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EU의 도시 네트워크 확대, 우리나라 지역발전 새 모델이다
메가시티는 경제 성장과 혁신의 중심지로 국가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메가시티의 성장은 수도권 집중화, 경제적 격차, 정치적 갈등 등의 문제점을 야기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다핵 도시권 협력 거버넌스, 즉 도시 네트워크가 제시되고 있다. 여러 개의 도시가 협력하여 지역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다. 기술과 경제라는 측면에서 메가시티 지역은 성공적이다. 그러나 인재의 집중화는 경제성장을 촉진하였지만 불평등을 심화시켜 국가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협하고 있다. 메가시티 주변 도시지역의 정체와 쇠퇴는 유럽연합(EU)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개인과 가족의 삶을 위축시키고 지역 경제를 침체시킴으로써 정치적 지형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극우정당의 득세로 이어지고 있다.
EU는 도시 네트워크 기반의 다핵 도시권 거버넌스 전략으로 정체성과 경제회복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도시 네트워크는 여러 도시가 서로 협력해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고, 도시 기능을 서로 보완함으로써 시너지를 발휘한다. 핵심 도시들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면서도 인프라를 통해 연결되어 있고, 기능을 분화하여 상호의존성이 높다. 인구와 산업이 집적된 중심도시와 인근 지역의 연계는 성장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국가적 경제 성장전략으로 자리잡았다. 서유럽의 ‘펜타곤 지역’으로 불리는 핵심 경제지대에 포진한 8개 도시군-런던권, 네덜란드 란트스타트, 중부 벨기에, 라인루르지역, 라인마인지역, 북부 스위스, 파리권, 더블린권-은 도시 네트워크의 좋은 사례이다.
도시 네트워크의 가장 유명한 사례는 네덜란드의 란트스타트다. 중소도시가 인접 대도시의 성과를 공유하고, 대도시 역시 인접 중소도시로부터 보완적 기능을 활용한다. 따라서 도시 네트워크 생산성의 본질은 단순한 규모가 아니라 외부효과에 있다. 네트워크를 통한 도시지역 간 협력은 한 국가 내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 국경을 초월하여 인접한 도시지역 간에 이뤄지기도 한다. 대표적 사례로는 홍콩과 선전을 연결하는 경제특구,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를 연결하는 시조리(Sijori) 성장 삼각주, 독일과 네덜란드의 유로지오(Eurogio) 협력체제, 덴마크와 스웨덴의 외레순(Øresund) 지역 협력, 이탈리아, 프랑스, 스위스의 국경을 접하는 3개 지역(피에몬테, 리옹, 알자스)의 협력체인 레기오 트리레나(Regio TriRhena) 등이 있다. 특히 외레순 지역은 해상 월경 협력의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과 스웨덴 스코네의 협력으로 형성된 외레순 지역은 EU 내 국가 간 경제 지역 중 가장 발전된 지역으로 성장하였다.
이와 같이 도시 네트워크 협력 거버넌스는 도시 및 지방자치단체 간 협력을 통해 작은 영토 규모에서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해결책이다. EU는 도시 간 협력을 통해 지역의 특성과 필요에 맞는 정책을 수립하고 정부와 지방정부, 지역사회의 협력을 도모하고 있으며 지역 발전을 위한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EU의 사례를 참고하여 메가시티뿐만 아니라 다핵 도시권 협력 거버넌스 등 지역발전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종서 EU정책연구소 원장·한국유럽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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