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정치 쟁점화 된 한전 적자’ 경향신문 보도에 소송냈다 패소
전기요금 인상이 탈원전의 결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보도를 두고 산업통상자원부가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가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재판장 송승우)는 산업부가 경향신문사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청구 소송에서 지난 15일 경향신문의 손을 들어줬다.
경향신문은 지난해 6월 ‘탈원전 탓? 정치 쟁점화된 ‘한국전력 적자’···최대 원인은 연료비 폭등, 실제 원전 비중 커져’라는 제목의 기사를 지면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해당 기사에는 “한국전력의 적자가 탈원전의 결과라고 하지만 급등하는 연료비와 이를 요금에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에 있다”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을 표방했지만 국내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발전량 비중은 집권 첫해보다 늘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같은 달 경향신문은 ‘전기료 인상하면서 탈원전 탓, 사실 왜곡은 해법 될 수 없다’는 사설을 지면과 홈페이지에 실었다.
산업부는 이 기사와 사설 내용이 허위사실이라며 정정보도문 게시를 요구하고, 불이행 때는 하루 200만원씩 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산업부는 기사가 “최근 5년간 원전 이용률 저하, 원전 조기 폐쇄, 건설 지연으로 원전 발전량이 감소했고 이에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비중이 늘고 가격까지 급격히 상승해 한전 비용 증가와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보도 내용을 의견표명이라고 판단했다. ‘사실’이 아닌 ‘의견’의 영역이기 때문에 허위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기사가) 원전 비중의 구체적인 수치를 논거로 들면서 한전 적자에 관한 의견을 표명했다”며 “한전 적자의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 것으로 그에 관한 정밀한 분석 없이는 특정 원인에 의해서만 발생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사설에 대해서도 “탈원전 정책이 적자의 원인이 아니라는 취지의 의견표명”이라고 했다.
특히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2012년)를 들어 “언론보도는 대개 사실적 주장과 의견 표명이 혼재하는 형식”이라며 “양자를 구별할 때는 보도의 객관적 내용과 아울러 어휘의 통상적인 의미, 전체적인 흐름, 문맥의 보다 넓은 의미나 배경이 되는 사회적 흐름 및 독자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산업부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고 기각했다.
앞서 산업부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 이후 원자력 발전 비중은 늘리고 재생에너지 비중은 줄였다’는 주간경향 보도를 놓고도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냈다가 올 5월 역시 1심에서 패소했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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