)를 챙겨왔다”고 했다. 예배 이후 차려진 무료급식소에서 육개장을 한 그릇씩 받아든 주민들은 뜨끈한 국물로 잠시 몸을 녹이곤 흩어졌다. 김씨는 “조금 더 햇볕을 쬐며 돌아다니다가 집에 갈 것”이라고 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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