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비대위원장 되면 ‘윤심 공천’…비토론도 만만찮아
“대선 주자 소모 말자” 의견에 ‘공천 학살’ 우려 등 반대도 커
일각선 “윤심은 김한길” 주장…18일 의원·당협위원장 회의
국민의힘 친윤석열계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사진)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하는 힘이 커지고 있다. 내년 총선 공천권을 확실히 쥐고 가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내에선 정권 2인자가 당권을 쥐어선 변화를 보여줄 수 없다는 비판, 대선 주자를 소모하지 말자는 걱정, 공천학살에 대한 우려 등 비토론도 비등하다.
‘윤심’(윤 대통령 의중)은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에게도 있는데 일부 친윤계가 한 장관으로 몰아간다는 주장도 있다. 수직적 당정관계에서 비롯된 위기에도 불구하고 비대위원장 추천 또한 윤심 읽기 경쟁으로 흐르는 양상이다.
‘한동훈 대세론’은 지난 15일 의원총회에서 김성원 여의도연구원장, 김석기 최고위원 등 친윤계가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추천하면서 불거졌다. 이들은 “전 국민적 인지도” 등을 근거로 들었다. 당에선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이철규 의원 주도하에 한 장관 힘싣기가 진행된다는 말이 나왔다.
윤 대통령과 함께 네덜란드 순방(11~15일)을 다녀온 장예찬 최고위원은 1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위기의 여당에게 필요한 것은 여의도 문법이나 정치 경험이 아니다”라며 “정치권의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파격적인 선택, 국회의원 기득권을 타파하는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밝혔다.
한 장관 카드는 김건희 여사 특검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와 재투표로 윤 대통령이 위기에 몰리는 상황에서도 총선 공천권을 잡고 가겠다는 윤 대통령의 뜻이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비판도 크다. 이준석 전 대표는 전날 MBC 라디오에 나와 “(2012년 총선처럼) 이명박으로 안 되면 박근혜에게 총선 지휘를 맡기는 게 성공 방정식”이라며 “정권심판론을 정권 2인자로 잠재우겠다는 발상부터 황당하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SNS에 “윤 대통령 아바타를 다시 당대표로 만들어본들 그 선거가 되겠나”라고 했다.
이용호 의원은 SNS에 “선거는 전쟁이다.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전쟁을 지휘해 본, 전략 전술을 아는 사람을 국민의힘 장수로 모셔야 한다”며 “한동훈 장관은 우리당의 큰 자산이다. 그분은 그분의 스타성에 걸맞은 선대위원장 같은 역할을 한다면 어떨까”라고 남겼다. 당내에선 정치 경험 없이 당권을 쥐었다가 지난 총선에서 상처를 입은 황교안 전 대표를 들어 걱정하기도 한다.
현역 의원들은 김기현 전 대표가 총선 불출마를 수용하지 않고 버티다 사실상 쫓겨난 것을 보면서 정치권에 빚이 없는 한 장관을 통한 공천 물갈이를 걱정하는 기류도 있다. 일부 초선 의원들이 단체채팅방에서 김 전 대표를 옹호하다 망신을 당한 후 언행에 조심하는 분위기다.
윤심이 김 위원장에게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통화에서 “최근 대통령과 대화한 인사로부터 대통령이 마음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은 김한길인데 당내·여론 반응이 좋지 않아 부담감이 있다고 전해 들었다”며 “대통령이 한 장관과 김 위원장 둘 사이에서 결정을 못한 것 같은데 윤핵관들이 한 장관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이날 SNS에 “집을 새로 짓고 간판까지 바꿀 정도의 환골탈태의 비대위원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지사는 다른 언론 통화에서 김 위원장을 비대위원장 후보 중 상책(上策·가장 좋은 대책)으로 언급했다.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18일 국회의원·원외 당협위원장 연석회의를 열어 비대위원장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 장관에) 긍정적인 입장도, 걱정하는 분도 있는데 모두 녹여 결론을 내겠다”고 말했다. 전당대회 때처럼 결국 ‘윤심’(윤 대통령 의중) 향배에 따라 대세가 기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윤 권한대행이 비대위원장을 추천하면 상임전국위와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 이달 하순 비대위가 출범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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