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ASML 투자 가로채기 아냐" 민주당 "인정, 삭제하겠다"
전혀 별개 R&D센터 투자, 정정 요구…민주 대변인"납득, 바로잡겠다"
"대사 초치, 파리 술자리, 김건희 명품백 수수 의혹에도 답해달라"
[미디어오늘 조현호, 노지민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순방 성과를 이미 기업과 지자체가 만든 성과에 무임승차한 “숟가락 얹기”, “꼽사리 외교”라고 비판했다가 사실과 다르다는 대통령실 반박을 받았다. 이 대변인은 이에 자신의 브리핑 내용이 사실과 달랐음을 인정하고 해당 내용을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최민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15일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방문이 세계 반도체 장비 분야 시총 1위 기업 ASML의 한국 R&D 센터 건설을 이끌어 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다”며 “그러나 ASML의 한국 R&D 센터 건설은 윤석열 대통령이 만든 성과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최 대변인은 “ASML은 이미 2021년 화성시, 경기도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업무협약을 했고, 지난해 11월 기공식을 가지고 해당 R&D 센터 건설에 착수했다”며 “삼성, 하이닉스 등 민간기업의 노력과 경기도와 화성시의 지원으로 이뤄낸 성과를 '글로벌 반도체 동맹 완성'이라며 대통령 순방 성과물로 포장하고 가로채다니 기가 막히다”고 비판했다.
최 대변인은 “대통령실은 양심을 어디다 팔아먹었느냐”며 “정말 양심불량 대통령”이라고 밝혔다. 그는 “더욱이 시스템 반도체, AI 반도체, 차량용 반도체 등 반도체 R&D 예산을 삭감해놓고 이제 와서 은근슬쩍 꼽사리 끼려는 윤석열 대통령의 행태는 꼴사납다”고 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16일 출입기자들에게 공지한 '알려드립니다'에서 더불어민주당의 2023년 12월 15일자 브리핑의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대통령실은 “더불어민주당이 언급한 투자 프로젝트는 ASML의 프로젝트 가운데 교육 및 장비지원센터 설립에 관한 것으로 2021년 5월13일 산업통상자원부, 경기도, KOTRA, ASML이 공동으로 '첨단장비 클러스터 투자협약'을 체결”했고, “같은 해 11월에는 경기도, 화성시, ASML이 부지 제공과 관련된 추가협약을 체결하고 지난해 기공식을 거쳐 현재 건설 중에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번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방문에서 성사된 ASML-삼성 간 1조 원의 R&D 센터 건립은 기존의 투자 프로젝트와는 전혀 다른 별개의 사안”이라며 “차세대 EUV 기반으로 첨단 반도체 제조공정을 공동개발하는 프로젝트”라고 반박했다. 대통령실은 “그동안 대통령은 ASML 회장을 두 차례 만나 지속적으로 투자 확대를 요청해 왔고 이번 순방을 계기로 ASML이 전격 추가투자를 결정하게 된 것”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의 논평은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잘못된 것으로, 대통령 순방 성과를 정치적으로 폄훼하려는 의도까지 보인다”고 밝혔다. 바로잡아달라고도 촉구했다.
이에 최민석 대변인은 17일 오후 소통관기자회견장에서 “제가 지난 15일 발표했던 브리핑은 사실과 달라 삭제 조치하겠다”며 “대통령실의 해명을 납득하고, 사실과 달랐음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최 대변인은 “잘못된 점이 있다면 겸허히 수용하고 바로 잡겠다”고 했다.
최 대변인은 이제 침묵을 깨고 국민과 야당의 물음에 답하라면서 △네덜란드 순방 당시 과도한 의전을 요구해 주네덜란드 한국 대사가 초치 당한 경위는 무엇인지 △엑스포 개최지 투표 나흘 전 윤석열 대통령이 파리에서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 모아 한가로이 폭탄주를 즐긴 것(한겨레21 보도)이 사실인지 △미국에 72조 원, 영국에 33조 원 등 105조원을 퍼붓고 겨우 7조원 투자를 받아왔다는 지적에 대한 입장은 무엇이냐고 공개 질의했다.
이밖에도 최 대변인은 △해병대 사령관과 통화한 국가안보실 직원은 누구이고 24분 만에 해병대원 사망사건 수사 자료의 경찰 이첩이 취소된 것은 대통령실과 무관한지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정황이 담긴 추가 녹취록 공개와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지도 질의했다. 최 대변인은 “대통령실은 유리할 때만 입을 열고 불리하면 숨어버리는 무책임한 태도에서 벗어나 국민의 물음에 답해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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