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걸 누가 봐요” 하던 2030…요즘 꽂힌 ‘○스타그램’ 뭐길래

권선미 기자(arma@mk.co.kr) 2023. 12. 17.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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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이제야 시인 첫 시집 인기
‘시스타그램’ 입소문에 3쇄 찍기도
짧고 강렬한 글로 관심 끌 수 있어
지난해 2030 시집구매 30% 달해
감성글 공유하고 직접 자작시 지어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사진 출처=연합뉴스]
최근 MZ세대(1980~2000년 출생자) 시인이 낸 첫 시집이 MZ세대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1987년생 이제야 시인의 ‘일종의 마음’(시인동네)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입소문이 나며 MZ세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 시집은 3쇄를 찍고 4쇄를 눈앞에 두고 있다. 시집은 일부 스타 시인을 제외하고는 중쇄도 잘 찍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이제야 시인은 “시는 온전히 나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장르”라며 “사람에 지치고 일에 갇힌 이들에게 ‘나’를 집중해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를 준다는 점이 MZ세대에게 시가 필요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MZ세대가 시집에 꽂혔다. 이들은 SNS에서 ‘시스타그램’ 등을 운영하며 마음에 드는 시를 온라인에서 소개하고 있다. 시집에서 특정 시의 사진을 찍어 올리거나, 직접 타이핑을 쳐서 올리며 ‘줄줄 외울 정도로 많이 읽은 시’, ‘시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작품’ 등의 짧은 글을 덧붙인다. 시를 필사해 사진으로 찍어 올리기도 하고, 평론하듯 글을 쓰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시집 판매량이 매년 꾸준히 늘고 있고, 젊은 세대의 유입이 눈에 띄었다. 인터넷서점 예스24에 따르면 하향곡선을 그리던 시집 판매는 2019년 8.3%로 반등한 뒤 2020년 12.9%, 2021년 10.9%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시집 판매량은 전년 대비 3.1% 늘었다. 지난해 시집 구매 연령대를 보면 2030세대가 30%였으며, 40대가 30%, 50대가 27%, 60대 이상이 11.2%로 전 연령층에서 고루 시를 즐기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는 중년층 이상에서 주로 소비한다는 고정관념이 깨진 것이다.

시를 소비하는 방식도 MZ세대는 이전 세대와 다르다. 이전 세대가 시집 한 권을 통독하던 방식이었다면 MZ는 SNS를 통해 단발적으로, 수시로 접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SNS에서 마음에 드는 시를 먼저 접하고 오프라인에서 시집을 사는 2030층이 늘어났다.

회사원 김보라 씨(35)는 “시스타그램에서 우연히 심보선 시인의 시를 읽고 시집을 사서 보게 됐다”며 “이후 시인의 열렬한 팬이 됐다. 시는 짧은 글 속에서 위로와 공감을 얻는 신비로운 힘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SNS 세대 답게 본인이 지은 창작시를 외부에 공개하는 것도 무척 자유롭다. 작가지망생인 박가온 씨(35)는 시스타그램을 운영하며 3600여 명의 팔로워들과 소통하고 있다. 박 씨는 SNS에 자신의 창작시를 주로 올린다. 박 씨는 “취미생활을 갖고 싶어 시스타그램을 시작했다”며 “바쁜 일상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 글로 소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창작시를 꾸준히 올려오다 이번 달 이를 모아 시집으로 출간한 박상환 씨(35)는 SNS를 통해 “2020년은 이별의 아픔과 직장에서의 갈등으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때였다”며 “평소 취미였던 글쓰기에 더욱 매진했고, 어느새 시를 쓰는 건 제 삶의 일부를 넘어 거의 전부가 되어가고 있었다”며 시스타그램을 운영하고 시집을 출간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SNS를 기반으로 활동하며 인기를 끄는 기성 시인들도 등장하고 있다. 이근대 시인, 이병률 시인은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2만명, 오은 시인의 트위터 팔로워는 2만7000명, 박노해 시인은 11만명이 훌쩍 넘는다.

전문가들은 시 장르가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짧은 글인데다가 읽기 쉬운 서정시는 MZ세대의 감정을 위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인기를 끄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SNS는 짧은 문장과 강렬한 이미지로 자기 표현을 하며 ‘관심 경쟁’을 하는 곳이다보니, 시 속에 있는 짧고 강렬한 문장을 SNS로 가져오는 사람들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며 “또 시 자체를 좋아하는 2030세대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SNS에도 반영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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