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워크아웃설에… 부동산PF 부실 우려 증폭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다시 커지면서 금융시장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긴장감 높게 시장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PF 사업장 재평가와 충당금 추가 적립 등을 통해 부실이 금융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17일 금융당국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지방건설사 부도와 유동성 위기설이 지속하면서 시장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주 증권가에서는 도급순위 16위인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설, 1군 건설사 부도설 등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유가증권시장에서 태영건설은 13일 6.5%, 14일 11.62% 하락했다. 회사 측이 유동성 문제가 없다고 부인했으나 주가가 급락한 것은 태영건설의 부동산 PF 우발채무는 11월 말 기준 2조5000억원 수준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태영건설 PF 우발채무 부담이 과중하다며 올해 상반기 태영건설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강등한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차환해야 할 자금 만기가 계속 돌아오고 있는데 결국 PF 분양을 해서 갚기 전까지는 쳇바퀴 돌듯이 막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시장의 신뢰가 떨어지면서 PF 차환 리스크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 지방건설사들이 줄줄이 부도처리되고, 위기를 겪는 사업장이 속출하는 것도 시장의 자금 경색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광주 소재 해광건설은 지난 13일 만기 도래한 어음을 막지 않아 최종 부도 처리됐다. 경남 창원 소재 남명건설도 만기 어음을 막지 못해 이달초 부도 처리됐다.
지방 사업장들의 EOD(기한이익상실)는 물론이고 서울 노른자위 땅에서도 브릿지론 EOD 위기 사례가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프리마호텔 부지를 고급 주거단지로 개발하는 사업인 '르피에드 청담'은 최근 브릿지론 만기 연장에 가까스로 성공했다.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 역시 연일 상승세다.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지난 9월 말 기준 2.42%로 6월 말(2.17%) 대비 0.24%포인트(p) 상승했다. 작년 말(1.19%) 대비로는 1.23%포인트 올랐다. 이중 저축은행의 PF 연체율은 5.56%로 지난 분기보다 0.95%포인트 올랐다. 상위 5개사의 연체율은 6.92%에 달했다. PF 시장 분위기가 악화하면서 그간 대주단 협약을 통한 만기 연장으로 부동산 PF 부실을 이연해왔던 금융당국의 태도도 달라졌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2일 "사업성이 미비한 사업장이나 재무적 영속성에 문제가 있는 건설사·금융사의 경우에는 시장원칙에 따라 적절한 조정·정리, 자구노력, 손실부담 등을 전제로 한 자기 책임 원칙의 진행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부실한 PF 사업장에 대해 '옥석 가리기'가 불가피하다는 것으로, 금융당국이 본격적인 부실 정리에 나서겠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이 원장은 이어 14일에도 건설업 등 취약 업종 부실화가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도록 한계기업에는 자기책임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엄정한 사업성 평가를 반영해 건전성을 분류하고 보수적 시나리오에 기반해 충분한 충당금을 적립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 사업 진행 속도가 더디거나 만기 연장만 계속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존에도 PF 사업장에 대한 사업성을 정기적으로 계속 평가하고 있다"며 "최근 부동산 경기가 안 좋은 상황이 오래 지속되는 만큼 정확한 평가를 통해 건전성을 조정하고 있고, 충당금도 조금씩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PF 부실과 관련해서는 업권별로 건설사 및 PF 익스포저에 대해 관리 상황, 충당금 적립 등을 릴레이 회의를 통해 논의하고 있다"며 "금융시장 안정성이 타격받지 않도록 관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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