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김석철 경기도농업기술원장 “함께 더 풍요로운 경기도 만들길”
농업 R&D와 기술… 핵심 역할 ‘톡톡’
내년 여주·연천 특화품종 개발기술 지원
맞춤형 인재양성·현장 재해 예방 교육도
“밥 한번 먹자”
인사에서 조차 ‘밥’이 빠질 수 없는 밥의 민족. 대한민국에서 농업은 인류와 함께하는 가장 중요한 국가 기간산업 중 하나로 꼽힌다. 대한민국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 온 농업에도 미래산업 바람이 불며 도시농업, 도농상생농업 등 ‘새로운 농업’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농촌진흥기관 농업기술원의 역할이 더욱 강조된다.
지난 2018년 10월부터 경기도농업기술원 수장을 맡고 있는 김석철 경기도농업기술원장은 1988년 충남 아산에서 농촌지도직으로 공직에 입문해 농진청 연구관리국, 농업기술연구소, 국립농업과학원 등을 거치며 능력을 펼쳐왔다. 기술원을 5년 넘게 이끌어 온 김석철 원장을 만나 경기도 농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들어봤다.
Q. 경기도농업기술원에 관해 소개를 부탁드린다.
A. 경기도농업기술원은 1917년 경기도종묘장으로 발족한 이래 1962년 경기도농촌진흥원, 1998년 현재의 경기도농업기술원으로 개칭된 이후 농업 R&D와 기술 보급의 핵심 기관으로 농업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농촌진흥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농기원은 농업 과학기술의 개발을 위한 시험연구는 물론 농업환경 보전에 관한 연구, 안전한 먹거리 생산을 위한 친환경 생태농업 육성, 경기도 육성 품종 벼 확대 재배, ICT 융복합 첨단농업, 여성인력 육성, 농촌 활력화 등에 역점을 두고 농업기술 연구개발 보급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Q. 지난 2018년 취임 후 원장으로 부임한 지도 어느새 4년이 넘었다. 그간 소회가 궁금하다.
A. 농업기술원장으로 부임한 후 농업인들과의 소통을 최우선시하며 지내왔다. 그 중 도 단위 친환경농업연구회를 발족한 것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경기도친환경농업연구회는 2019년 창립 이후 신기술 현장 실증을 통한 현장 밀착형 연구 등 친환경 농가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데 앞장서 왔고, 현재 도내 친환경 농가들의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앞으로도 도 농업기술원은 농업인들과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농업 현장의 어려운 점을 신속히 해결할 수 있도록 현장 밀착형 연구개발 및 기술 보급에 힘쓰겠다.
Q. 올 한해 도 농기원에서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사업은 어떤 것이었는지.
A. 2023년 추진한 사업 모두 경기도 농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중요한 사업이기 때문에 특정한 사업에 역점을 두었다고 얘기하기가 어렵지만, 그 중 ‘도-시군 농업과학기술 공동연구사업’에 대해 말하고 싶다.
이 사업은 올해 처음 농업기술원과 시군농업기술센터가 지역농업 경쟁력 강화와 도내 전략작목 육성을 위해 실시한 사업으로, 여주·연천·이천·파주 4개 지역에서 수행했다.
앞서 도에서 개발한 농업기술을 시군에서 시범사업을 통해 농가에 보급해 왔던 것과 달리, ‘도-시군 농업과학기술 공동연구사업’은 현장 애로 기술을 농업기술센터가 발굴, 농업기술원 전문가와 공동연구를 추진해 현장 문제를 보다 신속하게 해결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또 지난 10월 기술원은 경기도와 함께 전국 최초로 ‘치유농업 서비스 바우처 사업’을 6개 시군에서 추진 중이다. 기술원이 치유 농장 육성과 농장주 전문역량 강화 등 농장 품질을 관리하고 경기도 복지국은 발달장애인 대상 바우처 사업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전국 치유농업 확산의 우수사례가 되고 있다.
Q. ‘참드림’ 경기미가 남다른 인기를 끌고 있다. 경기미 품종 개발부터 그간의 과정은 어땠는지도 궁금하다.
A. 기술원은 기후환경과 소비 트렌드 변화에 대응한 벼 신품종 개발을 통해 경기 농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어떤 작물이든 신품종 개발에 앞서 해당 품종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것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비록 소비자 요구에 맞춰 벼 품종을 개발했어도 연구 단계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문제점으로 농가의 외면을 받은 품종도 물론 있었다.
2011년 농기원이 육성한 ‘맛드림’은 경기도에서 처음 개발한 벼 품종으로 쓰러짐에 매우 강하고 식미도 우수한 품종이었으나 수확량을 높이기 위한 과다한 질소비료 시비로 단백질 함량이 높아 밥맛이 떨어지고 수발아에 약한 문제점으로 지금은 재배 면적이 크게 줄었다.
이러한 경험은 농업기술원이 더 좋은 품종을 개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2014년 중만생종으로 병해충에 강하고 국내 재래종의 부드러운 식미를 도입한 우수 품종 ‘참드림’을 개발했다. 참드림은 당시 도 재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일본 재래종 ‘추청벼’를 대체할 신흥 품종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다.
성과에 힘입어 기술원은 2017년 메벼와 찰벼의 중간 특성을 가져 식미가 부드러운 ‘가와지1호’, 2021년 재배 안정성과 수량성이 높고 식미가 우수한 ‘꿈마지’, 지난해에는 가와지1호와 유사한 특성에 구수한 향을 가져 식욕을 돋우는 ‘수려미’를 개발했다.
Q. 친환경 병해충 예방과 관련해선, 농기원이 개발한 다양한 방제 기술 등이 얼마나 민간에 전수될 수 있는지도 중요할 것 같다.
A. 경기도농업기술원의 친환경농업분야 연구의 최우선의 이슈는 농가 현장에 있다. 현장 애로사항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효과적으로 개선해나갈 수 있는 연구들을 수행하고 있다.
친환경 재배기술에 대한 현장 요구도가 높은 작목을 선정하고 재배, 병해, 해충, 미생물 분야의 연구진이 각자의 분야에서 필요한 기술을 발굴하고 협업해 해당 작목의 친환경 재배기술을 확립하고 있다. 단순 작목 연구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바로 사용 가능한 영농활용 정보를 제공하고 정책제안을 통해 농가소득 향상이나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자 노력하고 있다.
친환경농업 생산비 증가로 경영 부담이 과중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저비용·고효율 친환경 농자재 등 실용적인 친환경 기술 개발·보급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기술원에서는 병방제용 유기농업자재 및 기능성 미생물을 선발하고 현장에 보급하는데 역점을 두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Q. 기후 환경 변화나 농자재 물가 상승 등으로 농업 현장의 애로사항이 많은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농기원에서 진행 중인 사업은 무엇인지.
A. 지난 봄철 이상저온으로 인한 과수 냉해피해, 7월 폭염 및 집중호우로 시설 및 농작물 침수, 병해충 발생 등 올해도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상 발생은 농가에 많은 피해를 준 바 있다.
안정적인 식량 생산을 위협하는 기후변화와 같은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후변화의 원인물질인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지속적인 연구개발 및 보급이 필요하다.
기술원에서는 온실가스 인벤토리 구축을 위한 배출계수 개발, 경축순환 농업 등 유기자원 순환이용 기술 개발, 스마트팜 ICT 기술 활용 에너지 저감, 논물관리, 비료절감 등의 탄소저감 기술 보급·확산, 농업 및 생활 속 실천운동과 교육사업 추진 등으로 탄소중립 기반 지속가능한 경기농업을 이루고자 노력하고 있다.
Q. 앞으로 종자 주도권 확보 등을 위해 농기원 차원에서 새로운 품종 개발을 계획하고 있는 게 있다면.
A. 신품종 개발에 가장 큰 화두는 기후변화다. 온도 상승, 잦은 강우, 극심한 가뭄, 도발 병해충 등 외부 환경변화와 내부 소비자 트렌드에 적합한 신품종 개발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벼 등 식량작물은 내외부 환경변화에 적합한 신품종을 개발해 종자 주권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 도내 시군농업기술센터와 함께 지역에 특화할 수 있는 품종을 공동개발해 지역특화 품종 육성을 추진, 지역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고양시와 개발한 가와지1호, 평택시 꿈마지 품종은 지역 맞춤형 품종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으며, 내년엔 연천 지역에 적합한 품종을 육성할 계획이다.
화훼는 식량작물보다 소비자 트렌드 변화가 매우 빠르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선인장과 다육식물은 농가 판매액이 전국 대비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고 2023년 수출액도 824$로 경기도의 효자 작목이다.
앞으로도 국내외 소비 변화에 대한 꾸준한 모니터링으로 상품들의 로열티 경감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선인장·다육식물은 물론 장미·국화·분화용 수국 등의 신품종을 육성하고 있다.
Q. 내년도 경기도농업기술원의 목표와 주요 사업은 무엇인지 소개해달라.
A. 2024년 경기도농업기술원 중점 추진 업무는 ‘지속가능한 경기농업 실현, 농업의 미래성장 산업화, 풍요롭고 활력이 넘치는 농촌구현’ 세 가지 목적을 두고 사업을 수행할 계획이다.
지속가능한 경기농업 실현을 위해 식량작물은 디지털 육종 기술을 기반해 신품종을 개발하고 여주, 연천 지역특화 벼 품종 개발을 위한 기술지원을 추진할 계획이다.
국내외 선호도가 높은 원예 특작 신품종 육성 및 최고품질 생산기술 개발·보급을 위해 장미 등 6작목에서 25품종을 개발할 계획이며 원예작물 품종 다양화 및 고품질 안정 생산 기술시범을 63개 사업 100개소에서 추진할 예정이다. 환경친화적 농업기술 개발·보급은 친환경 농산물 안정 생산기술과 기후변화 대응 농경지 온실가스 저감 기술 등을 개발·보급해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할 것이다.
이 밖에도 지역 특화작목 경쟁력 강화를 위해 버섯, 인삼, 콩, 선인장․다육식물, 곤충산업에서 전략작목 육성을 위한 품종과 부가가치 향상 기술을 개발·보급해 농업인의 소득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
농업의 미래성장 산업화를 위해서는 데이터 기반의 스마트농업 확산과 고도화에 필요한 정밀생산기술을 개발·보급하고 축산과 양봉산업에도 ICT기술을 활용, 노동력 절감을 위한 스마트 관리 기술을 투입할 계획이다. 또 지역농산물을 이용한 고부가 제품 개발과 산업화를 추진하고 지역농업 발전을 위한 발전 전략을 수립해 지역별 특성화된 농산업 육성 체계를 구축할 것이다.
풍요롭고 활력이 넘치는 농촌구현은 치유·도시농업을 활성화해 도민 행복을 중진 시키고 미래 지향적 인재 양성을 위한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해 창의적이고, 혁신 능력을 갖춘 농업 인재 양성을 추진할 것이다. 또 청년 농업인을 육성, 농촌의 소멸 위기에서 기회의 농업․농촌으로 바뀔 수 있도록 하고, 농업 현장 안전 재해 예방을 위해 농업인 교육과 역량 강화 지원도 추진하겠다.
Q. 끝으로 도내 농업인들을 포함해 도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A. 우리 경기도의 농업은 우리 지역의 중요한 기반 중 하나다. 농업은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이어가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농민 여러분들의 노고 덕분에 식량 안정과 지역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우리 경기도농업기술원은 농업인 여러분들을 위해 최신 기술과 정보를 제공하고, 연구 및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지속 가능하고 효율적인 농업을 지원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더 나아가, 환경 보전 및 생태계의 유지에도 주력하며 지속 가능한 농업 발전을 위해 노력 중이다.
기술원, 도내 농업인분들과 도민들이 더 나은 미래를 향해 함께 노력하면서 더 많은 혁신과 지원이 이루어질 것이라 믿는다. 우리 농업인들에게 무한한 응원과 감사를 표하며, 도민들이 우리 지역의 특산물과 농산물을 더 많이 알아주고 지지해 주시기를 부탁한다. 함께 더 풍요로운 경기도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겠다.
이지민 기자 eas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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