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 발언대] 그래도, 성소수자 학생을 포용하는 학교를 꿈꾼다
지난 12월15일 충남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되었다. 학생의 권리만 강조된다는 이유로, 성적지향·성별정체성이 포함된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 등이 잘못된 인권개념을 추종하게 만든다는 이유로, 충남학생인권조례는 제정된 지 불과 4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충청남도 학생인권 조례를 폐지한다’는 단 한 줄의 내용만이 담긴 조례안에 찬성표를 던진 도의원들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말 학생인권조례가 교권침해에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는지, 성소수자 학생도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내용이 잘못된 인권개념을 추종하게 했다는 그 근거가 무엇인지, 인간으로서 가지는 존엄성과 보편적 권리를 삭제시킴으로써 얻게 되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참담한 마음과 분노감이 연일 계속 끓어오른다. 아무것도 확인된 바 없고, 잘못된 정보만으로 학생 인권을 가볍게 여기고 무참히 짓밟은 그들이 위 질문에 대한 최소한의 답변조차 하지 못한다면 충남 도정을 책임질 자격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은 최근 ‘포용적인 학교 환경을 위한 법제도 개선연구’라는 제목의 연구 과제를 수행하며, 성소수자가 혐오성 괴롭힘 등 폭력으로부터 보호되어야 하고, 학교 시설(화장실·탈의실·기숙사 등)과 교복·반 배정·반 번호 등 학교운영, 체육 등 교과 활동에 있어서 학생의 성별정체성과 성별표현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원칙 등을 확인한 바 있다. ‘안전하게’ 학교에 다니고 싶다는 성소수자 학생들의 평범한 바람이 담긴 것으로서 이 같은 원칙이 지켜지기 위해서는 교육기본법, 학교시설법, 초·중등교육법 등 최소 13개의 법과 지침이 개정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하지만 법 개정은커녕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 과정에서 확인한 것은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은 잘못된 인권개념 중 하나이고, 성소수자 학생을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폭력과 차별에 노출될 우려 때문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도 못하고, 모든 교과과정과 심지어 성교육 시간에도 동성애라는 말조차 하지 못하게 만드는 교육 환경 속에서 그 ‘잘못’은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 것일까. 문제는 잘못된 인권개념이 아니라 잘못된 교육제도와 인권관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충남도를 시작으로 서울시와 경기도 학생인권조례도 ‘폐지’ 위기에 놓였다. 인권단체의 요구와 국가인권위원회의 간절한 재고 요청도 무시되고 있다. 학생도 인권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대원칙이 흔들리고 있는 현실을 보며 답답한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지만, 학생인권조례가 사라진다고 학생 인권이 폐지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성소수자 학생을 포용할 수 있는 학교를 꿈꾸는 것 또한 포기할 수 없다. 학생인권조례는 인권을 지키는 최소의 버팀목이다.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정민석 청소년성소수자지원센터 ‘띵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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