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믿을 건 ‘반도체’…내수는 눈덩이 빚·부동산PF 부실로 ‘살얼음’

문지웅 기자(jiwm80@mk.co.kr) 2023. 12. 17.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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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저효과로 상반기 성장률이 더 높을 것
미국 등 세계경제 하반기 악화 가능성
대기업 위주 수출이 성장률 견인하지만
가계·기업 높은 부채 내수 발목 잡힐수도
기업연체, PF부실로 체감경기 악화
3%대 물가불안 내년 2%대 진정세
기상이변, 유가불안 등도 불안 요소
떨어지는 잠재성장률 끌어올리려면
과감한 규제개혁, 인구감소 대책 시급
[사진=연합뉴스]
민·관 경제경영연구기관 수장들은 경제대전망 설문에서 한국의 내년 경제가 세계 경제 부진 속에서도 올해보다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동안 부진했던 반도체 경기회복이 내년도 경제를 지탱해 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반도체와 수출 위주의 성장이 대기업 중심으로만 집중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부분은 우려를 낳는다. 국민들이 체감하는 내수 경기의 경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정리 과정에서 건설 경치로 어려움이 예상된다. 민간과 기업의 과도한 부채도 내수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내수에만 의존하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올해만큼이나 내년에도 힘든 한 해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1.8~2.2%로 전망됐다. 김영민 LG경영연구원장이 가장 낮은 1.8% 전망을 제시했다. 허용석 현대경제연구원장은 2.2%를 제시해 5명 중 가장 높았다.

김영민 원장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1.8%로 2년 연속 2%를 밑도는 부진한 양상이 이어질 것”이라며 “특히 내년 중반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경제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는 점도 하반기 우리 경제의 회복과 반등을 일정 부분 제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허용석 원장은 “금리 피크아웃(정정 통과)으로 인한 내수의 완만한 개선과 글로벌 교역 반등으로 국내 수출 경기 회복이 기대된다”며 “금융여건이 전반적으로 개선되면서 실질적으로 내년 하반기에 체감경기는 더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이시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내년에 우리 경제는 2.1~2.2% 성장이 예상된다”며 “기저효과와 미국 경제 모멘텀의 지속성을 고려하면 상고하저로 예상되지만, 미국의 금리 인하 시기에 따라 하반기 성장세가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연구원장들은 대체로 내년 한국 경제를 ‘상고하저’로 내다봤다. 올해 우리 경제가 ‘상저하고’ 구조를 띈 것과는 상반된다. 올 하반기 경기 회복 모멘텀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반영한 전망으로 풀이된다. 미국 대통령 선거와 미국 경기 부진을 비롯한 리스크 요인이 하반기로 갈수록 부각될 수 있어 상고하저 전망이 지배적이다.

주현 산업연구원장은 “상반기 2.2%, 하반기 1.9% 성장으로 상고하저가 예상된다”면서도 “미국 경기가 급속한 침체에 빠지거나 중국 부동산 경기가 급락한다면 우리 경제의 성장세도 둔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주 원장은 “과도한 가계부채가 민간소비 확대를 제약하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가계부채가 더 이상 증가하지 않도록 섬세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가계와 기업의 부채 과도한 부채는 중국 경기 부진과 함께 내년에 한국 경제를 발목잡는 최대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많았다.

조경엽 한국경제인협회(옛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내년 경제의 최대 하방 리스크는 민간부채 문제”라며 “장기간 늘어난 상환부담이 기업·가계의 재무건전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고, 최근의 연체율 급증은 그 증거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조 실장은 기업부채 문제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부도율과 연체율이 빠르게 오르고 있는 기업부채 문제를 최대 현안으로 꼽을 수 있다”며 “정상기업마저 부도위기에 몰리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허 원장도 “기업 부채가 증가하면 투자와 성장에 장애가 될 수 있고, 이는 고용 창출과 경제 안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기업 부채 문제는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도전과제로 지속적인 관심과 전략적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내년에 올해보다 높은 성장률이 예상되지만 물가는 오히려 내려갈 전망이다. 주 원장은 “세계경기가 완만히 둔화되고 대외 충격이 크지 않을 경우 지금 추세라면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대 중후반, 근원물가는 2% 초중반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 원장은 “내년 물가상승률은 2% 중반대를 기록할 것”이면서도 “원자재 수급 같은 불안 요인이 가득해 물가 경로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특히 허 원장은 전세계적인 기상이변을 물가 불안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해 눈길을 끌었다. 국제유가가 언제 다시 튈지 모른다는 불활실성도 잠재된 불마 불안 요소로 꼽힌다.

내년에 비록 올해보다 높은 2% 성장이 가능하지만 잠재성장률 수준에 그친다. 가격이 올라서 성장이 있었던 것처럼 보일 뿐이라는 뜻이다.

조 실장은 “총요소생산성이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는게 진짜 문제”라며 “과거와 같이 모방형 기술진보로는 잠재성장률을 끌어 올리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글로벌 경제를 선도하는 기술혁신을 이루기 위해서 기업가 정신 재점화과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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