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하얀 겨울
머라이어 캐리가 캐럴로 크리스마스 연금을 탄다면 듀오 그룹 미스터 투(Mr. 2)는 눈이 내리는 겨울마다 눈꽃 연금을 탄다. 이민규와 박선우(데뷔 당시 이름은 박종석)로 결성된 미스터 투는 1993년 10월 ‘하얀 겨울’로 깜짝 데뷔했다.
“그대 생각해줘 나를/ 하얀 눈을 맞으며/ 홀로 서 있는 모습을/ 그리움에 눈물 흘러내릴 때까지”로 이어지는 후렴구를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그해 겨울, 추위와 함께 눈보라가 몰아치면서 노래가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당시 가요순위 프로그램 5주 연속 1위를 달리던 김건모의 ‘핑계’를 제치고 4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데뷔앨범이 70만장 이상 판매됐으니 이만저만한 인기를 얻은 게 아니었다.
작곡가 오동석이 만든 이 노래는 원래 겨울 분위기를 담은 노래가 아니었다. 겨울에 발표되는 노래인 만큼 겨울 분위기를 내자는 멤버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수정된 것이다. 그래서 노랫말은 얽히고설킨 남녀관계를 소재로 했지만, 초인종 소리로 시작하는 리듬과 멜로디는 캐럴을 닮았다.
애당초 이민규와 박선우는 각자 솔로 가수를 꿈꾸면서 기획사의 문을 두드렸다. 그 당시 인기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인 주영훈이 듀엣으로 활동하면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조언해줬다. 실제로 작은 키에 허스키한 음색을 가진 이민규와 큰 키에 감미로운 음색을 가진 박선우의 궁합이 잘 맞아떨어졌다.
그러나 노래가 먼저 히트하고, 2집 앨범을 끝으로 해체되는 바람에 개인의 스타성은 다소 떨어진다. 두 사람의 성향이 정반대였고, 소속사와도 갈등을 겪으면서 그룹으로선 단명하고 말았다. 현재 이민규는 부산에서 중식당을 운영 중이고, 박선우는 연기자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하얀 겨울’의 연금 그래프가 올라가려면 춥고 눈이 많이 내려야 하는데 겨울답지 않은 올겨울이 수상하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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