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 "임플란트 함부로 하지 마라"···수익만 좇는 업계 현실 폭로, 왜?

김태원 기자 2023. 12. 17.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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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본문과 직접적 연관 없음. 이미지투데이
[서울경제]

40년 경력의 현직 치과의사가 치과업계에 팽배한 그릇된 내부 사정을 고발하고 나섰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치료 대신 비싼 치료를 권하는 것도 모자라 살릴 수 있는 치아도 뽑아버린 뒤 임플란트를 시키는 일이 만연하다는 것이다.

개인병원 은퇴후 지난해부터 건강검진 치과의로 일하는 김광수씨는 최근 신간 ‘임플란트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통해 수익에만 혈안이 된 치과업계의 현실을 꼬집었다. 다른 치과의사들로부터 따돌림받을 위험을 감수해가며 어두운 '영업 기밀'을 폭로한 것이다.

'치과외전·현직 치과의사의 쓴소리'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서 그는 "오늘날 일부 타락하고 상업화되고 과잉진료가 판치는 치과계에 경종을 울리고 경제적으로 힘든 사람도 떳떳하게 치과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폭로에 나선 이유로 김씨는 “국민의 치아와 주머니를 보호하기 위함이고, 더는 모든 치과의사가 국민의 불신을 받는 사태까지 가지는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예방치과 전문의사로서 '치과계가 이렇게 타락해도 되는가'라고 생각한다는 소신을 드러냈다.

사진 제공=도서출판 말

그는 '장사를 잘하는' 치과에 가면 멀쩡한 치아도 나쁜 충치로 바뀐다고 주장한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아말감 충전 치료 대신 이보다 20~30배 비싼 금·인레이 치료를 바로 권한다는 것이다. 아말감이 해롭다는 것은 과학적 진실이 아니다. 아말감은 값싸고 우수한 재질의 훌륭한 충치 치료재다.

또 저자 김씨는 “한국은 임플란트 천국”이라며 “임플란트는 만능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경을 치료해 치아를 살리는 것은 외면한 채 손쉽게 임플란트 시술을 권하며 그냥 발치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임플란트의 가장 큰 장점은 결손치의 경우 그것을 수복(修復)하는데 옆 치아를 깎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브릿지를 하지 않아도 되는데 해 왔고 살릴 수 있는 치아도 쉽게 뽑는 경향이 생겨났다. 박기 어려운 자리에도 무리하게 골이식을 하고 박다가 의사나 환자가 모두 고생하는 일도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임플란트를 하고 약 10년 뒤면 치조골이 녹기 때문에 그 자리에 다시 임플란트하기는 어렵다. 그렇기에 최대한 자신의 이를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돈이 되는’ 임플란트 시술을 배우고자 상당수 개원의가 주말이면 임플란트 세미나를 다니고 수천만원을 들여 해외 연수도 다녀오는 현실도 지적했다. 이제 치과 한 곳에만 여러 명의 임플란트 전문의가 있거나 아예 임플란트만 전문으로 하는 치과 병원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실정이다.

이미지투데이

그는 또 오래전 치과대학 재학 시절 한 교수가 “치과대학에 너무 공부 잘하는 사람들이 들어와서 걱정이다. 그러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이를 뒤늦게 깨달았다는 저자는 ‘수재는 돈도 많이 벌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며 학교에서 1등 하는 학생이 치과대학에 들어가지 말 것도 당부했다. 이 역시 과도한 상업화를 경계하는 발언이다.

김씨는 “임플란트를 해서 돈을 잘 벌 수 있는 시대, 치과 의원이 다른 것을 해서 돈 버는 시대도 끝났다”고 경고했다. 그의 지론에 따르면 치과의사는 예방을 잘 해주고 보건교육에 힘써야만 한다.

의대 입학 정원에 관해서도 소신을 밝혔다. 그는 정부가 늘리려는 의과대 입학생의 대부분을 공공병원 의사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출생 인구가 줄고 초고령사회에 접어드는 상황에서 재정난에 허덕이는 지방대를 국가가 싼값에 인수해 공공 의과대학을 여러 개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또 저자는 책을 통해 비싼 치과 치료가 훌륭한 치료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며 치아 건강을 위해 예방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들도 쉽게 설명한다.

김태원 기자 reviv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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